기사입력시간 19.07.25 06:23최종 업데이트 19.07.25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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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에선 의대 본과 3·4학년 때 이미 레지던트 1년차 수준의 임상실습

안덕선 소장 "환자 충분히 만져보고 이야기 들어보고 상세히 기록, 우리나라는 진료 참관에 그쳐"

▲안덕선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장 
 
메디게이트뉴스가 22일 서울 청담동 본사에서 진행했던 2019년 여름방학 '의대생신문 기자+의대생 인턴기자' 교육의 핵심 내용을 소개합니다. 짧은 시간이나마 현재 의대 교육에서 부족한 부분을 짚어보고 미래 의사들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시간으로 채워봤습니다. 

①북미에선 의대 3,4학년생이 레지던트 1년차 수준의 임상실습 
②신약개발에서 의사들의 역할 "약의 필요성 이해하고 새로운 적응증·타깃 발견"
③"사장님으로 불러드릴까요, 교수님으로 불러드릴까요"
④빅데이터가 만드는 의료의 미래는 의료정보학과 데이터과학자의 시대

[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미국과 캐나다는 의대생 때 임상 실습을 충분히 진행한다. 교수가 환자를 보는 것을 무작정 지켜보는 것이 아니라 교수가 의대생들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하도록 교육한다. 의대생은 환자를 충분히 만지고 이야기를 들어보고 어떻게 하면 검사를 하지 않고 진단이 가능할지를 생각한다. 입원 노트를 작성해도 단순히 ‘수술을 해야돼서’가 아니라 환자의 증상을 바탕으로 3~4페이지로 작성한다. 

그런데 우리나라 의대 교육의 현실은 어떨까. 의대생은 의사의 역할을 하면서 실습에 참여하기 어렵고 인턴에서도 잡일을 떠안다가 레지던트 때가 돼서야 겨우 몰아치기식으로 임상지식을 배우는 구조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안덕선 소장은 이 같은 의료현실을 냉철하게 진단했다. 그는 우리나라 외에 미국과 캐나다의 의사면허를 보유하고 캐나다에서 전문의 수련을 받은 경험이 있다. 그는 지난해 고대의대에서 정년을 마치기 전에 절반은 성형외과학교실에서 근무하고 나머지 절반은 의학교육학교실에서 교육의 변화에 매진해왔다.  

임상실습 중요성 간과하는 우리나라 의대 교육 

안 소장은 “1978년 의대를 졸업했을 때 정상적인 임상실습을 해본 적이 없다. 당시 캐나다는 처음으로 실기시험을 국가 고시에 넣었다"라며 "우리나라는 실기에 대한 훈련조차 이론에 급급해서 이를 고쳐보려고 했다. 하지만 실기를 위한 것이 아니라 시험을 위한 실기에 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안 소장은 “의사 면허제도가 생긴 이후에 의사면허는 별로 변화를 겪어본 적이 없다. 이런 문제는 전문직의 면허 관리를 사실상 공무원들이 결성하는데 있다. 의사 선배들이 투쟁하면서 싸워오는 것은 전문직과 관료주의의 충돌”이라고 말했다. 

안 소장은 “일제 시대의 영향으로 우리나라 의대가 들어올 때 예과와 본과를 만들었다. 일본은 독일의 법학, 철학, 윤리 등을 흉내를 내면서도 이런 교육을 들여오진 않았다. 정작 일본은 현재 예과, 본과가 나눠져 있지 않다”고 했다.  

그는 우리의 의학교육에는 아직도 옛날 모습이 너무 많다고 지적했다. 안 소장은 "동아시아 전체가 비슷한데 특히 임상 실습교육이 굉장히 처져있다”라며 “북미는 의대 4학년 정도에 우리나라의 레지던트 1년차 임상문제를 던지면 해결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훈련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안 소장은 “의대생들은 5지선다형에 익숙하다. 그러나 환자들의 이마에 무엇이 문제인지 정답 5개를 지니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보기를 던지고 힌트를 주면 환자의 진단명을 알 수 있지만 의대생 혼자 진단을 배울 수 없도록 교육하고 있다”고 했다.   

안 소장은 외국인 의사 시험 합격률이 10%대로 저조하던 1978년 미국 의사시험과 캐나다 의사시험에 차례로 합격했다. 안 소장은 “시험은 잘 볼 수 있지만 시험만으로 진짜 의사의 역량은 아니다. 그저 한 가지 트레이닝이 잘 돼있으면 시험도 통과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안 소장은 “우리는 과거에 붙을 때부터 경전에 형광펜을 그어가면서 공부했다. 하지만  이제 미국에서만 봐도 교과서를 들고 다니는 사람은 거의 없다. 온라인으로 교과서를 보고 실제적으로는 저널, 임상 데이터를 보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책을 보지 않아도 매일 대화를 주고받으면서 집에 가서 책으로 보면 자신의 것으로 쌓이게 된다. 책만 읽도록 하는 교육은 한계가 많다”라며 “실제 임상 현장에서 경험하는 것과 책에서 보는 것을 바탕으로 꾸준히 토론하도록 해야 배우는 것이 많다”고 밝혔다.  

