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종호 산림청장이 지난 6월5일 태양광 발전시설을 점검하는 모습.(사진제공=산림청)
[아시아경제 문채석 기자]정부가 내년부터 RE100을 시행하기 위해 5가지 이행 수단을 내놨지만 기업들은 비용 증가를 우려하고 있다. 국제 여론과 시민단체의 압박을 의식해야 하는 입장인 글로벌 기업과 납품 업체가 아닌 이상 단가가 비싸고 수급 안정성이 낮은 재생에너지를 사야 할 이유가 없다는 반응이다. '결국 가야 할 길을 간다'는 취지엔 공감하지만 재생에너지 구입을 온실가스 배출권 실적으로 인정하는 체계를 정교하게 마련한 후 이를 명시하는 등 구체적인 각론 마련이 필수라는 조언이 나온다.

자료=산업통상자원부
6일 산업계는 정부가 발표한 RE100 이행 정책에 대해 '취지는 공감하나 부담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앞서 지난 2일 산업통상자원부는 성윤모 장관 주재로 '그린뉴딜 정책 온라인 간담회'를 열고 '녹색 프리미엄'을 뺀 나머지 4가지 구매방안대로 재생에너지를 사면 온실가스 저감 실적을 반영해준다는 내용을 포함한 RE100 정책을 발표했다. RE100은 2050년까지 전력사용량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캠페인을 의미한다.

자료=산업통상자원부
우선 녹색 프리미엄제를 온실가스 저감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정부 방침이 부담이다. 일반 전기요금보다 비싼 재생에너지를 사용량을 늘리게 되니 이에 대한 인센티브를 달라는 기업 요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의무제도(RPS제도)와 예산사업(FIT)으로 생산한 발전량은 국가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에 감축 수단으로 이미 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료=전력거래소 전력통계정보시스템(EPSIS)
전력정보통계 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1kwh당 액화천연가스(LNG) 단가는 100.8원으로, 원자력 46.5원, 유연탄 77.3원 등보다 비쌌다. 녹색 프리미엄제는 한국전력이 신·재생에너지 공급 의무화 제도(RPS)나 발전차액지원제도(FIT)로 구매한 재생에너지 전력에 녹색 프리미엄을 부과하고 일반 전기요금보다 높은 요금으로 판매하는 제도다.

자료=산업통상자원부

자료=산업통상자원부
정부는 재생에너지 구매 실적을 온실가스 저감 실적으로 반영하겠다면서 연말까지 구체적인 절차와 세부적인 인정 방법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산업계와 에너지 업계에선 재생에너지 구매분만큼 사야 하는 배출권 거래량을 깎아주는 안을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고 말한다.

자료=한국거래소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직전 거래일인 지난 4일 온실가스 배출권 종가는 2만1000원으로, 지난 2018년(2만2127원), 지난해(2만9126원)보다 다소 하락했다. 그러나 업계에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낮아진 공장 가동률이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면 4만원대로 상승할 것으로 본다. 배출권 거래제 가격 상승은 시간 문제라는 의미다.

삼성전자 서초사옥. /문호남 기자 munonam@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 같은 글로벌 기업과 납품 업체는 그린피스 등 시민단체의 압박과 국제 여론 때문에 RE100을 도입할지 몰라도 그 외 기업의 호응도가 높을지는 미지수"라며 "RE100을 이행할 시장을 만들어주는 차원에선 (정책의) 의미가 있지만, 한국에선 비용이 너무 드는 게 현실이라 정부가 재생에너지 구입 실적을 '배출권 실적'으로 인정해준다 해도 하겠다고 나서는 기업이 얼마나 될지는 두고봐야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산업통상자원부 주최로 지난해 4월19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 공청회에서 그린피스 관계자들이 'RE100(Renewable Energy 100) 이행, 기업 전력구매계약(PPA)'라는 문구의 현수막을 들고 있는 모습. /문호남 기자 munonam@
재계 관계자는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 세계적인 흐름이란 걸 모르지 않지만, 시장에선 온실가스 감축 정책을 '정부 주도'가 아닌 '기업 주도'로 급격히 전환하는 신호로 받아들일 수 있다"며 "배출권 거래제도 준수하면서 비싼 재생에너지까지 기업이 쓰도록 유도하면, 재생에너지 전환과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기업의 부담이 너무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세종=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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