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이후 강조해온 '조성욱표' 정책
"ICT사업자 독과점 남용행위 제재해 시장혁신 촉진 역할 충실히 수행해야"
업계 영업비밀 유출 가능성 우려엔 "알고리즘 공개 아닌 주요원칙 공개"

[세종=아시아경제 주상돈 기자] "플랫폼을 중심으로 한 거래관계를 규율하는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과 '전자상거래법'의 제ㆍ개정이 이뤄질 경우 플랫폼 기업의 책임성이 강화되고, 시장의 투명성이 개선돼 입점 업체와 소비자의 권익을 두텁게 보호할 수 있다."
9일 조성욱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은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플랫폼 공정화법 제정 의지와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플랫폼 공정화법은 '조성욱표' 정책 중 하나다. 그는 지난해 9월 취임 당시부터 "정보통신기술(ICT) 사업자 등의 부당한 독과점 남용 행위를 제재해 시장 혁신을 촉진하는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야 한다"며 4차 산업혁명을 맞아 혁신이 이뤄지는 시장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한 '경쟁당국으로서의 적극적 역할'을 강조해 왔다.
◆"배민-요기요 기업결합 승인, 연내 결론"= 그는 취임 2개월 후인 지난해 11월 공정위 사무처장 산하에 ICT 분야 전담팀을 설치ㆍ가동시켰다. 이를 통해 ▲온라인 플랫폼 ▲모바일 ▲지식재산권(IP) 등 신산업 분야에 대한 공정위의 전문성과 추진성을 강화한 것을 바탕으로 올 6월엔 '온라인 플랫폼 불공정 근절 및 디지털 공정경제 정책'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플랫폼시장에서의 갑을관계와 소비자 보호, 독과점 예방 등의 추진 과제가 담겼다. 핵심은 플랫폼-입점 업체 간 건전한 거래 질서를 확립하기 위한 플랫폼 공정화법이다. ICT 전담팀의 활동 성과를 구체화한 것이 플랫폼 공정화법인 셈이다. 플랫폼 공정화법은 입법예고 중이고, 전자상거래법은 법안 마련에 앞서 사업자와 소비자 등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는 상태다.
플랫폼 공정화법 제정안은 플랫폼 사업자에게 계약서 작성 시의 필수사항을 제시하고 있다. ▲수수료가 노출 방식 및 순서에 미치는 영향을 포함해 재화 등의 정보가 온라인 플랫폼에서 노출되는 방식ㆍ순서 결정 기준 ▲입점 업체에 제공하는 온라인 플랫폼 중개 서비스 등의 구체적 내용 및 이에 대한 대가로 수취하는 수수료의 부과 기준ㆍ절차 ▲계약 기간과 갱신 및 내용 변경 절차, 계약 해지 사유ㆍ절차 ▲온라인 플랫폼 중개 서비스 등의 개시ㆍ제한ㆍ정지의 기준 및 절차 등이 주요 내용이다.
