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이지원 기자] 중소병원의 의료 질과 환자안전 수준을 높이기 위해 인증제 진입장벽을 낮춘 기본 인증제가 올해 11월 시행된다. 다만 제도가 현장에 안착하기 위해서는 환자안전이라는 당위만으로는 부족하며, 의료기관이 참여할 수 있는 실질적 유인책과 지원 체계가 함께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24일 개최된 2026 한국정책학회 춘계학술대회 '지역 의료 안전망과 인증제' 세션에서는 기본 인증제 도입 방향과 함께 중소병원 인증 참여 확대, 제도 안착을 위한 지원 방안이 논의됐다.
중소병원 인증 문턱 낮춘 기본 인증제 11월 시행…"규모 차이가 안전 차이 되지 않도록"
이날 발제에 나선 의료기관평가인증원 사업혁신센터 서희정 센터장은 기존 의료기관 인증제가 15년 이상 운영됐지만, 대형병원과 상급종합병원, 전문병원 중심으로 이뤄졌다고 밝혔다. 중소병원의 참여는 8%의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서 센터장은 기존 인증제가 대형병원 중심의 고난도 체계로 설계돼 중소병원이 참여하기 어려웠다고 진단했다. 특히 행정 인력과 의료 인력, 인증 준비 인력이 부족하고, 비용 부담이 크다는 것이다.
이에 서 센터장은 "지역이나 병원 규모에 관계없이 우리 국민이라면 누구나 안전한 의료서비스를 누릴 권리가 있다"며 "평가나 인증에서도 일점 찾기식 규제가 아니라 의료기관의 환자안전 활동을 키워줄 수 있는 컨설팅이나 지원 형태의 인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형 건설 현장과 소형 건설 현장의 안전망 차이를 예로 들며, 의료기관에서도 규모에 따라 안전 체계가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지역 중소병원과 필수의료 기반이 약화되는 상황에서 병원 규모에 따라 환자안전 관리 수준이 달라지고 있다고 했다.
서 센터장은 "대형병원은 수시로 현장을 돌아보면서 환자안전에 위해가 되는 요인이 있는지 점검하고, 자원을 더 투입해야 되는지 상시적으로 감시하고 있다"며 "하지만 중소병원은 인력난에 굉장히 허덕이고 있고, 자원에도 한계가 있기 때문에 인력 부족이나 피로 누적으로 여러 가지 오류들이 발생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에 인증원은 환자안전, 의약품, 감염관리 중심으로 기준을 재구조화했다. 기존 급성기 병원 인증 조사 항목은 약 512개였지만, 기본 인증제는 156개 항목으로 줄였다.
서 센터장은 "시설이나 환경 개선, 인력 확보가 요구되는 기준은 철저하게 지양했다"며 "실제적으로 환자안전을 위해 직원들이 수행할 수 있는 부분들로 조사를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제도 개발 과정에서는 보건복지부 주도의 인증제 혁신 TF가 운영됐고, 의료계와 소비자단체 등 29개 기관의 의견수렴이 이뤄졌다. 인증원은 온라인 의견수렴 시스템도 새롭게 개발해 연간 588건의 의견을 접수했고, 이 중 약 42%를 실제 기준이나 정책에 반영했다.
시범조사는 그동안 인증을 받지 않았던 지역 중소병원 5곳을 선정해 진행됐다. 인증원은 의료기관과 조사위원, 컨설턴트에 대한 사전교육을 시행했고, 시범조사 과정에서 현장 의견 34건을 반영했다.
조사 부담도 줄였다. 기존 급성기 인증은 조사위원 3~7명이 약 4일간 조사를 진행했지만, 기본 인증제는 300병상 이상 4명, 100병상 이상 3명, 100병상 미만 2명이 2일간 조사하는 방식으로 설계됐다.
서 센터장은 중소병원이 인증 준비 과정에서 가장 어려워하는 부분 중 하나가 기관 내부 표준을 만드는 일이라며, 이에 규정 사례집을 배포했다고 부연했다.
