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업데이트 22.02.08 11:05

본예산 집행 한 달 만에 세출구조조정?…기재부 딜레마



[아시아경제 세종=손선희 기자, 이현주 기자] 기획재정부가 올해 본예산을 집행한 지 만 한 달을 겨우 넘긴 시점에서 세출 구조조정에 들어갈 전망이다. 적자국채 추가 발행에 한계가 있는 상황에서 정치권의 추가경정예산(추경)안 증액 압박에 떠밀린 불가피한 작업이다. 연초부터 '예산 부족'을 이유로 추경안을 편성해놓고, 정작 그 재원을 기존 본예산을 깎아 마련한다는 점에서 '조삼모사식'이란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8일 정부 및 국회에 따르면 김부겸 국무총리가 전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14조원 규모의 추경안 증액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국회의 증액 논의에 탄력이 붙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그간 '증액 불가' 방침을 고수해 왔지만,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무차별적으로 쏟아진 여야 공세에 결국 한 발 물러난 모양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곧바로 정부안보다 24조9500억원 대폭 증액한 추경안을 전날 의결했다. 소상공인 대상 방역지원금을 정부안(300만원)보다 세 배 이상 많은 1000만원을 지급하겠다는 내용이다. 보건복지위원회도 정부안보다 15조원 늘어난 추경안을 의결했다. 두 상임위에서 늘어난 금액만 40조원에 이른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도 이날 예비비 증액안을 의결할 것으로 보인다.
관건은 재원마련 방안이다. 김 총리는 '국회 합의'를 전제로 증액 가능성을 열어두면서도, '합리적 방안'을 도출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금리인상이 예고된 상황에서 이미 1000조원을 돌파한 적자국채를 수십조 더 찍어내는 것은 물가, 국채시장에 충격을 가할 수 있다. 그렇잖아도 뛰는 금리를 더욱 자극해 풍선효과로 예상치 못한 위기상황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정부 역시 지난해 초과세수 범위를 넘어서는 수준의 국채 발행에는 부정적이다.
결국 현실적으로 가능한 수단은 세출 구조조정이다. 이는 야당인 국민의힘에서 지속적으로 요구해 온 부분으로, 전날 김 총리 역시 이를 언급했다.
야당에서는 최대 50조원 규모의 세출 구조조정을 하라고 벼르고 있다. 지난해 정부 예상을 뛰어넘는 규모의 초과세수가 10조원가량 발생했다지만, 국가재정법에 따라 약 40%는 지방교부금으로 내려가고 일부 국채상환 등을 고려하면 실제 '쓸 수 있는' 세계잉여금은 불과 3조원 안팎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추경 증액을 위해서는 대규모 세출 구조조정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다만 기재부 입장에서는 본예산 집행이 시작된 지 겨우 만 한 달을 넘긴 상황에서 세출 구조조정을 해야 하는 난감한 입장이다. 세출 구조조정 규모가 정치권 요구대로 수십 조원대로 커질 경우, 이는 곧 정부 스스로 '607조원' 규모의 초슈퍼 예산을 방만하게 편성했다는 것을 인정하는 꼴인 셈이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향후 경기 불확실성이 여전한 상황에서 연초부터 대규모 지출 구조조정은 현실적으로도 쉽지 않은 문제다.
국회 기재위 간사를 맡고 있는 류성걸 국민의힘 의원은 "예산 607조 중 어느 부분을 (구조조정) 할 수 있을지는 행정부가 누구보다 잘 알 것"이라며 "우선순위 떨어지는 지출 구조조정은 재정당국에서 충분히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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