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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은별 기자]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의 당선이 유력해지자 그동안 '경제학의 이단아'로 여겨지던 현대통화이론(MMT)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MMT는 정부가 부채를 신경 쓰지 않고 무한대로 돈을 찍어내 경기를 부양할 수 있다는 이론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특히 관심을 받았다. 물가 급등만 없으면 돈을 필요한 만큼 찍어내도 된다는 주장인데, 최근 돈을 풀어도 저물가 기조가 이어지고 있어 더 무게가 실렸다. 바이든 후보는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지지하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양적완화(QE)를 거쳐 MMT까지 도입하면 한국도 영향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6일 외신과 유진투자증권 등을 종합하면 MMT를 주장하는 스테퍼니 켈턴 스토니브룩대 교수가 바이든 후보의 태스크포스(TF)에 영입된 것으로 전해졌다. 켈턴 교수는 2016년 버니 샌더스 후보의 경제 자문위원을 지내기도 했다.
MMT는 무제한 화폐 발행을 주장한다. 화폐를 국가 재정 회계를 위한 계산 수단이자 조세 지불 수단으로 전제한다. 따라서 화폐의 신뢰성만 보장되면 정부 지출에 한계가 없고, 정부가 화폐를 발행할 수 있다고 믿는다. 바이든 후보가 지금까지 금리나 통화 정책에 대해 공식 입장을 낸 적은 없지만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내년에도 도입할 것으로 보이는 점을 감안하면 재정 정책을 확대하기에 용이한 저금리가 통화 정책의 근간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향후 한국은행과 한국 정부의 고민도 커질 수밖에 없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금리를 정상화하는 시점이 더 멀어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미 한은은 기준금리를 연 0.50%로 역대 최저 수준까지 낮췄다. 시장에서는 금리를 한 차례 정도는 더 내릴 수 있다고 보고 있지만, 이 카드는 특별한 상황이 아니면 꺼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소규모 개방경제 국가인 한국이 계속해서 금리를 내리면 금리 매력도가 떨어져 외국인 투자 자금이 빠져나갈 가능성이 있어서다. 부동산이란 특수한 문제도 고민거리다. 이미 저금리가 장기화하며 집값 상승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친 만큼 코로나19 상황을 벗어나면 한국 입장에선 금리 정상화가 필요하다. 하지만 세계적으로 돈 풀기가 지속되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 엄격한 재정준칙을 언제, 어떻게 도입할 것인지도 애매할 수 있다.
일단 현재 한은은 MMT에 대해선 부정적인 입장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 8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여당이 MMT식의 돈 풀기를 압박하자 "일부 학자들이 소위 MMT를 얘기하지만 현재로서는 부작용이 상당히 크다고 보고, 본격적으로 MMT를 채택한 나라는 없다"고 말했다.
MMT 자체는 극단적이더라도, 국내 금융기관들은 우선 통화 완화 정책이 예상보다 길어질 가능성엔 대비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KB경영연구소는 "바이든 후보가 당선될 경우 재정 지출이 확대되면서 완화적 통화 정책 기조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미 금융기관이 국채를 상당수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수익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장기 저금리가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김은별 기자 silversta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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