플랫폼 업계는 노출 순서 결정 기준 공개 시 영업비밀이 유출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에 대해 조 위원장은 "플랫폼 공정화법에 담길 노출 순서 기준 명시는 노출 순서에 대한 알고리즘을 공개하도록 하는 것이 아니고, 입점 업체에 일정 수준의 예측 가능성을 줄 수 있도록 주요한 원칙을 제시하도록 한 것"이라며 "알고리즘 공개에 따른 영업비밀 유출과 거래 실적 조작을 통한 악용 가능성 등의 문제는 발생하지 않고, 더불어 플랫폼 기업의 입장에서도 불필요한 분쟁 발생을 예방할 수 있어 안정적 사업 활동을 영위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검색 결과와 순위의 투명성 확보 등 소비자의 합리적 선택권 보호를 위한 장치 외에 변화된 거래 환경에서의 소비자 보호를 위한 제도 마련을 위해 관련 내용을 면밀히 검토하고 사업자와 소비자 등의 의견을 수렴해 구체적 법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관심 큰 배민-요기요 기업결합승인, "연내 결론 짓겠다" 방침 재확인
공정위는 배달 애플리케이션 1ㆍ2위 사업자인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과 딜리버리히어로(요기요)의 기업결합 승인 여부를 연내 결론 내기 위한 작업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이에 대한 승인 여부는 '공급자-소비자'의 단면 구조인 전통산업과 달리 공급자-플랫폼-소비자로 구성된 플랫폼의 다면적 특성과 배달앱시장의 빠른 변화, 즉 동태성에 대한 공정위의 판단을 읽을 수 있어 국민적 관심이 크다. 조 위원장은 구체적 쟁점이나 입장에 대해선 말을 아끼면서도 '연내 결론을 짓겠다'라는 방침은 재확인했다. 그는 "소비자와 입점 업체에 미치는 영향, 시장에 미칠 영향 등을 다각적으로 심도 있게 분석해 신속히 결론을 내도록 할 것"이라며 "연내 전원회의를 열어 결론을 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정경제 3법, 재계와 소통 강화할 것"=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상법과 공정거래법, 금융그룹감독법 등 이른바 공정경제 3법 제ㆍ개정에 대해선 재계의 우려에도 기존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조 위원장은 "공정경제 3법 제ㆍ개정은 '공정하고 혁신적인 시장경제 시스템' 구현을 위한 시대적 요구를 반영한 것"이라며 "공정경제 3법이 통과되면 경제력 남용과 사익추구 행위 등이 효과적으로 억제돼 공정한 경쟁이 이뤄지는 시장경제 시스템이 구현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기업들 입장에서는 혁신 경쟁을 통해 경쟁력이 강화되고, 경영의 책임성과 투명성이 제고돼 기업가치가 상승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정경제법'에 대해서도 기존입장 고수
"혁신시스템 위한 시대적 요구 반영…사익추구 행위 억제돼 공정경제 구현"
공정위가 2018년에 이어 올해 다시 전면개정을 추진하는 공정거래법에 대해, 기업들은 '사익편취 규제 대상 확대'가 내부거래를 과도하게 규제해 합리적 수준의 경쟁력 확보와 전략적 마케팅 활동을 저해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이에 대해 조 위원장은 "사익편취 규제는 정상적 내부거래는 허용하되, 총수일가에게 부당한 이익을 귀속시키는 극히 일부의 비합리적ㆍ비정상적인 내부거래만을 사후적으로 규율하는 것"이라며 "사익편취 규제 대상 확대는 규제 사각지대를 해소함으로써 총수일가의 편법적 사익추구를 막기 위한 것으로 정상적인 기업 활동을 위축시키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여전히 재계의 우려가 큰 만큼 소통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공정위는 재계에서 제기하는 우려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다"며 "법 개정 취지를 충분히 설명하고 기업들의 의견을 경청하는 등 재계와의 소통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했다.
조 위원장은 "앞으로도 공정거래법 전부개정과 갑을관계법 개정 등의 입법과제들이 마무리될 수 있도록 국회 논의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플랫폼 공정화법 제정과 전자상거래법 개정 등 추진 중인 과제들도 내실 있게 준비해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라며 "시장의 혁신 동력이 제고되고 소비자가 그 혜택을 온전히 누릴 수 있는 건전한 생태계 조성을 위한 노력을 지속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조성욱 위원장은▲1964년생▲1982년 청주여고▲1986년 서울대 경제학 학사▲1988년 서울대 대학원 경제학 석사▲1994년 미국 하버드대 대학원 경제학 박사▲1994년 미국 뉴욕주립대 경제학과 조교수▲1997년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2003년 고려대 경영학과 부교수▲2008년 국제통화기금(IMF) 초빙 연구위원▲2012년 서울대 경영전문대학원 주임교수▲2015년 한국금융학회 부회장▲2010년~현재 한국금융정보학회 회장▲2015년~현재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2019년 9월~현재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
주상돈 기자 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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