미국에선 의대생들에게도 준의사 대우, 충분한 진단 훈련  

미국에선 의대 3,4학년 실습과정을 거치면 우리나라의 레지던트 1년차보다 더 많은 책임을 부여한다. 우리나라는 인턴에서도 잡일과 단순한 일, 시키는 일만 한 다음에 레지던트 1년차 때 몰아치기식 임상지식 공부를 하는 문제가 있다. 

안 소장은 “본과 3학년 때 캐나다와 미국 실습을 나가보면 맨 먼저 하는 것이 어떻게 하면 검사를 하지 않는가에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검사부터 하도록 한다”라며 “그만큼 우리나라의 임상의학이 갖고 있는 취약점이 너무 크다. 전문의를 딴 이후에도 의사로서 당연히 알아야할 기본이 부족하다”라고 말했다. 

안 소장은 “기본적인 교양과목 훈련이 중요하다. 또한 글쓰기 능력과 사고하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라며 “전공의 교육에서 제네럴리즘(generalism)이 필요하다. 성형외과를 전공하더라도 2년간 일반외과에서 수련을 받고 화상외과, 수부외과, 두경부외과, 중환자실 등에서 충분히 배우는 훈련이 필요하다”고 했다. 

안 소장은 “가령 의대 본과 3, 4년 학생이라면 입원 기록을 작성할 때 3, 4페이지여야 한다. 환자를 그만큼 충분히 들여다볼 수 있어야 한다. 단순히 ‘수술하러 왔다’ 또는 ‘어떤 질환으로 수술하러 왔다’라고 쓰도록 만드는 구조에서 기본 교육이 부족하다”라고 말했다.  

안 소장은 “의대는 직무 바탕으로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북미는 인턴 과정이 없다. 의대에서 2년간 임상기초를 배우고 2년이 실습이다”라며 “캐나다는 실습 나온 의대생에게 끊임없이 환자에 대해 무엇인지를 질문한다. 반면 우리나라는 교수의 행동을 참관하는 수준에 그친다”고 지적했다.  

또한 안 소장은 “북미는 의대 3학년이면 벌써 온콜을 받는다. 전공의와 학생이 환자 상태에 대해 동시에 사인을 한다. 환자 상태와 바이탈 사인을 확인하고 어떤 약을 줘야 하는지 등이 기본적인 업무”라고 설명했다. 

안 소장은 “북미는 의료소송이 많더라도 가장 공격적으로 교육을 받는다. 분만도 15건 이상 참여해보지 않으면 졸업을 할 수 없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의대생을 구경꾼으로 세워놓다보니 분만 과정조차 참관하지 못하게 한 것이다. 의사와 학생의 신분 차이가 너무 큰 것이 문제인데, 의대생도 준의사로 취급하고 교육을 받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대 6년제를 개편하고 5년제에 인턴을 마치고 실기시험을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지금은 오로지 짜여진 각본에서 실기시험에 붙는 것에 급급하고 실제와는 차이가 있다. 시험에 통과하기 위한 족보에 따른 것”이라고 지적했다.  
 
안 소장은 “인턴을 2년으로 바꾸고 1년 뒤에 의사시험을 보면 실제적인 임상실습 교육이 가능하다. 하지만 교육에 돈이 투자되지 않는 이상 이렇게 할 수가 없다”라며 “현재는 시험을 잘 보는 의사를 키워내고, 이들이 역량 있는 의사처럼 보일 수 있는데 실제 진료 역량이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고 했다.  
▲안덕선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장 

화려한 성과에 가려진 의학교육의 현실 

안 소장은 의학교육학교실이 들어올 때 의대학장이 가장 반대할 정도로 교육에 대한 개선이 힘들었다고 회고했다. 

안 소장은 “학장 신분에서는 재단이나 학교 소유주의 주장에 반대하지 말아야 한다. 반면 병원은 힘이 있고 돈이 많다. 대학 부속병원인데 병원 부속대학으로 바뀌었다”라고 지적했다. 

안 소장은 “학교 교육은 보호받아야 할 것들이 분명히 있다. 그러나 교육에 대한 투자는 거의 이뤄지지 못한다. 교육예산 편성도 21세기 들어와서 겨우 가능해졌다”라며 “2019년도 대학평가도 있고 예산은 짜되 교육은 바뀌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안 소장은 “우리나라 인턴은 엑스레이 찾아오거나 차트를 찾아오고 회진 돌 때 온갖 잡일을 떠안는다. 수술방을 잡으러 다녀야 한다”라며 “반면 의료후진국이라고 여기는 라오스 등에서도 이렇게 하지 않는다. 인턴이 굉장한 프라이드를 갖고 실전에 투입된다. 서양의학의 기본 중의 기본인 환자를 만져보고 이야기를 들어보고 그러고 나서 하나하나 진단에 접근하는 훈련을 받는다”고 했다.  
 
