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HDC현대산업개발이 창사 이래 최대 위기에 몰렸다. 국토교통부가 지난 1월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신축공사 현장에서 붕괴사고를 낸 HDC현대산업개발에 법이 정한 가장 엄중한 처분을 내려줄 것을 서울시에 요청했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28일 이번 사고의 원인과 피해 규모를 볼 때 원도급사인 현대산업개발에 대해 가장 엄중한 처분이 적용될 필요가 있다며 등록말소 또는 영업정지 1년을 부과할 것을 서울시에 요청했다고 밝혔다.
건설산업기본법 제83조에서는 고의나 과실로 부실하게 시공해 시설물 구조상 주요 부분에 중대한 손괴를 일으켜 공중(公衆)의 위험을 발생하게 한 경우 1년 이내 영업정지나 등록말소 처분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사실상 현행법상 관련한 최고 수위의 처분은 '등록말소 또는 영업정지 1년'인 것이다. 이는 국토부가 사안의 중대성 등을 종합해 사실상 등록말소 처분을 요구한 것으로 해석된다.
서울시가 국토부의 요청을 받아들여 등록말소를 결정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지금까지 건설사 등록말소는 1994년 성수대교 붕괴사고 때 동아건설산업 한 차례 뿐이었다. 만약 현대산업개발이 등록말소를 당할 경우 동아건설산업에 대해 정부가 1997년 건설업면허 취소 처분을 내린 이후 25년 만에 첫 사례가 된다. 이에 대해 현대산업개발 측은 "처벌을 받는 입장에서 특별히 할 말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또 국토부가 부실공사로 일정 기준 이상 인명사고를 낸 업체에 대해 등록말소 처분을 내리는 '원·투스트라이크 아웃' 제도를 도입키로 하자 건설업계의 당혹감이 커지고 있다.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대책"이라는 우려에서다.
A건설사 관계자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 중인 상황에서 부실시공에 대한 처벌 수위도 전례 없이 높을 경우 건설산업에 미치는 부담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며 "임직원은 물론 지역 하도급 업체 등에 미치는 사회적 파장도 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부는 올해 초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과 별개로 현재 건설현장에서 사망사고가 발생할 경우 발주자, 설계자, 시공자, 감리자 등을 형사처벌 할 수 있도록 한 건설안전특별법 제정도 추진하고 있다.
여기에 부실시공으로 사망사고를 낸 업체에 대해 등록말소를 내리는 새로운 '원·투 스트라이크 아웃' 제도를 도입하겠다는 것은 중대재해법, 산업안전보건법, 건설기술진흥법, 건설산업기본법, 형법 등 5중 제제에 이어 건설업 자체의 성장을 막는 또다른 규제일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B건설사 관계자는 "건설사가 아무리 안전에 예산을 투입하고 현장 관리에 집중해도 현실적으로 100% 사고 발생을 막기는 어렵다"며 "중요한 것은 사고가 났을 때 발주자가 어떤 노력을 했는지 충실히 따져보는 것인데 원·투스트라이크아웃과 같은 제도는 건설사의 노력이 아닌 징벌적 처벌에만 집중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C건설사 관계자도 "현장 근로자들의 마인드가 따라오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라며 "건설사만 처벌하면 근로자들의 실수를 완전히 막을 수 있다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우려했다.
조강욱 기자 jomaro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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