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서소정 기자] 한국은행이 최근 물가 상승 압력이 석유류 등 일부 품목에 국한되지 않고 근원품목(식료품·에너지 제외)으로 확산되고 있어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5%였던 지난 해 보다 크게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전운이 감도는 가운데 물가 오름세가 이어지면서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3% 안팎으로 높아질 전망이다.
13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물가상승압력 확산 동향 평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10월 이후 3%대의 높은 오름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물가 상승 품목의 비중을 나타내는 물가상승 확산지수도 상승세를 지속했다.
한은에 따르면 물가상승 확산지수는 지난해 12월 68.0, 올해 1월 67.9를 기록했다. 확산지수 데이터를 2005년 이후 살펴본 결과 시계열 내에서는 지난해 12월이 가장 높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 조사국 물가동향팀 오강현 과장은 "물가가 2% 이상 오른 품목의 수도 지난해 1월 132개에서 올해 1월 239개로 급증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최근 물가상승 확산세는 과거 물가급등기였던 2008년, 2011년보다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물가상승압력이 석유류 등 일부 품목에 국한되지 않고 근원품목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근원품목 내에서는 외식품목의 물가상승 확산세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실제 지난해 12월 기준 39개 외식품목 중 커피를 제외한 38개 품목의 가격이 1년 전에 비해 인상됐으며, 이 중 32개 품목은 3% 이상 상승했다.
올해 1월 들어서는 커피가격도 오르며 3% 이상 상승한 품목의 개수도 34개로 전월 대비 더욱 늘어났다. 외식물가 오름세는 지난해 후반부로 갈수록 높아지면서 예년 수준을 큰 폭으로 상회한 데 이어 올해 들어서도 1월 중 전월대비 상승률(1.0%)이 1998년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하는 등 오름세가 더욱 확대됐다.
한은은 앞으로 외식물가가 수요회복, 재료비 인상 등에 따른 추가 상승압력이 상존한 데다 하방경직성이 커 올해 중에도 오름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또 글로벌 공급병목에 따른 물가상승압력이 자동차, 가구 등 일부 내구재를 중심으로 점차 뚜렷하게 나타나는 것으로 집계됐다.
자동차와 가구 가격의 경우 지난해 하반기, 특히 4분기 중에 집중적으로 상승했으며, 해당 품목의 물가상승 확산세는 다른 내구재에 비해 상당폭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내구재 가격은 원자재 가격과 환율 상승,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확산에 따른 글로벌 공급차질 해소 지연 등으로 지난해보다 올해 상승 압력이 더 높아질 것이란 전망이다.
오 과장은 "최근 물가상승 확산세는 과거 물가 급등기 수준을 다소 상회한다"며 "물가상승 확산 정도가 커지는 가운데 목표수준을 상회하는 물가 오름세가 이어지면서 기대인플레이션이 상승할 경우 추가적인 물가상승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경제주체의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안정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한은이 치솟는 물가를 반영해 오는 24일 수정 경제전망 발표에서 지난해 11월 내놓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2.0%)를 3% 안팎으로 대폭 상향 조정할 가능성이 커졌다.
서소정 기자 ss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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