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정위는 한화솔루션이 운송 거래 구조를 대리점이 유리한 '상차도 전환'에서 '도착도 전환'으로 바꿔 한익스프레스가 유리하게 일을 할 수 있도록 도왔다고 판단했다. 사진은 '도착도 전환'을 통해 '통행세' 구조가 형성된 과정에 대한 설명.(자료=공정거래위원회)
[아시아경제 문채석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한화솔루션(옛 한화케미칼)을 검찰에 고발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누나 일가가 지배주주인 한익스프레스에 부당 일감 몰아주기, 통행세 지원 등을 했다며 229억여원의 과징금을 부과하면서다.
한화는 공정위가 엄격하게 규율하는 '일감 몰아주기', '통행세 수취 지원'은 물론 오너 혈연관계 지원 행위에 대한 제재를 받게 됐다. 공정위의 '혈연 간 불공정 거래' 제재는 지난달 13일 오너 자녀가 최대주주인 나이키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기업인 창신그룹에 385억여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지 한달 만이다.
한화는 친족 일감 몰아주기, 통행세 수취, 한익스프레스 부당 지원 등 공정위가 제재를 한 주요 쟁점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라며 "거래가 적법하다는 점을 향후 사법 절차에서 적극적으로 소명하겠다"고 적극 항변했다.
"관계사 이유로 김회장 누나 지배주주 회사 '반칙'으로 키워"…한화 '항변'

'도착도 전환' 후 전속운송사 단가 인하 사례.(자료=공정거래위원회)
공정위는 한익스프레스가 태생부터 한화의 '반칙'으로 컸다고 판단했다. 근거로 ▲11년이나 830억원의 수출 컨테이너 물동량 전량을 몰아주고 높은 운송비 지급(일감 몰아주기) ▲1518억원의 탱크로리 운송 물량을 주고 높은 운송비 지급(일감 몰아주기) ▲기존 운송사들과의 거래를 끊고 오직 한익스프레스와 거래(통행세 구조 형성) 등을 들었다.
일감 몰아주기, 통행세 모두 공정위가 가장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불공정 거래 행위다. 공정위는 한화솔루션과 한익스프레스에 시정 명령(향후 행위 금지명령)과 과징금 229억7000만원을 부과했다. 한화솔루션에 156억8700만원, 한익스프레스에 72억8300만원을 각각 매겼다.
공정위에 따르면 한익스프레스는 지난 2009년 5월까지 한화의 동일인인 김 회장이 차명 소유하고 그룹 경영기획실이 경영하는 위장 계열사였다. 이 차명회사는 총수 일가의 재산 증식을 위한 주요 수단으로 쓰여 왔다.
공정위는 "한화 기업집단은 김 회장을 정점으로 구성돼 있고, 경영기획실은 김 회장의 재산증식 및 효율적인 그룹 지배를 위한 조직"이라며 "한화 계열사들은 김 회장의 차명회사에 유리한 조건의 거래를 할 가능성이 크고, 이 같은 배경 아래 이번 지원 행위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어 "한익스프레스가 2009년 5월 김 회장의 친누나인 김영혜 일가에 매각된 뒤에도 이 같은 배경에 따른 지원행위가 계속됐다"고 덧붙였다.
공정위는 "'관계사'란 명분으로 대기업집단 소속 회사가 범(汎) 총수 일가에 부당지원을 하는 경영 관행을 뿌리 뽑겠다"면서 올해 안에 물류회사 대기업집단 소속 화주(貨主)들의 자율 물류일감 개방 정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이번 조치는 해당 대기업집단에 속한 계열사는 아니지만 '관계사'란 명분으로 범총수 일가라 할 수 있는 친누나 일가 지배사에 일방적으로 물류일감을 몰아줘 공정거래 질서를 훼손한 행위를 확인해 엄중 조치했는 점에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한화는 "공정위는 혈연관계를 이유로 그룹 경영기획실이 주도해 지원했다고 하는데, 아무런 근거나 자료 제시 없이 일방적으로 이같이 주장하고 있다"며 "공정위가 법령에 따른 심사를 거쳐 친족관계에서 분리했음에도 불구하고 법률용어가 아닌 '범 총수 일가'란 용어를 쓰고, 주주 개인의 실명을 언급하면서 마치 총수 일가의 사익편취를 위한 행위를 한 것처럼 평가한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받아쳤다.
일감몰아주기 정황…한화 "경영기획실 주도, 공정위 일방적주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사진제공=한화그룹)
공정위가 문제 삼은 한화솔루션의 지원 행위는 크게 ▲컨테이너 운송 거래 ▲탱크로리 운송 거래 지원행위 둘로 나뉜다. 특히 탱크로리 거래에선 한익스프레스에게 유리한 조건으로 '통행세 수취 지원'을 했다고 판단했다.
우선 공정위는 한화솔루션이 2008년 6월부터 2019년 3월까지 830억원 규모의 자사 수출 컨테이너 내륙 운송 물량을 모두 한익스프레스에 수의계약으로 위탁했다고 설명했다. 현저히 높은 운송비를 주면서 총 87억원을 지원했다.
한화솔루션은 1999년 2월 한익스프레스에게 물량을 몰아주기 위해 다른 운송사와의 거래를 중단하고 컨테이너 운송사를 한익스프레스로 일원화했다. 한익스프레스가 김 회장 누나 일가에 매각된 뒤에도 이런 행동을 계속했다.
공정위는 "한화솔루션은 궁극적인 일원화 조치의 목표로 자사의 운송비 절감을 내세웠지만, 실제로 보인 행태는 비용 절감이나 효율성 제고와는 배치되는 행동이었다"며 "물류 일감 몰아주기 외에는 달리 설명할 수 없는 비합리적인 행태를 보였다"고 판단했다.
이어 "화주들은 경쟁 유도 및 운송비 절감을 위해 복수의 거래를 선호하는데, 이 거래는 관행에 반하는 행동"이라며 "(한익스프레스가) 단지 (한화솔루션의) 관계사이기 때문에 운송사로 선정했다는 증거 등에서도 이 사건의 지원 의도가 드러난다"고 덧붙였다.
한화는 "컨테이너 내륙 운송을 한익스프레스로 일원화한 것은 물류비 단가 절감, 서비스 향상을 위한 대형화, 전문화가 필요해서 그런 것"이라며 "동종 업계 주요 기업들의 경우 이와 유사하게 특정 주거래 운송사를 두고 물류거래를 하는 관행이 일반적"이라고 설명했다.
탱크로리 운송거래서 '통행세지원'…한화 "비용절감·효율성제고 위한 것"

