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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정현진 기자] 중국 정부가 미국 투자가들을 대상으로 달러 국채를 처음 발행했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격화하고 있지만 시장은 아랑곳하지 않고 수익률이 높은 중국에 높은 관심을 나타낸 것이다. 전 세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타격으로 경기 침체를 겪는 가운데 중국 경제만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점도 국채 판매에 영향을 줬다.
16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전날 달러표시 국채를 60억달러(약 6조9000억원) 규모로 발행했다. 발행 만기는 각각 3년, 5년, 10년, 30년 만기다. 중국 정부의 달러표시 국채 발행 규모는 사상 최대를 기록한 지난해와 동일하다. 중국 정부는 2004년 달러표시 국채를 20억달러 규모로 발행한 뒤 장기간 외화 표시 국채 발행을 멈췄다가 2017년 재개, 20억달러를 발행했다. 이후 2018년 30억달러, 지난해 60억달러로 점차 규모를 늘려갔다.
이번 중국의 국채 발행이 주목받는 이유는 중국 재정부가 미국 투자가들을 상대로 국채 판매를 시작한 게 처음인 데다, 비교적 괜찮은 실적을 거뒀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그동안 국채를 미국에서 거래가 불가능한 'RegS' 방식으로 팔았지만 이번엔 미국 투자가들이 매입할 수 있는 144A 채권도 함께 내놨다. 이에 따라 발행된 30년 만기 국채의 경우 5억달러 가운데 47%가 미국 투자가들의 손에 들어가게 됐다. 외신들은 이날 국채를 사기 위한 자금이 300억달러 가까이 몰렸다고 전했다.
이는 금리 조건과 중국경제 여건 등도 감안된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판매된 중국 국채 금리는 미 국채보다 최대 0.8%포인트 높았다. 미국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기준금리를 0% 수준까지 내렸지만, 중국에서 사실상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1년 만기 대출우대금리(LPR)는 연 3.85%를 유지하고 있다.
중국의 경제 회복 속도가 다른 나라보다 빠른 점도 투자가들을 이끌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중국 경제성장률이 올해 1.9% 증가를 기록할 것이라면서 주요 경제대국 중 유일하게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 국가신용등급은 국제 신용평가사 S&P와 무디스에서 각각 A-, A1등급으로 일본과 동일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중국 재정부는 발행 서류에서 경제가 꾸준히 살아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투자가들의 움직임과 관련해 미ㆍ중 갈등을 느낄 수 없다는 점에 주목한다. 다음 달 미 대선을 앞두고 무역, 기술, 정치안보 등 여러 측면에서 미ㆍ중 갈등이 격화하고 있지만 중국 정부와 외국 투자가들은 크게 신경쓰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창웨이량 DBS방크 거시경제 전략가는 "144A 발행은 중국이 미국 투자가를 포함해 전 세계적으로 달러표시 국채를 알리고자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중국은 금융시장의 격을 높이고 자유화를 위해 실용적 방식을 택했으며 미국과의 정치적 갈등과 관계없이 이런 방법을 지속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사무엘 피셔 도이치방크 중국 채권시장 담당은 이번 국채 거래에 대해 "미국 내 기관투자가로부터 엄청난 환영을 받고 있다"며 IMF 경제 전망 상향 조정과 중국 증시 상승세, 소비 관련 지표 회복 양상 등이 중국 국채 투자에 긍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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