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18.02.06 12:35최종 업데이트 18.02.06 23:50

제보

"신생아중환자실 병상은 늘었는데 근무 전문의는 한명 뿐"

신생아학회, "이대목동병원 의료진 수사 중단하고 인력·감염관리 등 의료시스템 개선하라"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전문의에 합격한 소아청소년과 전공의는 전공의를 마친 다음 신생아 전임의 원서 접수를 망설였다. 그러던 중 손바닥만한 아기들이 온갖 고생 끝에 퇴원한 다음 외래에서 만날 때 씩씩한 어린이가 되는 것을 보며 신생아 분과를 지원하기로 했다. 신생아 중환자실 전임의가 힘든 건 알지만 그래도 큰 대학병원에 지원하면 버틸 수 있을 것 같다. 고위험 쌍둥이라도 태어나면 교수가 새벽이라도 달려와준다고 했다. 혹시라도 나중에 우리 병원처럼 신생아 전문의가 한 명 밖에 없는 곳에 근무하면 어쩌지?" (신생아중환자실 전공의 심정) 

"대학병원 신생아 중환자실 담당 교수는 어느날 오전 외래에서 마음이 착잡했다. 잘 지내던 미숙아 하나가 새벽에 갑자기 상태 위독으로 연락이 와서다. 부랴부랴 병원에 도착하니 괴사성 장염이 몇 시간 만에 진행해서 수술이 필요했다. 동료 신생아 교수들에게 전화를 돌려 소아 외과 전문의가 있는 다른 병원으로 겨우 아기를 옮겼다. 고위험 주산기 지역센터로 지정받은 뒤  다섯 병상을 더 늘리고 새 장비도 많이 구매해서 의욕이 넘쳤다. 그런데 2년차 전공의 한 명이 그만 둔 후 야간에 환자 상태를 잘 모르는 다른 병실 전공의들과 함께 당직이 운영되니 잠이 오지 않았다. 매일 대기 상태인 것도 하루 이틀이고 전문의들끼리 교대로 당직이라도 서면 좋겠다. 그런데 신생아 전문의가 한명밖에 없어 불가능하다.

외부 입원 환자가 늘어서일까. 로타바이러스 검사에서 양성으로 판정된 아기들이 점점 늘어난다. 일단 모든 외부 환자를 격리실에 두고 감염 스크리닝 결과를 확인하고 싶었다. 하지만 지난해 신생아중환자실 증축 공사 때 격리실을 더 만들어 달라고 했지만 경영진이 이를 반대했다. 약간의 수가 인상이 된 이후 신생아 중환자실은 만성 적자 부서에서 벗어나면서 병원 눈치를 덜 보고 있다. 하지만 신생아 중환자실의 병상수를 늘린 만큼 전담 간호사와 전문의를 더 뽑았어야 했다.”(신생아중환자실 전문의 심정)

“성장 중인 아기들을 돌보다 보니 매일 수액과 주사 처방이 달라진다. 전부 다른 조성의 정맥영양제를 4명의 미숙아에게 연결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700g 몸무게 아기에게 시간당 0.15cc의 주사 세팅을 확인했지만 혹시나 기계 오류로 약이 한번에 밀려 들어갈까 불안했다. 작은 아기들을 위한 더 작은 주사제 포장은 왜 없을까. 한번에 주사기로 눈금을 재기도 어려운 소용량 약물은 병원 약국에서 미리 만들어 환자별로 나눠주면 좋겠다. 

하지만 병원에선 약사 인력 자체가 부족한데, 조제 수가를 받지 못하는 업무에 약사를 배정하지 못할 것이다. 영양제 주사를 연결하기 전 멸균 가운을 입고 일회용 장갑을 낀다. 감염 예방을 위한 재료 대부분은 의료 수가에 포함되지 않았다. 주사약을 주고 아기들에게 우유를 먹이니 점심시간이 지나 버렸다. 자주 점심식사를 거르는 주간 근무시간의 허기는 경력 간호사가 한 명도 없는 야간 근무 시간의 심폐소생술 악몽보다 낫다. 당장은 어렵지만 일단 여기서 몇년간 경력을 쌓고 병동이나 외래로 발령받는 것이 희망사항일 뿐이다.”(신생아중환자실 간호사 심정)

[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대한신생아학회는 6일 성명서를 통해 신생아중환자실에 근무하는 의료진 심정을 전하며 "현장에서 신생아들을 위해 열심히 일하던 이대목동병원 주치의, 전공의, 간호사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하는 수사 행태를 즉각적으로 중단하라”고 밝혔다. 

신생아학회는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4명 사망사건을 통해 감염 경로를 명백히 밝히고 중환자실 인력 보완과 감염관리 등 진료시스템 구축 계기로 삼아야 한다”라며 "이번 사건을 단순히 의료진 법적 처벌에만 무게를 둔다면 중환자 진료 인력이 연쇄적으로 이탈하고, 우리나라 중환자 진료의 근간이 무너질 수 있다"고 했다.  

신생아학회는 "미숙아는 엄마에게 면역 항체를 충분히 받지 못한 채 태어나는 만큼 의료관련 감염의 패혈증 위험이 높다”라며 "출생체중 1500g미만 미숙아의 대략 10~20% 정도는 적어도 한 번 패혈증에 걸린다“고 밝혔다. 다만 신생아학회는 문제가 된 시트로박터 프룬디균의 신생아 중환자실 집단 발생은 전례가 없다고 했다. 또 항생제 내성 그람 음성균에 의한 패혈증은 손을 쓸 겨를없이 갑작스럽게 상태가 악화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생아학회는 신생아중환자실 관련해 예상치 못했던 위험을 막으려면 관련 의료진 처벌이 아니라 경영진 조사를 포함해 근본적인 의료시스템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신생아학회는 “이번 사건의 감염 경로가 지질 주사제 소분 과정의 의료진 과실이라는 주장은 아직까지 추정에 불과하다”라며 "역학조사를 통해 감염 경로가 공식적으로 발표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건에 관리 감독의 책임이 있는 병원 경영진은 배제한 채 환자를 진료한 의료진들을 참고인이 아닌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하는 것은 형평에 어긋난다”고 했다.  

신생아학회는 "신생아 중환자 진료의 질 향상과 직결되는 신생아 전문의와 경력 간호사 등 전문 의료인력을 안정적으로 확보해야 한다"라며 "이들에게 인간적인 근무 환경을 보장할 수 있는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신생아학회는 이어 “신생아 중환자의 감염 관리 시스템을 보완해야 한다"라며 "안전과 직결되는 특화된 의료기기와 의약품을 지속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경로를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솔 기자 (sim@medigatenews.com)의료계 주요 이슈 제보/문의는 카톡 solplusyou
댓글보기(0)

전체 뉴스 순위

칼럼/MG툰

English News

전체보기

유튜브

전체보기

사람들

이 게시글의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