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19.09.18 12:42최종 업데이트 19.09.18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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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전달체계 완성의 화룡점정은 믿을 만한 일차의료기관 양성”

“일차의료기관이 의대생 교육과 전공의 수련기관으로서의 역할도 담당해야”

[칼럼] 정명관 가정의학과 전문의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정명관 칼럼니스트] 보건복지부는 지난 4일 경증환자를 줄이고 중증환자 진료를 늘리는 상급종합병원 역할 재조정을 골자로 한 의료전달체계 개선 단기대책을 발표했다.

예상을 뛰어넘는 파격적인 내용도 많이 포함돼 있고 여러 가지가 복잡하게 맞물려 있는 현실에서 구체적인 실현 방안을 더 고민해야 하는 부분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보건복지부가 내놓은 대책 가운데에서는 고강도의 대책들이었다고 평가한다.

복지부가 발표한 상급종합병원 지정 기준에 따르면 외래경증환자를 현행보다 더 줄이고 중증입원환자는 더 늘려야 한다. 앞으로는 경증 외래환자(100개 경증질환)에 대해서는 의료질평가지원금을 지급하지 않는다.

이와 함께 종별가산율 0%를 적용, 사실상 경증환자 진료를 배제하도록 유도했다. 이때 환자 본인부담금이 함께 줄어들지 않도록 본인부담률을 현행 60%에서 인상해 경증환자의 상급종합병원 이용을 제한하도록 할 예정이다.

우선 경증환자를 진료하는데 드는 부담을 상급종합병원이 지게 한 것은 상급종합병원의 아우성들에도 불구하고 탁월한 선택이었다. 그 방법 밖에는 없다.   

지금까지는 환자들의 상급종합병원 이용을 억제하기 위한 대책으로 주로 환자의 본인부담금을 올리는 방법을 써왔으나 성공적이었다고는 볼 수 없었다.  왜냐하면 환자들은 비용을 부담하고서라도 상급종합병원에 가려고 하는 의지가 있었으며 병원도 그런 환자들을 굳이 막지 않고 외래진료실을 지속적으로 확장해 왔기 때문이다. 

그 결과가 1일 외래환자 1만명을 돌파하는 거대병원들의 탄생이다. 한마디로 환자에게만 경제적 불이익이 있었지 병원에는 불이익이 없었기 때문에 생기는 일이다.

경증 환자를 진료할 경우 전체 수가를 인하해 원가 이하가 되게 하면 병원이 움직이기 시작할 것이다. 경증 환자 진료를 축소하고 더 열심히 회송하게 될 것이다.

상급종합병원에서 경증 환자가 줄어든 만큼 앞으로 두 가지를 보완해야 한다. 먼저 응급실이나 중환자실 그리고 중증 수술 환자 등에 대한 수가를 충분히 올려서 상급종합병원의 외래진료비 감소분을 메꾸고 자연히 중증 환자 진료에 집중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   

두 번째는 의원급의 입원 환자 진료비는 낮추고 외래진료 수가는 현실화해 의원은 외래 환자 진료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병원급도 적정 진료 환자에 대한 입원비와 수술비 등은 현실화하고 외래진료 수가는 인하해 나가야 한다.

상급종합병원 이용에 있어 환자 선택이 아닌 의사가 판단해 적정 의료기관으로 의뢰, 예약하는 시스템으로 전환한다는 내용도 있다. 현재의 의뢰-회송 시범사업을 위한 전산시스템을 염두에 둔 생각인 듯하다.

그런데 환자가 특정 의료기관으로 의뢰해 주기를 바라는 경우에 대해서는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가 불분명하다. 이 의원의 의사가 의뢰서를 써주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저 의원에 가서 의뢰서를 작성해 달라고 하면 그만이기 때문에 실효성이 떨어진다.  

전산으로 의뢰하는 병의원이 져야하는 행정비용도 문제다. 환자 입장에서는 의뢰하는 의사들 사이의 담합을 걱정한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이 문제들은 더 고민이 필요하다.   

상급종합병원이 중증 입원 환자를 주로 보게 됨으로써 의대생 교육과 전공의 수련도 일대 변화를 겪지 않을 수가 없게 됐다. 특히 의대생의 경우에는 중증환자만으로 의학교육을 받으면 안 된다. 

병원급 환자 뿐 아니라 의원급의 다양한 외래 환자에 대한 임상 교육을 받을 필요가 있다.  때문에 일차의료기관의 표준화와 교육수련기관으로서의 변화도 뒤따라야 한다. 일차의료기관이 진료소의 역할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의대생 교육과 전공의 수련기관으로서도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이다.   

물론 교육비와 수련비용을 지급해야 한다. 복지부 차원에서 의대생 실습비용과 전공의 수련비용에 대한 대대적인 고민과 혁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영국에서는 의대생 실습비용은 의과대학이 부담하고 전공의 수련비용은 NHS가 부담해 일차의료기관과 병원에 지급한다.

마지막으로 의료전달체계 완성의 화룡점정은 믿을 만한 일차의료기관의 양성이다. 환자들도 이 문제를 가장 고민하고 있다.

지금과 같이 전문의들이 자유롭게 개원해 환자들이 스스로 병의원들을 찾아다니는 시스템에서는 상급종합병원으로의 무분별한 유입을 제한하는 의료전달체계 개선도 결국은 반쪽짜리에 불과한 것이 되고 만다.  

보건복지부는 의료전달체계 개선의 나머지 반쪽이 주치의제도로 해결될 수 있다는 것을 다른 나라의 사례들을 통해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한 고민과 대책도 조만간에 나와야 할 것이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메디게이트뉴스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정명관 가정의학과 전문의 # 의료전달체계 개선 단기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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