이어 기본 인증제가 당초 최초 1회 참여 방식으로도 검토됐지만, 제도 개발 과정에서 횟수 제한을 두지 않는 방향으로 설계됐다고 설명했다. 여러 번의 기본 인증제 경험을 통해 다음 스텝 도약을 돕겠다는 복안이다.
서 센터장은 "처음에 진입 장벽을 많이 낮춰주고 들어오게 하면 다음 의료기관들이 급성기 인증을 한번 받아보겠다는 생각이 들 것 같다"며 "기본 인증제를 계속하겠다고 하면 하게 해두고, 그것에서 다음 인증제로 넘어갈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주는 취지"라고 말했다.
한편 기본 인증제는 올해 11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인증 등급은 기존 인증제와 같이 인증, 조건부 인증, 불인증으로 나뉘며, 기본 인증 마크도 별도로 개발됐다. 인증원은 올해 복지부로부터 무료 지원 컨설팅 50개소 예산도 확보했다.
서 센터장은 기본 인증제가 향후 진료지원업무 수행 의료기관 지정, 지역거점병원, 전문병원 지정 등과 연계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후로는 이러한 것들이 인센티브로 이어져서 계속적으로 의료 질을 높이려는 의료기관의 의도를 지속적으로 유입시키기 위해 보건의료 자원 관리 선순환 구조를 마련하는 것이 최종적인 목표"라고 말했다.
대한의사협회 김충기 정책이사
"당위성만으로는 한계…기관이 얻을 장점 명확해야 참여율 높아져"
이어진 토론에서 대한의사협회 김충기 정책이사는 인증 부담을 낮추고 참여 경험을 확대하려는 접근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의료기관이 기본 인증을 받야야 하는 이유를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 이사는 "기관 입장에서 이거 왜 해야 되냐, 왜 할까에 대한 답을 명확하게 줘야 한다"며 "환자안전에서 추구하려면 인증받아야 되지 않을까, 이것은 여기 체계에서의 생각"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소규모 기관이 조금 의지를 가지고 자발적으로 노력하면서 충분하게 안전하게 하고 있는 경우도 많다. 기관마다 가진 진료 프로세스라든지 실제 경로에 따라서 인증에 대한 내용을 어떻게 개별화해서 접근할 것이냐에 대한 부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이사는 기본 인증제가 단순한 체크리스트 충족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도 지적했다. 본래 취지와 달리 제도가 운영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진료지원업무 수행, 의료기관 지정 요건 등과 연계 시 형식적 참여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김 이사는 "환자안전 문제는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중요한 것은 기관이 문제를 어떻게 인식하고 해결하느냐다. 기관이 갖고 있는 기본적인 입장이라든지 실제 태도에 대한 부분들을 평가해야 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이어 "지금까지의 인증은 그런 부분을 평가하기에 상당히 제한적이었다"며 "장기적으로는 실제 그런 원칙이 지속적으로 유지될 수 있느냐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김 이사는 "환자안전에 대한 부분은 의료인, 기관 입장에서는 당연한 의무"라며, 환자안전이라는 당위만으로는 기본 인증제 참여를 유도하기 어렵다고 언급했다.
2026 한국정책학회 춘계학술대회 '지역 의료 안전망과 인증제' 세션에서 기본 인증제에 대한 논의가 진행됐다.
