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황서율 기자] "보유세 부담이 높아졌는데도 집 팔겠다는 문의가 없네요."(노원구 A공인중개사사무소(공인) 대표)"어차피 새정부가 들어서면 세제가 바뀌고 부담이 줄어들 거란 기대감이 있죠."(도봉구 B공인 관계자)
정부가 공동주택 공시가격을 크게 올리면서 보유세 부담을 1주택자에 한해 완화해주는 정책을 발표했다. 이에 올해 다주택자의 보유세는 크게 올라가는 게 불가피하다. 그러나 이런 변화에도 시장 반응은 시큰둥하다. 새정부가 들어서면 어차피 정책이 다 바뀌는 것 아니냐 그리고 그 방향은 세금 경감 쪽이 아니겠느냐 하는 시각이 팽배하기 때문이다. 이런 기대감에 집주인들은 공시가격 발표 이후 오히려 매물을 거둬들이는 분위기다.
28일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 집계에 따르면 올해 공시가격 변동률이 20.66%로 서울 자치구 가운데 가장 높은 도봉구의 아파트 매물은 이날 기준 1753건으로 공시가격이 발표된 지난 23일 1809건에서 56건(-2.8%) 줄었다. 공시가격 변동률 2위(20.17%)인 노원구도 마찬가지다. 같은 기간 노원구의 아파트 매물은 4109건에서 4008건으로 101건(-2.5%) 감소했다. 앞서 이들 2개구의 매물이 이달 들어 증가하는 추세였다. 실제 이달 1일부터 현재까지를 기준으로 삼으면 노원구의 매물은 4.4%, 도봉구의 매물은 2.8% 늘었다. 하지만 공시가격 발표 이후 매물이 줄어드는 이상현상이 발견되는 모습이다.
인근 공인들은 공시가격과 관련된 문의조차 없다고 입을 모았다. 창동주공 2, 3단지 인근 C공인 대표는 "공시가격 발표에도 관심 갖는 사람도 없고, 민감하게 받아들이지도 않는다"면서 "특히 다주택자들의 반응도 심드렁하다"고 전했다. 변동된 공시가격이 보유세에 반영되는 일자는 6월1일.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취임 이후라 변동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부동산 공시가격 2020년 수준 환원 등 부동산 세제 정상화를 공약으로 내걸었던 윤 당선인은 지난 25일 국토교통부 업무보고 때 "다주택자라고 무리하게 규제하는 게 과연 맞는지 더 세밀하게 살펴봐야 한다"며 다주택자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도봉구 창동 인근 D공인 대표 최한호 씨(68)는 "다주택자의 경우 정권이 바뀌면 보유세·거래세 등 세제가 완화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공시가격 변화가 부동산 시장에 끼칠 영향도 적어졌다고 전망했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올해 다주택자들은 보유세 부담이 커졌지만 윤 당선인의 양도세 중과배제 공약 실현을 기다릴 수도 있다"면서 "일시적 2주택자나 긴급 자금이 필요한 다주택자들은 집을 내놓을 수 있는데 그 물량이 많을 것 같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다주택자들이 물량을 적극적으로 내놓게 하려면 양도세 중과 유예 등 ‘퇴로’를 열어줄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계속 제기된다. 결국 새 정부가 대선 공약을 얼마나 충실히 실천하는가를 확인한 후 시장 참여자들이 본격적인 행동에 나서지 않겠냐는 것이다.
조강욱 기자 jomarok@asiae.co.kr
황서율 기자 chest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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