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3.05.25 07:21최종 업데이트 23.05.25 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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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평균연봉 2억3000만원? 전공의·군의관·공보의 뺀 수치

[칼럼] 박지용 공정한사회를바라는의사들의모임(공의모) 대표·신경외과 전문의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한국의 야구 팬들, 특히 메이저리그 팬들에게 2019년 하면 떠오르는 야구선수를 묻는다면 그 중 십중팔구는 류현진 선수라고 대답할 것이다. 2019년은 류현진이 29경기에 선발 등판해 14승 5패, 평균자책점 2.32로 평균자책점 메이저리그 전체 1위에 오른 해이기 때문이다.

그런 류현진의 2019년도 슬럼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8월에는 21.2이닝을 소화하는 동안 7.48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2019년 류현진에게 8월이 없었다면 그의 평균자책점은 1.62로 MLB 최고의 성적을 얻었을 것이다. 2위로 아쉽게 놓친 MLB 최고의 투수상, 사이영상을 받았을 수도 있다. 하지만 류현진의 2019년 평균자책점을 말할 때 8월 성적만 쏙 빼놓고 말하는 사람은 찾기 힘들다.

지난 23일 MBC PD수첩 '의대 블랙홀' 편에서 의사 평균연봉은 2억3000만원으로 대기업 직장인 평균인 8000만원에 비해 너무 높다는 취지의 내용이 방영됐다. PD수첩 측이 인용한 자료는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사회연구원(보사연)이 발간한 '2021년 보건의료인력 실태조사'와 2021년 3월 발표된 CEO스코어의 통계자료다.

2035년 의사가 2만7000명 부족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던 보사연은 의사가 부족하다는 근거를 대기 위해 2035년 의사임금을 2019년 수가로 계산하기까지 했다. 사실상의 통계 왜곡이다. 그런데 의사 평균연봉을 계산한 이 보고서에서도 통계를 왜곡한 것은 마찬가지였다.

보사연은 '2021년 보건의료인력 실태조사'에서 2020년 인턴과 레지던트 수를 1의 자리까지 구체적으로 집계했다. 그런데 의사 평균연봉을 계산할 때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인턴과 레지던트를 제외시켰다.

전공의(인턴, 레지던트)는 전문의 자격증 획득을 위해 박봉과 격무를 감수하는 의사들이다. 의사 평균연봉을 계산하는데 이들을 제외하면 의사 평균연봉은 실제보다 높게 측정될 수 밖에 없다.

통계에서 제외된 의사들은 전공의 뿐 아니다. 보사연은 군의관과 공보의들도 제외시켰다. 보고서에서 보사연은 군의관과 공보의들을 포함시켰다고 했지만, 통계에 포함된 2020년 공보의는 676명, 군의관은 단 121명이었다. 반면 실제 2020년 공보의는 약 1900명, 군의관은 약 2000명에 달했다. 몇배 내지 수십배 차이가 난다.

의사 평균연봉 통계에 일반적으로 생각되는 3년 의무복무하는 군의관과 공보의들을 제외한 것이다. 군의관과 공보의는 포함시켰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의무복무가 아닌 자의로 일하는 장기군의관, 보건소 의사들만 통계에 넣었다.

통상적으로 약 200만원의 월급을 받는 군의관과 공보의를 통계에서 제외하면 의사들의 명목상 평균연봉은 실제보다 크게 증가한다. 의사들은 교육과정이 2년 더 긴만큼 사회진출도 늦기에 군의관과 공보의의 연봉을 통계에서 제하는 것은 비합리적이다. 복무기간도 심지어 3년이 넘는다. 그런데도 그들의 연봉을 통계에서 제한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전공의·군의관·공보의는 의사 중 월급을 가장 적게 받는 직군이다. 그런데 보사연은 평균연봉을 계산하면서 그들은 통계에서 빼버렸다. 쉽게말해 2억3000만원이라는 의사들의 평균 연봉은 박봉에 고생하는 의사들은 빼버리고 연봉 많이 받는 의사들만 따로 모아서 계산한 수치라는 것이다.

보사연 뿐만 아니라 의사와 대기업 연봉을 비교한 MBC PD수첩의 비교도 잘못됐다. 의사 중 다수를 차지하는 개원의들은 대출받아 병원을 차린 사업자들이다. 개원의 연봉을 대출 이자내는 사업자가 아닌 임금을 받는 직장인들과 단순 비교하는 것은 누가봐도 잘못됐다.

또 여기에 500대 대기업 직장인 통계를 인용한 것도 문제다. 해당 자료는 2021년3월 발표된 CEO스코어의 보도자료를 인용한 것이다. CEO스코어의 대기업 직장인 평균연봉 통계에는 평균연봉 3700만원으로 왠만한 중견기업보다 연봉이 적은 기업까지 포함되었다.

해당 방송에는 서울대나 연세대같은 명문대를 진학해도 수능을 다시 쳐서 의대에 진학했다는 내용이 나오며 마치 의대가면 연 2억3000만원 , 안 가면 연 8000만원 밖에 못 번다는 느낌을 줬다. 그들이 의대에 안 갔으면 2023년에 초봉도 아니고 평균연봉이 3000만원인 직장에 취직했을 것이란 말인가. 류현진 선수가 메이저리그 안 가고 한화에 남았으면 연봉 3000만원을 받았을 수도 있다는 주장을 보는 듯하다.

마지막으로 500대 대기업 연봉에는 임원 임금이 포함되지 않았다. 애초에 임원과 임원이 아닌 직원의 연봉 차이를 확인하기 위한 데이터다. 기업에 따라 직원 수의 2%를 넘기도 하는 임원급 직원의 연봉은 평균 수 억원으로, 주식회사 이원 등기이사의 경우 평균연봉이 42억원에 달하기도 했다. 500대 대기업 직장인 연봉에 임원진의 월급까지 포함됐다면 대기업 직장인 평균연봉이 8000만원에 그치지 않았을 것이다.

MBC PD수첩은 의사와 대기업 직장인의 연봉을 비교할 때 의사는 저임금 의사들은 다 빼놓고 계산한 수치를, 반대로 대기업 직장인을 계산할 때는 고임금 직원들을 빼놓고 계산한 수치를 인용했다. 이는 명백한 오류지만 통계를 잘 살펴보지 않으면 그저 맞는 말이라고 믿게 된다. 투수가 공을 던질때는 수비를 믿고 던져야 한다. 하지만 류현진은 삼진으로 무조건 잡는다는 마음으로 던졌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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