"참여율 높이려면 컨설팅·재정지원·전담인력 뒷받침돼야"
다른 토론자들 역시 기본 인증제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제도 안착을 위해서는 실질적인 유인책과 현장 지원이 병행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대한환자안전학회 김효선 부회장과 대한전문병원협회 이창준 정책부회장은 인증제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 재정적·제도적 유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부회장은 "병원 입장에서는 인증 때문에 지불하는 비용보다는 실질적인 보상에 대한 격차가 굉장히 크고, 환자 입장에서는 병원을 선택하는 요소로서 인증 여부가 크게 작용하지 않는 것 같다"며 "자율 인증에 참여하고 싶은 유인책을 대폭 강화해야 되는데 단순히 인센티브 제도만으로는 부족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 사례집을 낸 것은 상당한 도움이 될 것 같다"면서도 "EMR 서식이라든지 이런 부분들도 많이 지원돼야 될 것 같고 무료 컨설팅의 부분도 좀 더 넓혀서 지원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김 부회장은 의료장비와 시설 준비를 위한 장기저리 대출, 환자안전 전담자 급여 지원도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그는 "작은 규모의 의료기관에는 환자안전 전담자의 급여도 정비해서 교육간호사 지원하듯이 환자안전 전담자의 급여도 지원해주면 훨씬 더 1차 의료가 안전해지겠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작은 병원과 지방 병원이 인증 준비 과정에서 겪는 부담을 짚었다. 그는 "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상당한 준비를 해야 되고, 그 준비하는 과정에서 특히 작은 병원이나 지방에 있는 병원들은 일이 늘어나니까 의료진 이탈이 심해진다"고 말했다.
이어 "인증을 받아 준비 열심히 해서 돈도 투자하고 어렵게 인증을 받고 나서도 인증받은 후에 메리트가 별로 없다"며 "가장 좋게 참여율을 높이려면 인증받고 나면 비용 측면에서 메리트를 주면 된다"고 했다.
한국의료질향상학회 박선경 교육이사는 인증 이후 유지 체계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이사는 "한 번 받는 거에서 이벤트는 누구든지 잘할 수 있다"며 "인증을 하는 게 목적이 아니라 유지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중소병원에서는 전담자 역량이 유지의 관건이라며 "중소병원이나 작은 병원에 보면 1년 안에 그 담당자가 어마무시하게 많이 바뀐다. 매달 바뀌는 병원도 있다. 기본 인증을 천천히 갔으면 좋겠다"고 부연했다.
가톨릭관동대학교 최의용 교수는 기본 인증제의 비용 편익 분석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최 교수는 "가치를 중심으로 병원들이 유인된다고 했을 때 이것이 유인이 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있어야 한다"며 "얼만큼의 비용이 기본 인증제를 하는 데 투입돼야 하는가, 그 비용 대비 어떠한 편익이 있는가에 대한 분석이 구체적으로 들어가야 한다. 비용에 대한 막연한 생각만 가진 상태에서 인센티브 논의가 이뤄지다 보니까 인센티브 논의가 손에 잡히지 않는 논의가 돼버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채찍과 당근의 접근이 없이 단순하게 자발적 참여로 가겠다는 것은 제도적 한계가 있을 것"이라며 "시범사업이나 계속된 팔로업, 비용편익 분석 같은 검증 과정을 통해서 좀 더 내실화 있는 방식으로 가야 된다"고 강조했다.
서희정 센터장은 기본 인증제가 최소 기준에 머무르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서는 중소병원의 현실에 맞는 표준을 제시하려는 것이라고 했다.
서 센터장은 "제도가 초기인 만큼 생각하지 못한 부분에서 허점이 드러날 수도 있다"면서도 "국민이 조금 더 안전한 의료기관, 지역에서도 조금 평준화된 수준의 환자안전과 의료 질을 가져갈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고민에서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상급종합병원 등과 달리 중소병원에는 병실마다 세면대를 놓는 게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면서도 "어떤 기관들은 가보면 핸드타월도 없다. 면타월로 계속 씻으면 감염의 위험을 줄이는 게 아니라 더 많은 감염의 위험을 늘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그러한 쪽에 맞춰 기준을 개발했지 급성기 병원 기준에 맞춰 기본 인증을 따라가려고 하는 마음은 없었다"며 "표준이 무엇인지 알게끔 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고민에서 기본 인증제 기준 개발에 심혈을 기울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