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세종=이준형 기자] 한국전력이 미국 캘리포니아 임페리얼 카운티에 위치한 대형 태양광발전소의 인수를 추진하고 나선 것은 세계 최대 친환경 에너지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89MW급 태양광발전소를 품으면 미국 괌(60MW)과 캘리포니아(235MW)에 보유한 기존 태양광발전소와 함께 미국 친환경 전력시장 공략을 본격화할 수 있다.
이번 태양광발전소 인수로 해외 에너지저장장치(ESS) 사업의 행보도 한층 빨라지게 됐다. 한전은 태양광 발전과 함께 ESS를 적극 활용해 미국 현지 전력시장 참여를 확대해 수익을 낼 계획이다. 에너지를 저장했다가 비쌀 때 파는 게 대표적이다. ESS 충방전을 통해 전력 공급과 수요의 불일치로 발생하는 주파수 변화를 조정해 수익을 올릴 수도 있다.
신재생에너지에 집중하고 있는 한전의 경영 전략과도 맞물린다. 한전은 지난해 말 발표한 ‘2022~2026년 중장기 경영목표’에서 2026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발전용량을 1102.9MW까지 늘리겠다고 밝혔다. 또 향후 5년간 전체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의 90% 이상을 태양광을 통해 확보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경제성이 문제다. 이번 인수 작업에 1000억원 이상의 비용이 투입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한전의 해외 신재생에너지 사업은 대개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한전이 콜로라도 발전소를 인수한지 3년 만에 사업 철수를 결정한 것도 경제적 효과가 기대에 한참 못 미쳤기 때문이다. 본래 한전은 콜로라도 발전소에서 25년 동안 2억3000만달러(2754억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실제 발전량은 당초 계획의 80%대에 불과했고 수익률은 2018년 기준 0.7%를 기록했다. 사업 계약 해지 등으로 매몰된 투자비만 190억원 규모다.
이번 인수 작업을 놓고 반대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한전이 정부의 탈원전 기조에 매몰돼 태양광 사업을 무리하게 확장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명예교수는 "한전의 해외 태양광 사업은 정치논리에 따른 결과"라며 "원자력 발전을 키우는 세계적 추세에도 역행한다"라고 지적했다.
세종=이준형 기자 gils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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