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업데이트 22.03.23 13:53

다주택자는 '세금폭탄' 그대로…세입자에 전가 우려




올해도 공시가격이 큰폭으로 상승했지만 정부가 보유세 완화 방안을 동시에 마련하면서 1가구 1주택자의 세부담은 크게 늘어나지 않게 됐다. 그러나 다주택자는 이러한 완화 방안에서 제외돼 지난해에 이어 '세금폭탄'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세부담을 견디지 못한 다주택자들이 매물을 시장에 내놓으며 '백기투항'할 가능성도 있지만, 오히려 세입자에게 세부담을 전가할 수 있다는 우려가 더 크다.
23일 정부는 정부서울청사에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1세대 1주택자의 보유세와 건강보험료 부담을 지난해 수준으로 동결하기로 했다. 1세대 1주택자(올해 6월1일 기준)에 한해 올해 재산세·종부세 과표 산정 때 2021년 공시가격을 적용하기로 한 것이다. 공시가격은 보유세를 매기는 기준 가격이므로 지난해 공시가격을 쓰면 재산세와 종부세를 작년 수준으로 동결시키는 효과를 낸다.




이같은 조치에 따라 실제로 1주택자의 세부담은 크게 높아지지 않을 전망이다. 재산세의 경우 지난해부터 시행된 재산세 특례세율(공시가격 9억원 이하 1세대 1주택자에 가격 구간별로 세율을 0.05%포인트 감면) 효과까지 고려하면 전체 주택의 93.1%에 해당하는 계층(작년 공시가 6억원 이하 1세대 1주택자)의 올해 재산세가 2020년보다 낮아진다고 정부는 설명했다.
그러나 2주택자 이상 다주택자들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상당한 수준의 보유세를 피할 수 없게 됐다. 서울 서초구 반포 자이 전용 84㎡와 광장 현대 전용 84㎡ 2가구를 보유한 2주택자라면 지난해 보유세가 8814만원이었는데, 올해 공시가격 상승으로 인해 1억1668만원으로 세부담이 커진다. 지난해 대비 보유세가 32.4%나 오르는 것이다. 두 아파트를 각각 1채씩 보유한 1주택자가 올해 납부할 보유세 합산액(2030만원)보다 무려 5배 이상 많은 금액이다. 반포 자이와 광장 현대 외에 전용 82㎡ 규모의 송파구 잠실 주공5단지까지 3가구를 보유한 다주택자의 경우는 올해 납부할 보유세가 2억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정부는 다주택자에 대한 '징벌적 세제' 방침을 지속하면서, 이들이 시장에 급매물을 내놓길 기대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이미 지난해 다주택자들이 역대급 '증여 러시'를 통해 매물을 정리한만큼, 매물 출회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오히려 일부 다주택자들이 높아진 보유세를 세입자들에게 전가하며 버틸 수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소득이 불안정한 고령·은퇴자들 중심으로 매물이 나올 가능성도 있지만, 대부분은 세입자에게 보유세 부담을 전가하며 버티기에 나설 가능성이 더 크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종부세 등 보유세 부담이 커진 집주인들이 전세를 월세로 돌리고 임대료를 높이는 방식으로 세 부담을 세입자에게 전가하는 현상이 이미 나타난 바 있다"며 "전세의 월세화, 월세가격 상승이 더욱 가속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동시에 다주택자에 대한 전반적인 보유세율 완화와 공시가격 현실화율 속도조절에 대한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공시가격 현실화율 로드맵에 따라 공시가격 현실화율은 매년 높아지기 때문에, 집값 상승에 따라 보유세는 계속 오를 수밖에 없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올해 공시가격도 크게 올랐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만약 매년 부동산 가격이 상승한다면 지금의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없다"면서 "근본적인 원인은 목표 기간과 현실화율을 설정하고 추진되는 공시가격 변동에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장기적으로 지방세인 재산세와 국세인 종부세를 통합하고, 1주택자의 종부세율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전 수준으로 낮추겠다고 약속했다. 현재 150∼300%인 종부세 세부담 상한을 50∼200%로 낮추고, 공시가격 현실화 추진계획도 재수립하겠다고 공약했다.
다만 공약사항이 실현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보유세 등은 법을 고쳐야 하는 사안으로, 과반이 훌쩍 넘는 민주당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특히 종부세 개편·폐지 등의 경우는 문재인 정부의 정책 노선과 반하기 때문에 민주당과의 충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국토부 김수상 주택토지실장은 "공시가격 로드맵은 3년에 한 번씩 현실화 계획을 재점검하기로 한 만큼 새 정부와 협의해 수정 방안을 살펴보겠다"며 "보유세 개편 방안도 새 정부와 전반적인 논의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표 기자 letme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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