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이선애 기자] 중·소식품업계가 오는 12월로 예정된 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해썹, HACCP) 의무적용을 두고 고민이 깊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경영상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해썹 인증에 상당한 비용 부담을 느끼고 있어서다. 다수의 업체는 미룰 수 있을 만큼 미뤄달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6일 식품의약품안전처 및 업계에 따르면 오는 12월1일부터 식품위생법 제48조 제2항 및 같은 법 제 62조 제1항에 따라 식품 4단계 및 축산물 2단계 해썹 의무적용이 시행된다. 이에 따라 과자, 캔디류, 빵류, 떡류, 초콜릿류, 어육소시지, 다류와 커피류를 제외한 음료류, 즉석섭취식품, 국수·유탕면, 특수용도식품을 생산하는 식품제조·가공업소(식품 의무적용 4단계)와 2016년 매출액 5억원 이상인 식육가공업소(축산물 2단계)는 해썹 적용이 의무화되고, 의무적용 시기를 위반해 생산·판매하면 영업정지 대상이 된다.
문제는 의무적용 대상 다수의 업체가 코로나19 여파로 경영상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으로 비용 부담에서 자유롭지 않다. 해썹 인증에 필수적인 단계인 각종 원재료의 유해요소 실험 및 시설, 설비 설치 및 개보수 등에 상당한 비용이 부담되어 운영상의 부담을 가중시킨다. 인증을 받은 이후에도 인증 유효기간 만료전에 또 받기 위해서는 지속적으로 유지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이에 인증처리 기관인 식약처 한국식품안전관리인증원을 통해 유예 기간을 요청하는 민원이 빗발치고 있다. 민원을 고려해 식약처는 지난달 식품 4단계 및 축산물 2단계 업체를 대상으로 시설·설비 등의 개·보수를 위해 일정기간이 필요하다고 요청하면 최대 1년 범위에서 의무 적용을 유예해주는 내용의 유예 신청을 받았다.
식약처는 업체의 신청사유와 신청기한이 타당한 경우 시설·설비 개·보수(신축 포함)에 필요한 기간을 유예해줄 방침으로, 유예기준 적용범위는 ▲해썹 적용을 위해 시설·설비 개·보수(소재지 이전에 따른 개·보수 및 신축 포함)를 진행 중인 경우 ▲위생전실, 탈의실, 환기시설, 작업장 바닥·벽·천장·출입문 및 창 등의 개·보수 ▲작업장 분리, 구획에 따른 칸막이 공사 ▲중요관리점(CCP) 등 해썹 적용을 위해 필요한 설비(세척기, 가열기, 이물제어 장비 등) 설치 ▲기타 해썹 기준 준수에 필요한 시설·설비 등 개·보수다.
인증원은 이달 12일까지 신청 업체별로 유예 사유·기간 등 적정성을 검토해 적합한 경우 식약처에 보고하고, 식약처장의 승인 후 그 결과(승인 또는 기각)를 오는 16일 영업자에게 문자와 우편으로 통보할 예정이다.
그러나 문제는 시설, 설비 개보수(신축포함)를 진행중인 업체의 한정해 유예신청 접수를 받았다는 점이다. 이미 경영상 어려움, 적용기한 이후 폐업이 예정된 업체는 유예적용이 불가한 상태다. 한 업체 관계자는 "코로나19의 확진이 지속되고 있는 현재 경영상 어려움을 겪고 있거나, 소규모 영세업체 대상으로 긴 유예기간 적용이 필요하다"면서 "매출이 감소한 업체 상황에서는 시설투자비 등 지출이 부담이 되어 의무적용 기간을 적용 받을시 부득이하게 생산을 중단 하거나, 폐업을 검토해야 하는 실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기중앙회 역시 "코로나19로 대부분 중소기업이 매출감소와 생산차질 피해를 겪고 있다"면서 "중소기업 현장을 고려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축산물도 식품처럼 전문기관에서 해썹을 심사해 운영하는 '축산물 해썹 인증제'를 시행하기로 하면서 식용란선별포장업을 설치한 산란계농가들의 고민이 깊다. 가공·유통단계에서의 해썹 인증 기준을 현실적으로 맞추기 어려워서다. 현재 식용란선별포장업을 설치한 상당수 업장이 농장과 연계돼 있다. 절반 남짓의 선별포장업장이 산란계농장 내부에 설치돼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영세한 규모의 계란유통업계가 식용란선별포장업을 설치할 엄두를 못 내자 사실상 식약처가 산란계농가에 선별포장업 투자를 떠넘겼기 때문이다.
농장 관계자는 "산란계농장은 사육시설로 계분, 먼지 등 오염원이 산재해 있는 공간으로 농장 내 노동과 포장업장 내 노동을 완벽히 분리하기 어렵다"면서 "식약처가 식용란선별포장업을 밀어붙여 산란계농가들이 수억원대의 투자까지하며 업장을 설치한만큼 별도의 안전기준을 수립하는 등의 현실적인 대책 마련이 있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선애 기자 ls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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