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 "사모펀드 사태로 은행 펀드에 대한 신뢰가 추락해 비이자부문 수익이 급감했어요. 당장 주택청약종합저축 가입자라도 늘려야 한다는 압박이 있는 게 사실입니다."(A은행 수신담당자)
은행들이 잇단 사모펀드 사고로 금융상품 판매 수수료를 늘리기 어려워지면서 대안으로 떠오른 주택청약저축 가입 유치 경쟁에 한창이다. 비용 부담 없이 주택청약저축을 대신 판매하는 창구역할을 하면서 수수료 수익을 챙길 수 있는 데다 미래 잠재고객을 확보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14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주요 시중은행들이 비이자수익을 늘리기 위해 주택청약종합저축 가입자 유치전에 나섰다. 통상 은행 수수료 수익은 방카슈랑스, 펀드판매, 신탁, 외화 및 기금위탁 등으로 구성된다. 하지만 사모펀드 환매 사태로 판매가 급감한 데다 방카슈랑스 부문은 '25%룰' 등 한계가 있어 청약저축을 늘리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이다. B은행 관계자는 "주택청약종합저축 수익이 전체 수수료 수익에서 차지하는 숫자는 크지 않지만 신규 가입자를 다른 곳에 빼앗기지 않으려고 이벤트 전략을 짜는 눈치 경쟁이 상당하다"며 "청약저축 고객은 장기 고객이 될 가능성이 높아 은행 입장에서는 놓치면 안되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C은행의 경우 '로또 분양'을 노리는 청약 수요 증가가 맞물리면서 청약 관련 수수료 수익이 지난해 상반기 대비 10% 증가했다. 이로 인해 상반기 말 기금위탁 수수료가 전체 수수료 수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25%에서 3.68%로 높아졌다.
예대마진 축소된 은행권
청약종합저축 가입자 유치로 수수료 챙기기 '쏠쏠'현재 시장 금리 하락으로 예대마진이 축소돼 은행의 핵심 수익성 지표인 순이자마진(NIM)이 하락 추세를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5대 은행의 2분기 말 기준 NIM은 농협 1.67%, KB국민 1.50%, 신한 1.39%, 하나 1.37%, 우리 1.34%로 역대 최저 수준이다. 수익성 방어를 위해 비이자수익을 늘려야 하지만 사모펀드 사고로 통로가 좁아진 게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고객이 주택청약종합저축에 가입하면 은행은 별다른 비용부담 없이 주택도시보증공사로부터 가입 수수료를 받을 수 있을 뿐 아니라 매월 납입 유지에 따른 별도의 수수료도 챙길 수 있다. 은행권 주택청약종합저축 가입자 유치 경쟁에 불이 붙고 있는 이유다. 청약저축 고객이 대출 등 은행의 다른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미래 고객 확보는 얻을 수 있는 보너스 혜택이다.
아파트 청약 열기가 뜨거운 상태를 유지하고 있어 은행들이 가입자 신규 유치에 유리한 환경에 있는 것도 경쟁 가열에 한 몫 하고 있다. 한국감정원 청약홈의 청약통장 가입현황에 따르면 7월 말 기준 주택청약종합저축 가입자 수는 모두 2484만여명으로 역대 가장 많다. 6월 말 2468만명 보다 15만명 이상 늘었다. 주택청약종합저축은 청약 순위가 발생하고 주택 유형별 청약자격을 갖추면 민영주택, 국민주택 모두 청약할 수 있는 '만능 청약통장'이다. 매월 2만원 이상 50만원 이내에서 자유롭게 납입 가능해 가입자 입장에서는 부담이 없다.

은행권 주택청약저축 신규가입자 이벤트 '활발'상황이 이렇다보니 시중 5대 은행 가운데 3곳이 주택청약저축 신규 가입자를 유인하기 위한 유치전에 나섰다. KB국민은행은 내 집 마련을 위해 청약저축을 미리 준비해두려는 젊은층이 많다는 점을 고려해 이달 1일부터 1982~2001년생(20세~39세) 고객을 대상으로 주택청약청약종합저축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NH농협은행 역시 이달부터 주택청약종합저축 신규 가입 및 자동이체 등록 고객을 대상으로 노트북, 상품권, 커피 기프트콘 등을 경품으로 제공하는 이벤트를 내걸었다. 주택청약종합저축 가입고객 500명 달성을 앞두고 이벤트를 통해 가입자 수를 바짝 늘리겠다는 복안이다. 우리은행은 다음달 말까지 주택청약종합저축 및 청년우대형 주택청약종합저축 신규 가입자에게 의류건조기, 공기청정기, 건강보조식품 등을 제공한다.
경품 이벤트를 하지 않더라도 주택청약종합저축 가입자에 대한 다양한 서비스 제공을 내걸어 가입자를 유치하려는 은행도 있다. 신한은행은 은행 애플리케이션(앱)에 주택청약 상담 서비스를 탑재한 데 이어 이달부터 금융권 최초의 전자문서지갑 서비스를 통해 별도의 행정기관 방문 없이 비대면으로 청년우대형 주택청약종합저축에 가입할 수 있도록 했다.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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