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구은모 기자] 농심, 오뚜기, 삼양식품 등 '라면 3사'가 지난해 모두 부진한 실적이 거뒀다. 코로나19 사태 첫해인 2020년 '집콕' 수요가 커지며 라면 매출이 급증한 데 따른 기저효과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국내 라면시장 1위 제품인 '신라면'을 판매하는 농심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1061억원으로 1년 전보다 33.8% 줄었다. 오뚜기와 삼양식품 역시 작년 영업이익이 2020년보다 각각 16.1%, 31% 감소했다.
라면 3사는 투자 설명자료 등을 통해 공통적으로 원자재·물류비 등 제반 비용 상승 탓에 실적이 부진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업계는 비용 상승 못지않게 2020년 호실적에 따른 ‘역기저효과’의 영향으로 보고 있다. 2020년에는 사람들이 '사회적 거리두기'를 처음 경험하면서 간편식인 라면 소비가 급증했지만 이후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며 라면 수요가 예년 수준으로 돌아갔다는 것이다.
실제 라면사업 비중이 전체의 90% 이상인 삼양식품의 2020년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21.9% 증가해 기존 최대치를 경신했다. 이런 기록적 수치와 비교하다 보니 지난해 실적이 상대적으로 더 부진하게 나타났다는 얘기다.
농심도 비슷한 상황이다. 농심은 2020년 ‘집콕’ 트렌드와 영화 기생충에 나온 '짜파구리'(짜파게티+너구리)의 인기에 힘입어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다. 영업이익은 2019년보다 무려 103.4% 증가했다. 그러나 2020년 하반기부터 밀키트·배달음식 등 대체품의 수요가 커지면서 다시 줄었다.
라면 3사가 겪은 이 같은 실적 기저효과는 수치로도 확인된다. 삼양식품의 지난해 영업이익을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2019년과 비교하면 약 16.4% 적은 수준으로, 2020년 대비 감소폭(31%)보다는 확연히 작다. 같은 기간 농심과 오뚜기의 영업이익은 외려 각각 34.6%, 12.3% 증가했다.
업계는 지난해 8∼9월께 라면제품 가격을 인상한 효과가 조만간 실적에도 반영될 것으로 내다봤다.
구은모 기자 gooeunm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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