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업데이트 20.09.03 11:05

0%대 이자에도 몰리는 정기예금, 왜…




[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지난달 5대 시중은행의 정기예금이 1조원 가량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5개월 만의 증가세 전환이다. 0%대 금리 예금상품 비중이 전체 상품의 70%를 넘어선 상황에도 불구하고 최근 코로나19 재유행 조짐에 따라 경기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확대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ㆍ신한ㆍ우리ㆍ하나ㆍ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지난달 정기예금 잔액은 628조6202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월(627조6655억원)에 비해 9547억원(0.15%) 늘어난 규모다.
5대 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지난 3월 652조3277억원을 기록한 뒤 넉 달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감소폭도 4월 2조7079억원, 5월 5조8499억원으로 갈수록 가팔라졌고 특히 6월(10조6785억원)에는 한 달 만에 무려 10조원이 넘게 빠져나가는 이상현상을 보였다. 코로나19가 다소 진정세를 보였던 7월에는 전월에 비해 감소폭(5조4259억원)이 절반으로 줄었지만 여전히 5조원을 웃돌며 정기예금에 대한 매력이 저하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은행 예금금리가 0%대로 떨어지는 등 저금리 기조가 심화하면서 이자 측면의 매력이 떨어졌고 코로나19로 경기 침체가 가속화하면서 정기예금에 묵혀둘 만한 여유 자금이 이전보다 축소된 탓으로 해석됐다. 대출을 받아 주식에 투자하는 '빚투(빚내서 투자) 열풍'도 여기에 한몫했다.
실제로 5대 시중은행의 현재 정기예금 평균 금리는 연 0.9% 수준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연 1.65%)와 비교하면 1년새 0.75%포인트나 떨어졌다. 금융감독원 금융상품 통합 비교 공시 사이트 '금융상품 한눈에'에 따르면 이날 기준 국내 21개 은행이 취급하는 51개 정기예금 상품 가운데 0%대 금리 상품 비중은 72.5%으로 올 초 5% 미만에서 급속히 늘었다.
1년 만기 기준 상품 중에선 하나은행의 '리틀빅 정기예금' 금리가 연 1.3%로 가장 높았다. 이어 '하나원큐 정기예금'(연 1.20%), '주거래 정기예금'(연 1.15%) 순이었다. NH농협은행과 신한은행이 1%를 턱걸이하는 상품을 내놨을 뿐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은 1%를 넘는 정기예금 상품이 없었다. 그나마 하나은행의 리틀빅 정기예금도 기본금리가 연 0.5%에 불과해 우대금리를 빼면 사실상 0%대 예금 상품인 셈이다.
하지만 이 같은 초저금리 속에서도 지난달 정기예금이 5개월 만에 증가세로 돌아선 것은 그만큼 앞으로의 경기 상황이 심각해질 수 있다는 우려를 여실히 보여준다. 특히 정기예금 증가폭 확대는 개인보다 기업을 중심으로 두드러졌다. 최근 중소기업중앙회가 총 3150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경기전망 결과에 따르면 9월 업황전망 경기전망지수(SBHI)는 67.9로 전월보다 3.0포인트 하락했다. 전년 동월 대비로는 15.3포인트나 하락한 수치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예금 금리가 역대 최저 수준인 상황에서도 특히 기업 쪽 정기예금이 증가했다"면서 "중소기업 경기전망이 4개월 만에 다시 하락세로 돌아서는 등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투자 대신 안전자산인 정기예금에 돈을 묶어두려는 모습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강욱 기자 jomarok@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전체 뉴스 순위

칼럼/MG툰

English News

전체보기

유튜브

전체보기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