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업데이트 22.03.29 13:46

엄벌만 하면 부실시공 해결될까…"적정 공사비·공기 보장없인 공염불"




"이윤 남기려면 인건·자재비 쥐어짜고 공사기간도 줄여야 하는 상황은 수십년째 그대로죠. 중대재해법 생긴다고 달라지기 어려워요. 현장 돌아가는 판은 그대로 두고 처벌만 강화한다고 사고가 사라질까요."
올 초 광주광역시 화정동에서 발생한 HDC현대산업개발(현산) 아파트 붕괴사고의 재발방지 조치로 정부가 ‘원 스트라이크 아웃’이라는 고강도 대책을 내놓은 데 대해 29일 건설업계에서는 "처벌 위주의 대책으로는 사고를 예방할 수 없다"며 근본적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적정 공사비·공사기간 보장 등 건설현장에서 수십년째 요구해온 핵심 사안을 비켜간 조치라는 것이다.
전문건설업체 A사 대표는 "국내 건설산업은 치열한 경쟁 수준을 넘어 저가입찰제에 기반한 출혈경쟁이 비일비재하다"며 "원청이 싼값에 공사를 따내면 수직적 산업구조상 그 비용은 결국 하도급 업체로 고스란히 떠넘겨진다"고 했다. 적은 비용으로 공사를 진행해야 하고 공사기간도 최대한 줄여야 하다보니 쫓기듯 ‘날림공사’에 내몰린다는 것이다. 최석인 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연간 건설현장 사고 사망자 수가 수십 명대에 불과한 영국의 경우 건설안전 제도에서 가장 강조하고 있는 것은 발주자의 안전환경 조성 즉 적정 공사비와 공기를 확보해주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안전·품질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규제 강화만이 아니라 ‘제값주고 제값받기’, 공사비를 확보해주는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다만 ‘제값’에 대한 기준 설정이 쉽지 않다는 게 현실적 한계다. 가깝게는 서울 재건축·재개발 현장에서도 조합과 시공사 간 ‘공사비 제값’ 갈등으로 인해 분양이 미뤄지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원칙적으로 적정 공사기간과 공사비를 산정하는 것은 시공사의 역할"이라면서도 "다만 현실이 원칙을 받쳐주지 못한다면 공공 부문에서 그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것을 검토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특히 아파트의 경우 타 건축물에 비해 표준화가 용이한 만큼 분쟁의 소지도 최소화할 수 있다.
전날 국토교통부는 부실공사로 일정 기준 이상 인명사고를 낸 업체에 대해 등록말소 처분을 내리는 ‘원·투스트라이크 아웃’ 제도를 도입하는 등 부실시공에 대한 처벌 수위를 대폭 높이기로 했다. 현산에 대해서는 ‘법이 정한 가장 엄중한 처분’을 언급하며 ‘등록말소 또는 영업정지 1년’을 관할 관청이 서울시에 요청했다. 등록말소 시 기존 사업은 계속 가능하지만 신규사업이 모두 제한된다. 입찰 과정에서는 ‘과거 실적’이 매우 중요한 요소인데 등록말소가 될 경우 회사의 이력 자체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이 조치는 사실상 파산선고로 간주된다. 업계 관계자는 "현산의 경우 매출 구성에서 주택사업 비중이 70%를 넘는다"며 "주택 신규수주가 막힐 경우 기업 존망이 위태로울 수밖에 없고, 말소 처분이 내려질 경우 행정소송도 불사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김동표 기자 letme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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