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업데이트 20.09.04 11:00

[기자수첩]'동원령'연상되는 금융뉴딜

김민영 기자



[아시아경제 김민영 기자] “‘한국판 뉴딜’ 사업 추진에 속도감 높이며 투자 본격화” “한국판 뉴딜 성공 적극 뒷받침할 것” “K-뉴딜에 13조800억원 금융지원 추진.”
3일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제1차 한국판 뉴딜 전략회의가 열린 직후 국내 주요 금융지주사들이 내놓은 보도자료 헤드라인이다. 제목만 봐선 어느 금융사가 내놓은 보도자료인지 모를 정도로 비슷하고 하나같이 한국판 뉴딜의 성공을 위해 수십조원의 투자에 나서겠다는 내용이다.
신한ㆍKBㆍ하나ㆍ우리ㆍNH농협 등 5대 금융지주사들이 뉴딜금융 투자 방안을 줄줄이 내놓았다. KB금융은 한국판 뉴딜의 그린 스마트 스쿨, 국민안전 사회기반시설(SOC) 디지털화 등에 2025년까지 10조원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하나금융도 디지털 뉴딜, 그린 뉴딜 등 한국판 뉴딜 사업에 10조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우리금융은 지난달 발표한 10조원 규모의 뉴딜 관련 금융지원책을 이날 다시 한 번 구체화 해 발표했다. NH농협금융은 대출과 투자를 통해 총 13조8000억원 규모의 뉴딜 지원에 나선다.
그러나 이들 금융사는 앞서 수십조원의 투자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KB금융은 혁신금융 지원에 66조원을 쓰겠다고 발표했고, 하나금융도 혁신금융협의회를 구성해 5년 간 50조원의 금융지원 계획을 수립한 바 있다. 신한금융은 앞서 발표한 28조5000억원의 대출 및 투자 지원에 더해 오는 7일 새로운 내용의 투자방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은행권에선 “깜짝 놀랄 만한 투자 계획 발표가 있을 것”이라는 얘기가 돈다.
이들 금융사가 세워 놓은 투자 계획만 144조5000억원. 전날 하루 새 43조8000억원이 추가돼 뉴딜금융 지원 규모만 188조3000억원에 이른다.
금융사들이 마치 정부 보란 듯 수십조 원 투자 계획을 하루아침에 발표한 것을 두고 일각에선 “도박판에서 판 돈 키우듯 베팅하는 것 같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투자 계획도 어디까지나 사업인데 무슨 사업계획이 이렇게 급하게 확대되느냐”면서 “자율성이 배제되고 속도전에 치중하면 큰 탈이 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금융사들도 답답하다는 입장이다. 당장 사업성을 고려하지 못한 채 정부 압박에 울며 겨자먹기로 투자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정부가 일찌감치 금융권에 뉴딜펀드 관련 계획을 제출하라고 압박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구체성도 없는 정부 주도 사업에 어쩔 수 없이 끌려갈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김민영 기자 my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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