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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BB가 든든하면 인지저하가 늦게 온다

    [칼럼] 배진건 퍼스트바이오테라퓨틱스 상임고문

    기사입력시간 19.03.01 06:08 | 최종 업데이트 19.03.01 06:08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배진건 칼럼니스트] 뇌는 수많은 신경세포들이 복잡한 네트워크를 이루며 기억, 학습, 언어, 사고와 같은 중요한 기능을 조절하는 우리 몸의 신비한 기관이다. '뇌혈관장벽(BBB, Blood-Brain-Barrier)'은 뇌신경세포의 기능 유지 및 뇌조직 내 미세환경 조절을 위해 혈액으로부터 필요한 영양분들은 선택적으로 통과시키고 위험 물질은 제한하는 관문이다. 뇌혈관은 체내 다른 혈관과 다르게 혈관 내피세포(endothelial cell) 사이 공간이 거의 없이 조밀하게 이루어져 있어 혈액과 혈관벽을 통한 뇌 안으로의 물질이동을 제한한다. 이 BBB의 초병(哨兵)이 바로 내피세포이다.

    개인의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로 기억력과 지적능력의 점진적인 감퇴를 나타내는 질환이 치매이며, 이 중 알츠하이머 치매가 가장 보편적인 질병이다. 알츠하이머 치매의 가장 중요한 병리가 무엇일까? 환자의 나이와 가족병력은 확실하게 상관 관계가 있어 가장 위험한 요소로 간주된다. 병리적인 현상으로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의 응집과 타우 단백질의 응집이 뇌 속에서 관찰되며, 그로 인하여 기억력이 떨어지고, 언어 능력, 시공간 파악 능력이 저하된다고 알려져 있다.

    BBB 손상은 주요 병리현상인 단백질의 응집과는 독립적으로 일어나며 초기 인지저하 단계부터 관찰됐다는 연구 결과가 서던캘리포니아대학(USC) 연구진에 의해 1월 14일자 네이처 메디슨(Nature Medicine)에 발표됐다.

    뇌혈관 기능 장애가 인지저하에 영향이 있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병력 상 뇌졸중 또는 뇌출혈이 발생한 후 기억력 저하 및 인지기능의 저하가 나타나고, 뇌혈관질환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는 뇌 영상 검사상 뚜렷한 증거가 있을 때 혈관성 치매를 진단하게 된다. BBB 손상이 알츠하이머 치매를 포함한 다양한 퇴행성 뇌질환의 주된 병변 중 하나로 다시 주목받으며, BBB손상이 초기 바이오마커로 뇌질환 진단과 치료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번 연구는 아밀로이드 및 타우 단백질의 응집과 BBB 손상이 어떻게 인지저하에 영향을 미치는가를 조사하기 위해 164명(45세≥) 피험자를 대상으로 5년 동안 진행했다. 연구팀은 인지기능을 먼저 평가하기 위해 CDR(clinical dementia rating) 점수를 평가했다. 인지기능이 정상수준인 82명의 CDR 점수는 0이고, 인지기능이 다소 저하된 54명의 점수는 0.5, 그리고 크게 저하된 17명의 점수는 1이었다. 연구팀은 혈관성 치매 환자는 의도적으로 제외시켰지만 고혈압처럼 혈관 위험인자를 가진 사람은 포함시켰다.

    기억력을 담당하는 뇌 부위인 해마(hippocampus)에서 BBB 손상을 분석하고자 신경 이미징 촬영(DCE-MRI)을 했고, 동시에 뇌척수액(CSF) 내의 BBB 손상 바이오마커,sPDGFRβ의 수치를 측정했다. 뇌척수액 내의 sPDGFRβ의 존재는 혈관을 이루고 있는 주위세포에 손상이 일어났다는 것을 의미한다.

    연구결과 sPDGFRβ 수치는 CDR 수치가 높을수록 높아졌다. 경증(mild) 수준의 인지저하를 가진 65명의 피험자의 해마에서 뇌 혈관 누출현상이 관찰됐으며, 인지저하가 심할수록 뇌 혈관 누출이 컸다. 또한 이 수치는 기존에 BBB 붕괴 바이오마커로 알려진 뇌척수액 및 혈청 내에 있는 알부민, 또는 피브리노겐(fibrinogen)의 농도와 연관성을 가졌다.