안 소장은 우리나라 의학교육을 마치 구멍가게 수준과 다름 없다고 지적했다. 안 소장은 “로봇수술을 잘하거나 내시경을 많이 하는 것이 세계 1위가 아니다. 의사 전체로서의 역량을 얼마나 쌓았는지를 알아봐야 한다”라고 밝혔다.  

안 소장은 “북미는 신환을 보면 반나절동안 2명밖에 받지 않는다. 대학병원에 간단한 진료로 오는 것은 없다. 한시간동안 만지고 볼 때 지겨울 정도로 묻고 답하고 영원히 봐야 한다”라며 “의료사고는 복잡한 데서 오는게 아니라 간단한 것을 놓쳤을 때 발생한다. 환자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보고 앞뒤로 뒤집어봐야 한다”고 말했다.  
 
안 소장은 의료의 질을 무엇으로 평가하는지에 따라 우리나라 수준이 다르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의료접근성은 세계 1위이고, 환자가 아무 병원이나 갈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다른 나라는 합당한 사유가 있기 전엔 일반의사를 만나는 것조차 어렵고  1~2주 대기가 기본이다.  

안 소장은 “우리나라의 의료접근성은 최고지만 병원은 환자들의 궁금증을 해소하지 못한다. 다른 어느 나라에서도 안전상의 문제로 밤새 MRI, CT 못찍고 응급수술 아니면 밤에 못하게 돼있다. 안전성을 담보로 비윤리적인 행태가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안 소장은 “우리나라는 인공지능 왓슨을 가장 많이 사들인 나라라고 한다. 국민들은 최고의 기술이 들어왔다고 생각하지만 냉철한 비판은 없다”라며 “의대생들부터 눈에 보이는 세계최고의 의료기술 이면에 담긴 비판적인 사고를 훈련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의대생들이 가져야 할 사고, 비판적 사고의 훈련 

안 소장은 “28년동안 의학교육이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해봐도 달라지지 않는다. 유럽의 전통을 보면 역사, 윤리, 철학 등의 분야에 의대 교수 1명씩을 두고 있다. 이 분야의 교수들이 의대 교육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알려준다”고 했다. 

안 소장은 “세계 최고의 의술이라고 하지만 의학교육으로 바꾸면 세계 최고라고 할 수 있는가. 의학교육으로 비교하면 낯 뜨거울 것이다. 그렇다면 중간은 가능한가”라고 되물었다. 

교육에 대한 투자를 할 수 있는 여건도 아쉽다고 했다. 미국에서 전공의는 1억 6000만원씩 비용 지원을 받는다. 안 소장은 “병원이 전공의에게 줘야 하는 급여 부담에서 해방되고 그만큼 전공의 교육에 할애한다. 영국도 6조원 정도를 교육에 투자한다고 한다”고 말했다. 

안 소장은 “소득 300달러식의 교육에서 3만달러의 시대가 왔다. 전공의가 강하게 요구하고 대물림하지 말아야 한다. 이런 상태에서 전공의가 갑자기 교수가 된다고 해서 바꾸기가 어렵다. 전공의 제3자 기구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 소장은 “의사 사회 내부에서 문제를 덮기만 한다면 사회와 충돌이 일어날 것이다. 하지만 새로운 소득수준에 맞게 의사에 대한 기대치가 생긴다. 이것이 서로 맞지 않는다면 의사들을 무능한 집단이나 비도덕적 집단으로 몰아갈 수 있다. 내부에 문제가 있다면 의사들 스스로 이를 인식하고 분명히 꼬집어야 한다”고 말했다.  

안 소장은 “정말 우리나라 의료기술이 최고인가를 짚어봐야 한다. 아무리 후진국이더라도 의사면허에 대한 자부심과 프로페셔널이 다르다”라며 “우리나라는 겉으로 굉장한 지표가 있지만 뒤에는 그렇지 않다는 비판적 시각을 가져야 한다. 우리나라 의료의 강점과 약점은 무엇인지를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 소장은 “의대생 시절에 가능하면 다양한 경험을 해보면 좋다. 하버드대 등의 단기코스 수강도 가능하다. 길게 보면 의대에서 1~2년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의지가 있다면 다른 것도 해볼 수 있고, 다른 나라에는 하고싶은 공부를 위해 레지던트도 10년차, 11년차도 있다”라며 "학문적 지식 외에 다른 나라에 깔린 기본적인 교양이나 철학, 문화를 익힐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임솔 기자 (sim@medigatenews.com)의료계 주요 이슈 제보/문의는 카톡 solplus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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