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업데이트 22.02.13 16:20

[송승섭의 금융라이트] 금융 공공기관은 왜 지방에 많을까?

금융은 어렵습니다. 알쏭달쏭한 용어와 복잡한 뒷이야기들이 마구 얽혀있습니다. 하나의 단어를 알기 위해 수십개의 개념을 익혀야 할 때도 있죠. 그런데도 금융은 중요합니다. 자금 운용의 철학을 이해하고, 돈의 흐름을 꾸준히 따라가려면 금융 상식이 밑바탕에 깔려있어야 합니다. 이에 아시아경제가 매주 하나씩 금융이슈를 선정해 아주 쉬운 말로 풀어 전달합니다. 금융을 전혀 몰라도 곧바로 이해할 수 있는 ‘가벼운’ 이야기로 금융에 환한 ‘불’을 켜드립니다.



[아시아경제 송승섭 기자] 금융 산업의 발전과 안정, 금융 소비자 보호를 위해 없어선 안 될 존재가 있습니다. 바로 금융 공공기관이죠. 예금자를 금융사고로부터 보호하고, 공적 자산을 관리하거나, 서민금융 업무를 도맡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많은 금융 공공기관들이 서울이 아닌 지방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금융 공공기관은 어떤 이유에서 지방에 있게 됐을까요?
금융위원회를 주무부처로 두고 있는 공공기관은 크게 8개가 있습니다. 서민금융진흥원·신용보증기금·예금보험공사·중소기업은행(IBK기업은행)·한국산업은행·한국예탁결제원·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한국주택금융공사입니다. 세부적으로는 서금원·신보·예보·캠코·주금공이 ‘준정부기관’이고요. 기은·산은·예탁원이 '기타공공기관'입니다.
총 8개의 금융 공공기관 중에서 4개 기관이 지방에 위치해있습니다. 예탁결제원과 캠코, 주금공이 부산광역시에 있죠. 신보는 대구광역시에 있고요. 나머지 4개 기관은 서울에 있습니다.



이들 기관이 처음부터 지방에 세워졌던 건 아닙니다. 원래는 서울에 있었죠. 2014년에 예탁원을 시작으로 주금공과 캠코가 부산 국제금융센터(BIFC)로 이사했습니다. 신보도 1985년 서울 공덕동 사옥에 있었습니다. 그러다 약 30여년 만인 2014년에 대구로 사옥을 이전했고요. 금융위 산하는 아니었지만 당시 대한주택보증도 부산으로 이전했었죠.
공공기관의 사옥 이전은 정치권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2003년 수립된 노무현 정부는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혁신도시’를 추진하기 시작했습니다. 지방 거점 도시를 개발해 수도권 집중현상을 완화하고 지역경제를 개선하는 게 목표였죠. 혁신도시의 중요한 성공 열쇠 중 하나가 바로 서울에 있던 공공기관의 이전이었습니다. 수백·수천명이 일하는 공공기관이 혁신도시로 옮겨가면 해당 지역 경기가 살아날 수 있다고 판단했던 거죠.
2003년 6월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공공기관 지방 이전 추진 방침’이 나왔고, 2004년 4월에는 ‘국가균형발전 특별법’에 공공기관을 지방에 옮기기 위한 근거가 마련됐습니다. 그렇게 수도권에 있는 345개 공공기관 중 175개 기관의 이전이 결정됐습니다. 2012년 12월 국토교통인재개발원이 제주혁신도시로 첫 이사를 시작하면서 다른 공공기관도 지방으로 내려가게 된 겁니다. 부산에 유독 금융 공공기관이 많이 내려갔던 건 2009년 부산시가 금융도시로 선정된 영향이고요.
불붙는 '금공' 이전 공약…산은, 부산으로 내려가나



금융 공공기관의 이전 논의는 대선을 앞두고 다시 불붙는 모양새입니다. 여야를 막론하고 대선후보들이 금융 공공기관의 추가 이전을 공약으로 밝혔기 때문이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지난해 11월 대전을 방문한 자리에서 “대통령이 되면 수도권에 있는 공기업과 공공기관이 200곳 이상 남아 있는데 그걸 다 지방으로 옮기려 한다”고 했습니다. 이전 대상에는 산은과 기은이 포함됐죠.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콕 집어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을 공약으로 내세웠습니다. 윤석열 후보는 지난달 15일 부산선거대책위원회 필승결의대회에서 “부산이 세계 최고의 해양 도시로 첨단 도시로 발돋움하려면 금융 자원이 뒷받침돼야 한다”며 “금융 산업 없이 이런 일을 이뤄낼 수 없다. 그래서 저는 KDB산업은행을 부산으로 이전시키겠다”고 주장했습니다. 산은을 부산으로 옮겼을 때 발전 효과가 상당할 거라는 게 윤 후보의 생각입니다.



산은의 이전 가능성이 커지자 반대와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습니다. 당장 이동걸 산업은행장이 “정치권이 산업과 금융, 기업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모르니까 하는 말”이라며 공개적인 비판성명을 냈죠. 이 회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산은을 지방으로 이전하는 것은 진보가 아닌 퇴보, 금융발전에 역행하는 것”이라며 “지난 5년간 산은 회장으로서의 경험에 비춰 볼 때, 산은이 금융경제 수도인 서울에서 아우르며 전국의 균형발전을 지원하는 게 효율적”이라고 반박했습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금융 공공기관의 경우 지방이전으로 인한 역효과가 크다는 지적이 많이 있었습니다. 주무부처인 금융위원회가 서울에 있고 다수의 민간 금융사가 서울에 있어 업무 비효율성이 커진다는 취지에서죠. 산은의 경우 ‘본점을 서울에 둬야 한다’고 명문화돼있는 산업은행법도 개정해야 합니다.




송승섭 기자 tmdtjq850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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