    무엇보다 흥미로운 관찰은 초기 인지저하를 보이는 사람에게서 BBB누출이 아밀로이드나 타우 응집 유무와 독립적으로 일어났다는 점이다. 또한 CSF 내의 sPDGFRβ 수치나 BBB누출 정도인 DCE-MRI가 초기 인지저하 피험자의 나이와 연관성이 없었다. 해마에서의 BBB손상이 병리 단백질 응집이나 피험자의 나이와 독립적으로 일어난다는 것은 BBB 손상이 이들 다른 병리에 의한 결과물이 아니라 병변의 매우 초기 과정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서 BBB의 구조를 이루는 혈관 주위세포(pericytes)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혈관 내피세포와 뇌 안쪽으로 접촉하고 있는 세포가 바로 주위세포이다. 주위세포의 형태는 평평하거나 길쭉한 모양이다. 하나의 주위세포는 어느 세포의 막이 다른 세포에 침범한 것처럼 보이는 '페그-소켓 접촉(Peg-Socket contact)'라는 특별한 모습의 구조로 여러 내피세포와 접촉을 이루고 있다. 주위세포가 22~99%의 내피세포 표면을 감싸고 있고 그 감싼 %와 BBB의 투과성이 반비례한다. 주위세포는 또 'Tight Junction' 생성과 그를 통한 투과를 조절하기에 주위세포가 BBB의 투과성을 조절하는 작전소의 중요한 역할을 한다.

    뇌를 흐르는 혈액이 관이라면 그 관의 손상을 막기 위하여 테이프처럼 둘러쌓은 내피세포, 주위세포, 성상세포의 발 끝 같은 말단을 성상세포 말단(Astrocytes End-Feet)이라고 부르며 마치 삼겹줄로 싸 놓은 모양이다. BBB가 뇌 안으로의 물질 이동을 제한하는 단단한 장치의 모습이다.

    BBB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뉴런이 활동하는 데에 필요한 영양분과 혈액이 적절히 공급되지 못하고, 독성 단백질이 들어오게 되어 뇌 조직이 손상될 위험이 있다. BBB가 망가진 초기에는 주위세포가 영향을 받아 크기가 작아지고 내피세포간 사이의 '밀착연접(Tight Junction)' 단백질이 영향을 받는다.

    USC 연구팀은 작년 2월 미세혈관붕괴로 치매가 시작되는 발병인자로 피브리노겐(Fibrinogen)을 새로운 바이오마커로 제안하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주위세포가 망가지면서, 혈액내 피브리노겐이 증가하는 현상도 이미 보고했다. 연구팀은 알츠하이머병 환자 사후조직을 관찰했을 때 정상인에 비해 주위세포가 반 이하로 감소한 반면, 피브리노겐이 3배 증가한 것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주변세포가 결핍된 쥐 모델에서 신경손상이 보이며, 피브리노겐을 정상 수치로 조절할 경우 뇌 손상이 완화되는 것을 확인했다.

    건강한 뇌에서는 BBB는 밀착 연접을 통해 단단한 장벽을 이루고 있어, 뇌 조직으로 유해한 외부 물질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막는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서 세포 이음세인 Tight Junction이 느슨해지고 뇌 혈관 투과성이 높아지면서, 뇌 조직을 손상시켜 뇌신경세포의 기능 유지가 어렵다. BBB가 든든하면 인지저하가 늦게 오기에 든든하게 유지하는 것이 관건이다.

    이번 연구의 성과로 뇌척수액 내의 sPDGFRβ의 농도를 측정하는 것이 초기 인지기능 장애의 바이오마커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이 이 발견이 상업화로 이어지기에는 뇌척수액 채취라는 침습적 방법의 한계와 진단의 정확도, 민감도 및 특이도 이슈를 넘어서야 한다. 또한 초기 인지기능 진단 시장이 과연 존재하는가를 놓고 보았을 때, 혹 간편하고 정확한 진단법이 상용화된다고 해도 이를 치료하거나 예방하는 약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도 문제다.

    최근 10여 년간 치매나 알츠하이머 약 개발의 진도로 봤을 때, 당분간은 평소의 생활습관으로 혈관 건강, 뇌 건강을 유지해서 BBB를 든든하게 만드는 것이 최선이겠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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