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김민영 기자] “은행 영업시간이 단축됐었나요? 주로 모바일로 거래하고 지점을 잘 찾지 않아서 몰랐습니다.”(서울 중구 A은행을 찾은 직장인 최인정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은행 영업시간이 단축된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큰 불편은 못 느꼈습니다. 현금자동입출금기(ATM)기 말고는 지점 이용을 거의 안하는 편이에요.”(서울 여의도 B은행 고객 정만수씨)
코로나19 재확산에 은행들이 지난 1일부터 영업시간을 1시간 단축 운영에 나섰지만 주요 은행에 불편으로 접수된 민원은 불과 1건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오히려 영업시간이 줄어든 지 모르는 사람들도 많았다. 은행 영업시간이 줄어도 불편함을 느끼는 소비자가 거의 없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는 금융당국이 소비자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근 은행들에 지점폐쇄를 자제하라는 지시가 트렌드에 역행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과 맞물린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영업시간 단축에 따라 고객 불편이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와 달리 고객들이 전혀 불만을 제기하기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단축영업이 시행된 지난 1일부터 9일까지 주요 5대 은행(신한ㆍKB국민ㆍ하나ㆍ우리ㆍNH농협)에 접수된 단축영업 관련 민원이 1건 뿐인 것으로 파악됐다. A은행에 “왜 영업시간을 줄었느냐”는 단순 불만 민원이 들어온 것이 전부다. 나머지 4개 은행엔 자체민원이나 금융감독원 등 다른 기관을 통한 민원이 없었다.금융노사 합의 영업시간 1시간 줄여코로나19 재확산으로 수도권에서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시행되면서 은행들은 금융노사의 합의에 따라 지난 1일부터 오는 13일까지 영업시간을 1시간 단축 운영한다. 기존 오전 9시~오후 4시 영업에서 오전 9시30분~오후 3시30분으로 시작과 마감 시간이 30분씩 조정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을 막기 위해 수도권 지역의 은행 영업시간이 단축된 1일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에 단축영업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이에 따라 수도권 내 위치한 은행의 영업시간은 오전 9시30분에서 오후 3시30분까지 평소 대비 1시간 단축해 오는 9월6일까지 유지될 예정이다./강진형 기자aymsdream@
지난달 말 기준 5대 은행의 영업점 수는 3726개. 이중 수도권에만 2792개(74.9%)가 몰려 있다. 약 5곳 중 4곳이 이번 단축영업의 영향을 받는 셈이다. 국내은행 전체로 확대하면 3609곳이 단축영업 중이다.
통상 은행엔 여ㆍ수신 관련, 이자 불만, 창구 직원 불친절 등의 민원이 끊이지 않는다. 5대 은행의 올해 상반기 민원 건수는 1480건으로 하루에 8.13건씩 민원이 접수됐다. 하지만 이번 운영 시간 단축 조치에 대해 민원이 거의 없다는 것에 은행권은 다소 놀라는 눈치다. 코로나19 확산 예방을 위해 고객이 잘 협조하고 있다고 분석이 나온다. 또 코로나19로 내방객이 감소한 영향도 있겠으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등 디지털금융이 소비자의 일상으로 자리 잡아 좀처럼 은행 갈 일이 없어진 요즘 세태가 반영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당국의 지점 폐쇄 압박 '무색'일각에서는 지점을 주로 찾는 중장년층 중에서 이번 단축영업 조치를 모르고 지나간 경우가 많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이 같은 소비자의 인식이 최근 급속한 지점 폐쇄에 대한 금융당국의 우려를 무색케 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올 상반기에만 4대 은행에서 126개 지점이 사라졌다며 “지점 폐쇄를 신중히 검토하라”고 엄포를 놨다. 고령층 고객의 금융서비스 편의를 명분으로 들었지만 근저에는 지점 폐쇄가 인력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깔려 있다고 은행권은 보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당국에서는 지점 폐쇄를 막고 있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지점 통폐합 요구가 은행 안팎에서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단축영업 ‘실험’은 금융노사가 평행선을 그리고 있는 점심시간 지점 셧다운 제도 논의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영업시간을 1시간 줄여도 불편함이 없다면 점심시간 동안 문을 닫아도 영업에 지장을 주지 않을 수 있다는 노조의 주장이 먹힐 수 있어서다. 그러나 점심시간은 직장인 등이 은행 업무를 많이 보는 때 여서 여론이 좋지 못해 사측은 제도 도입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김민영 기자 my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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