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 충청북도 청주시에 위치한 A생명보험사 B지점장인 최동필(가명ㆍ47)씨는 31일 홀로 사무실을 지켰다. 충북도가 도 내 보험사를 대상으로 집합제한명령을 내린 첫 날이었다. 30여명에 달하는 전속 설계사는 아예 출근을 하지 않도록 조치했고, 사무실에서 내근을 하던 직원들도 이날부터 2부제로 재택근무에 돌입했다.
당장 이번달 신상품에 대해 영업 교육을 실시해야 하지만, 모임 금지령이 내리면서 조회나 교육은 물론 회식까지도 무기한 연기됐다. 최 씨는 "방역 지침을 지키기 위해 불가피하게 비상근무 체제에 돌입할 수 밖에 없었다"며 "고객을 직접 만나지 않으면 긴 시간 상담을 진행하기 어려운데, 전화 통화로만 영업을 하라는건 굶어죽으라는 얘기 아니냐"고 하소연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실시로 보험 설계사들의 대면 영업 활동이 마비됐다. 보험사들은 설계사를 매개로 지역사회 감염이 확산되지 않도록 전국에 영업 자제 조치를 내리면서 하반기 영업 실적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보험사들은 이달 6일까지 전속 설계사들에게 대면 영업 자제 조치를 내렸다. 지점 단위 조회나 교육 등 모임을 금지하고 회의는 비대면 화상회의로 진행하며 영업 교육은 추후 공지시까지 전부 연기했다.
특히 충북지역은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5일까지 집합제한명령에 따라 대면 영업이 중단됐다. 지난 6월 기준 생명보험협회에 등록된 충북지역의 설계사는 모두 1012명에 달한다. 이들은 모두 출근을 하지 않고 대면이 아닌 전화 등을 활용한 비대면 영업에 들어갔다.
전국 등록 설계사 11만1327명 가운데 규모는 0.9%에 불과하지만, 지역 제한 없이 보험영업이 이뤄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피해 설계사는 더 늘어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설계사 영업을 주로하는 법인대리점(GA)들도 사실상 폐업 상태에 놓였다.
보험설계사는 직업적 특성 상 단 기간 많은 사람을 만날 수 밖에 없어 코로나19의 감염, 확산 우려가 높은 것으로 지적받고 있다. 앞서 충북 진천에서 코로나19에 확진된 설계사 3명은 접촉자가 각각 100여명을 넘은 것으로 확인된 바 있다.
보험사들은 대면 영업을 대체할 수 있도록 텔레마케팅(TM)이나 전화 영업 등으로 전환하는 식으로 대응방안을 마련 중이다. 고객 니즈가 많은 어린이 및 운전자보험, 치아보험 등을 위주로 영업에 나설 계획이다.
하지만 영업 중단으로 인한 손실을 얼마나 줄일 지는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생보사 관계자는 "설계사들이 회사도 안 나오고 고객도 만나지 않는 상황에서 보험을 판매할 뚜렷한 방법이 보이지 않는다"며 "당분간 비대면 활동에 집중하는 수 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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