한화그룹 소유 지분도.(자료=공정거래위원회)
공정위는 한화솔루션의 탱크로리 운송 거래에서도 불합리한 부당 지원이 이어졌다고 봤다. 공정위에 따르면 한화솔루션은 2010년 1월부터 2018년 9월까지 염산 및 가성소다를 수요처에 직접 또는 대리점을 통해 판매했다. 이 과정에서 탱크로리 운송 거래를 했는데, 1518억원의 물량(국내 유해화학물질 운반시장의 8.4%)을 한익스프레스에게 배타적으로 위탁했다. 이 과정에서 현저히 높은 운송비를 주면서 총 91억원을 지원했다.
더 심각한 문제는 한화솔루션이 한익스프레스가 통행세를 수취할 수 있도록 도와준 정황이 포착됐다고 공정위가 판단을 내렸다는 점이다. 공정위는 "한화솔루션이 대리점을 통해 수요처와 거래할 때 운송 거래 과정에서 실질적인 역할을 하지 않은 한익스프레스를 거래단계에 추가해 통행세를 받을 수 있도록 지원했다"고 설명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한화솔루션 염산 판매량의 약 70%인 대리점 판매물량은 통상 대리점이 전속 운송사를 이용해 각 수요처에 보내는 '상차도 조건'으로 운송되고 있었다. 구매자인 대리점이 판매자인 한화솔루션 공장에서부터 운송을 했다는 의미다. 그런데 한화솔루션은 2010년 1월부터 모든 대리점에 일괄적으로 '도착도 조건'으로 운송하도록 전환을 추진했다. 판매자인 한화솔루션이 수요처까지 자의적으로 운송할 수 있도록 거래 조건을 바꿨다는 뜻이다.
구매자는 통상 이윤 측면에서 유리한 '상차도 조건'을 선호한다. 공정위는 한화솔루션이 이런 배경을 무시하고 한익스프레스를 '통합 운송사'란 명목으로 기존 전속 운송사의 상위 단계에 추가해 '도착도 조건'으로 거래 조건을 바꿨다고 판단했다. 해당 물량은 한익스프레스로 통합해 운송 물량 100%를 한익스프레스로 집중시켰다. 이후 운송 조건이 바뀌어도 한익스프레스에게 전체 물량을 몰아줬다.
공정위는 "한익스프레스는 통합 운송사로 거래단계에 추가됐지만 배차 등 운송 관리, 안전 관리 등에 있어 실질적인 역할을 수행하지 않았다"며 "실제 운송 업무는 대리점과 전속 운송사 간에 이뤄졌는데도, 중간에서 20% 이상의 마진을 취하는 등 막대한 통행세를 받았다"고 알렸다.

공정위는 이 때문에 전속 운송사들이 한익스프레스의 하청사업자로 전락하고 거래과정에서 단가인하를 겪기도 했다고 판단했다. 반대로 한익스프레스는 중간마진을 취했다고 봤다.
한화는 ▲제반 조건을 감안하면 공정위가 산정한 정상가격인 105억원이 아닌 12억3000만원(공정위 산정가보다 88% 적은 금액)을 지원했고 ▲도착도 전환 후에도 운송 통합관리, 대리점 운송비 부풀리기 근절 등으로 실질 운송비 3%를 줄였으며 ▲거래 이후 컨테이너 내륙 운송에 미치는 영향은 시장의 0.26%, 염산 및 가성소다 운송도 국내 운송량의 2.5~2.6% 수준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한화는 "한화솔루션이 컨테이너 운송을 한익스프레스로 일원화하고 탱크로리 통합 운송사로 한익스프레스를 선정한 것은 물류 효율화를 통한 비용 절감과 관리 효율성 제고를 위한 것"이라며 "한화솔루션은 염산 등 맹독성 물질이 많아 대형 인명 사고의 위험이 상존해 운송 규모·설비 면에서 기준에 부합하는 한익스프레스와 거래했다"고 설명했다.
세종=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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