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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은별 기자] 미국의 차기 대통령이 결정된 후에도 '약(弱)달러ㆍ채권 금리 강세(채권 가격 하락)'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가 당선되면 달러 약세가 강하게 나타나며 원ㆍ달러 환율이 1100원대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이 대규모 재정부양책을 통과시키면 달러 가치는 더 떨어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돈을 더 풀려면 추가 국채 발행도 필수적이어서 시장에 국채 물량이 늘어나며 가격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정부와 외환 당국도 필요시 대응 수단을 점검하며 미 대선 상황과 한국시장에 미칠 영향을 살피고 있다.
4일 국내외 시장 전문가들은 바이든 후보가 당선되면 신흥국 통화가 눈에 띄게 강세를 보일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라보뱅크의 피오트르 매티스 선임 신흥시장전략가는 "미국 민주당이 대선에서 백악관은 물론 상ㆍ하원까지 장악하는 '블루웨이브'가 실현되면 신흥시장 통화가 강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민주당이 의회까지 장악하면 대규모 재정부양책을 쉽게 통과시킬 수 있고, 이렇게 되면 달러 가치는 더 떨어질 것으로 본 것이다. 특히 최근 한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제 충격에서 빠르게 회복하고 있어 원화 가치가 상대적으로 더 오르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어느 쪽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달러화 약세는 지속될 것"이라며 "대내외 여건을 반영하면 원화 강세 전망이 우세하다"고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오른쪽)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달러 약세와 함께 채권 금리는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대규모 재정부양책을 통과시키면 결국 국채 발행이 따를 수밖에 없고, 시장에 국채 수급이 과도해지며 국채 가격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채권 금리는 가격과 반대로 움직인다. 미국 상황을 배제한다 하더라도 이미 국내에서도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국채 발행이 늘었고 내년에도 국채 발행이 늘 것으로 전망돼 국채 금리는 오를 것으로 점쳐졌다. 시장에서는 내년 국고채 10년물 금리가 1%대 중반 이상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와 외환 당국도 약달러ㆍ채권 금리 상승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시장을 지켜보고 있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재부 내 거시경제금융 관련 부서를 소집해 미 대선 동향과 시나리오별 국내외 경제ㆍ시장에 미치는 영향, 대응 계획을 점검했다. 한국은행도 미 대선의 윤곽이 잡히는 이날 오후 5시 이승헌 부총재 주재로 상황점검회의를 연다.
당국이 눈여겨보는 부분 중 하나는 약달러 기조가 얼마나 가파르게 나타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수출 비중이 큰 한국의 경제 구조상 원ㆍ달러 환율 하락은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특히 환율이 급격히 하락하면 수출기업들이 혼란을 겪을 수 있어 당국도 구두 개입 등의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 지난 9월 중순까지만 해도 1160~1170원 수준에서 오르내리던 원ㆍ달러 환율은 지난달 1150원에 이어 1140원 밑으로 떨어진 뒤 결국 1130원마저 깨졌다. 이날도 원ㆍ달러 환율은 5.8원 떨어진 1128.3원으로 출발했다. 채권시장 수급 불균형이 나타나면 한은이 국고채 매입에 나설 수도 있다. 한은은 지난달 28일에도 1조5000억원 규모의 국고채 단순매입을 실시했다.
김은별 기자 silversta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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