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시가 오후 9시 이후 편의점 야외 테이블에서 취식 행위에 대한 현장 단속을 실시하자 하루새 편의점 모습이 달라졌다. 지난달 31일 오후 10시 야외 테이블에 손님이 북적이던 동대문구의 한 편의점 모습(사진 위)과 야외 테이블을 뒤집어 손님 접근을 막은 1일 모습(사진 아래).
[아시아경제 이승진 기자] 1일 서울 동대문구 경희대 인근의 한 편의점 앞에서 오후 9시가 되자 작은 소란이 벌어졌다. 편의점 종업원이 야외 테이블에 앉아 있던 손님들에게 자리를 떠나 달라고 요청했지만 술에 취한 일부 손님이 끝까지 버티고 앉아있었기 때문이다. 종업원이 "단속 나오면 벌금 내야 한다"며 10분이 넘도록 설득한 끝에서야 손님은 자리를 떴다.
이날 서울시는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조치에 따라 오후 9시 이후 편의점 내 또는 야외 테이블 취식 행위에 대한 단속을 예고했다. 하룻밤 사이 삼삼오오 모여 술판을 벌이던 편의점 앞 풍경이 180도로 달라졌다.
오후 9시 이후 경희대 인근 편의점 다섯 곳을 살펴본 결과 야외 테이블이 놓여있던 곳 모두가 테이블을 치우거나 안내문을 붙여 손님이 앉을 수 없도록 조치를 취했다. 일부는 테이블을 거꾸로 뒤집어 놓아 손님 접근을 원천 봉쇄하기도 했다. 이들 편의점은 전날 야외 테이블에서 술을 마시는 손님들로 북적이던 곳이다.
서울시의 조치에 현장은 많은 변화가 생겼지만 혼란스럽다는 반응도 터져 나왔다. 단속 대상이 되는 편의점은 치킨 등 조리 음식을 판매하거나, 커피 머신을 설치해 휴게음식점으로 등록된 곳이다. 하지만 서울시는 점포 내에서 전자레인지 등으로 음식을 데우거나 컵라면에 뜨거운 물을 붓는 등의 행위는 위법으로 보지 않는다고 설명해 기준이 모호하다.
서울의 1만3000여개 편의점 중 약 4000개 점포는 휴게음식점에 해당하지 않아 단속 대상에서 제외되는 문제도 있다.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가 적용된 수도권 전체에서는 단속 대상이 되지 않는 점포는 1만여개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방자치단체마다 단속하는 곳과 하지 않는 곳이 나뉘어 편의점 경영주들도 혼란스럽다.
편의점 경영주나 종업원이 손님들의 행동을 제지하기 어려운 현실도 문제다. 접혀 있던 파라솔을 마음대로 펼치는 손님은 물론 술에 취해 말이 제대로 통하지 않는 이도 다수다. 대부분 편의점은 1인이 근무하고 있어 계산과 외부 단속을 동시에 하기 어려운 점도 있다.

1일 오후 9시 서울 동대문구의 한 편의점 종업원이 야외 테이블에 앉아 있는 손님들에게 일어나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동대문구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박재영(38ㆍ가명)씨는 "야간 아르바이트생 중에는 외국인 친구도 있는데 아직 한글이 서툴러 손님들에게 바뀐 조치를 설명해줄 수 있을지 걱정된다"며 "테이블에 앉지 않고 편의점 앞에 쪼그리고 앉아 맥주를 마시는 손님도 있는데 이런 경우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난감하다"고 토로했다.
편의점 본부는 서울시의 일방적 조치에 당혹감을 드러냈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서울시가 단속 조치 하루 전에 구체적 내용 없이 짧은 공문 하나만 보내왔다"며 "서울시가 편의점 본부와 미리 충분한 논의를 했다면, 더 원활하게 서울시 조치에 협조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서울시는 편의점 집합제한명령에 따라 야간에 편의점에서의 취식 금지 행위에 대한 현장점검을 통해 이행 여부를 확인할 계획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조치로 위반 시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영업장 사업주에게는 300만원 이하의 벌금이, 이용자에게는 1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이승진 기자 promoti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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