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세종=권해영 기자] 코로나19 지출 확대로 국가부채가 1년 새 약 215조원 급증하면서 나라살림 역시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지난해 예상보다 빠른 경기회복과 61조원 규모의 초과세수 발생에도 불구하고 관리재정수지가 90조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했다. 특히 급격히 늘고 있는 나랏빚에도 정부는 부채 숨기기에 급급한데다 정치권의 선심성 돈 풀기가 계속되면서 재정 건전성 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코로나발(發) 확장재정에 나라살림 90조 적자=정부가 5일 발표한 '2021 회계연도 국가결산'에 따르면 지난해 관리재정수지는 90조500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관리재정수지는 통합재정수지(정부 총수입-총지출)에서 다시 사회보장성기금수지를 제외해 실질적인 나라살림 상태를 보여주는 지표다.
관리재정수지는 전년(-112조원) 대비 적자폭이 21조5000억원이 줄었다. 국가의 경제규모 대비 부채 수준을 살펴볼 수 있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비율도 같은 기간 -5.8%에서 -4.4%로 1.4%포인트 축소됐다. 그러나 지난해 부동산·주식과 같은 자산세수 증가 등으로 61조4000억원의 초과세수가 발생한 것을 고려할 때 여전히 적자폭이 크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총세입은 전년 보다 58조7000억원(12.6%) 늘어난 524조2000억원으로 집계됐는데, 이 중 국세수입이 자산시장 호조에 따라 전년 대비 58조5000억원(20.5%) 늘어났다. 총세출 역시 전년 대비 43조1000억원(9.5%) 증가한 496조9000억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코로나 피해지원 및 방역대응, 경기회복 등을 위한 재정집행을 대폭 늘린 탓이다. 세계잉여금은 23조3000억원 발생했다.
재정적자는 올해 다시 100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1차 추경으로 올해 관리재정수지는 이미 110조8000억원 적자가 예고돼 있다. 2020년 100조원 적자를 첫 돌파한 후 2년만에 다시 100조원을 넘어서는 것이다. 특히 올해는 부동산 거래절벽, 주식시장 위축으로 지난해와 같은 초과세수 발생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나랏빚 증가속도 1위…정부는 부채 숨기기 급급=지난 몇년간 급격히 악화돼 온 재정수지에서 알 수 있듯 국가부채가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는 점은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국가부채는 문재인 정부 출범 직전 연도인 2016년 말 1433조1000억원에서 2021년 말 2196조4000억원으로 763조3000억원(53.3%) 불어났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한국의 2021~2026년 GDP 대비 국가부채 증가율은 5.4%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1위를 기록했다. 미국(0%), 영국(0.6%), 일본(-0.4%) 등 주요 7개국(G7) 국가부채 평균 증가율이 -1.2%라는 점을 감안할 때 우리는 나랏빚 증가 속도가 너무 빠른 것이다.
국가부채 숨기기에 급급한 정부의 태도도 문제다. 기획재정부는 이날 보도자료에서 2200조원에 가까운 국가부채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연금충당부채(1138조2000억원)와 관련해 ‘미래연금 추계치를 나랏빚으로 보기 어려운 이유’라는 제목의 별도 설명을 할애했다. 기재부는 "지급시기·금액이 확정되지 않은 미래연금 지급액 추계치로 장래 약 70여년 이상 기간 동안 지출 소요가 분산된다"며 "공무원·군인이 납부하는 기여금 등 연금수입은 고려하지 않고 연금지출 총 규모만 추정한 금액"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현 정부 들어 공무원 수만 13만명 가까이 증가하고, 공무원연금 재정적자 또한 2020년 2조1000억원에서 2090년 32조1000억원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연금재정이 악화하는 상황에서 재정당국이 변명에만 급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공무원·군인연금은 사실상 국가부채적 성격을 갖고 있어 국가부채처럼 관리해야 한다"며 "이번 2021년 국가부채 발표로 공무원·군인연금을 비롯한 연기금 개혁문제가 논의되지 않을 수 없음이 재확인됐다"고 말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공무원 연금은 재정적자시 나랏돈이 투입돼야 하는데, 정부가 이를 나랏빚이 아니라고 하는 건 통계를 왜곡하려는 것"이라며 "새 정부는 국가부채 증가 속도를 줄이고 재정 건전성 강화를 시급한 과제로 추진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종=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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