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8일 도쿄의 총리 관저로 들어가는 모습. 일본 언론은 아베 총리가 건강 문제로 총리직 사임을 표명했다고 이날 일제히 보도했다.(이미지 출처=로이터연합뉴스)
[아시아경제 문채석 기자]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사의를 굳혔다고 일본 언론이 보도한 가운데 우리 정부는 후임자 선정 여부를 신중히 살펴본 뒤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고노 다로(河野太郞) 방위상,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자민당 간사장 등이 후임 총리로 거론된다. 전문가들은 급하게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등 굵직한 각론을 풀어가기보다 일본 반응을 먼저 검토하는 정부 대응이 적절하다고 말한다. 단, 야권 인사로 차기 총리가 바뀐다 해도 한일 외교통상이 급속도로 가까워질 가능성은 극히 낮다는 게 중론이다.
28일 일본 언론 보도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이날 오후 5시 총리관저에서 사임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거취 관련 설명을 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 17일 아베 총리는 병원을 방문해 장시간 치료를 받았다. 지병으로 국정 운영에 지장을 주는 것을 피하기 위해 사임할 뜻을 굳혔다고 일본 정부 관계자 등은 전했다.
일본 정계에 총리 교체란 대형 변수가 떠오르면서 우리 정부의 향후 통상 대응에도 관심이 쏠린다. 현재 한일 양국은 WTO 통상 분쟁과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의 사무총장(WTO DG) 선거전, 강제징용 전범 기업 자산 매각 등 외교통상 각론을 둘러싸고 첨예한 갈등을 벌여왔다. 길게 보면 '한·중·일 FTA' '한국의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등의 교섭 이슈도 여전히 남아 있다.
정부 관계자는 "우선 아베 총리의 후임자가 누구인지를 살펴본 뒤 일본 측의 반응을 점검한 뒤 대응 전략을 상황에 맞게 다르게 가져가야 할 상황"이라며 "현재로선 별도의 브리핑, 내부 회의 등을 진행할 것이란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5월12일 통상 주무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의 이호현 무역정책관은 일본에 "6월까지 수출규제를 조속히 철회해달라"는 내용의 브리핑을 했다. 일본 측이 뚜렷한 답변을 하지 않자 6월2일 나승식 산업부 무역투자실장은 "일본 WTO 제소 절차를 재개하겠다"고 말했다.
통상 전문가들은 설령 야권인 이시바 전 자민당 간사장이 총리가 된다 해도 양국 간의 통상 갈등이 당분간 사그라들진 않을 것으로 봤다. WTO 제소, 사무총장 선거전, 전범 기업 자산매각 등 특정한 현안을 콕 집어 일본의 구체적인 대응을 끌어내려 하기보다, 지도자의 원론적인 대화 제스처를 취하면서 실무자 간 협의를 이어나가야 한다는 조언이다.
김흥종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은 이날 아시아경제와의 통화에서 "'우리는 일본의 대화를 기다리고 있으니 미래 지향적으로 우호 선린 관계를 확대해나가자'는 기본적인 메시지를 전한 뒤 일본의 반응을 살피는 게 순서"라며 "'톱다운' 방식으로 일거에 해결하기보다 '바텀업' 방식으로 각 현안에 대응한다면 일본의 내부 변화를 감지할 수 있다. 현재로선 정부가 밝힌 대응책은 적절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진단했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총리가 바뀐다고 갑자기 한일 관계가 완화할 것으로 보기엔 현실적으로 어렵고, 특히 일본 국내 정치 상황이 큰 변수"라며 "그간의 양국 갈등 이면에는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총리 간의 감정적인 문제도 어느 정도 작용했던 만큼, 일본의 지도자가 바뀌는 것은 한일 관계를 개선할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정 교수는 "정부는 이 기회를 잘 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 15일 문 대통령은 제75주년 광복절 축사를 통해 "정부는 언제든 일본 정부와 마주 앉을 준비가 돼 있다"며 "한 사람의 인권을 존중하는 일본과 한국의 공동 노력이 양국 국민 간 우호와 미래 협력의 다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제징용 피해자 문제 해법으로 피해자의 인권 존중이란 보편적 가치에 대한 양국 간의 공감대를 바탕으로 대화의 실마리를 찾아보자고 제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일본 수출 감행 직후 맞은 광복절 축사에서 전한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 '책임 있는 경제 강국' 등 극일 메시지에 비하면 다소 완화된 제스처를 취한 것으로 평가된다.
세종=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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