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세종=이준형 기자] 방문판매로 상품을 파는 다단계 판매업자가 3분기 연속 감소했다. 3년째 이어진 코로나19 사태로 대면접촉 기반의 판매 방식이 직격탄을 맞은 영향이다. 폐업 후 불법 영업을 이어가는 미등록 업자도 있어 일부 폐업 업체를 주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2021년 4분기 다단계판매업자 주요정보 변경사항’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다단계 판매업자는 125개다. 3개 업체가 다단계 판매업에 신규 진입했지만 기존 6개 업체가 폐업해 직전 분기(128개) 대비 3개 줄었다. 다단계 판매업자는 지난해 2분기부터 3분기 연속 감소했다. 등록 업체수는 최근 5년새 최저치다.
폐업수 자체는 많지 않지만 감소세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정부가 소비자 보호를 위해 다단계 판매업 진입장벽을 일반 방문판매업보다 높게 설정해놨기 때문이다. 다단계 판매업을 합법적으로 영위하려면 자본금 3억원 이상, 소비자피해보상보험 가입 등 여러 요건을 갖춰야 한다. 시장 진입이 비교적 어려운 만큼 폐업 결정도 쉽지 않다는 의미다. 지난해 4분기 폐업수가 다단계 업종의 현 상황을 보여주기에 충분하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공정위 관계자는 "다단계 판매업자는 까다로운 요건을 갖춰서 시작했기 때문에 경기가 조금 악화됐다고 폐업하지 않는다"면서 "6개 업체가 폐업했다는 건 다단계 판매업의 전체적 상황이 꽤 어려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폐업수가 전체 다단계 판매업자에서 차지하는 비율 등을 따지면 적다고 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다단계 판매업자수가 감소세를 보인 배경은 코로나19에 있다. 대면접촉 중심의 방문판매가 제한돼 영업 자체가 위축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2020년 다단계 판매업 총 매출액은 4조9850억원으로 전년(5조2284억원) 대비 4.65% 감소했다. 같은 기간 다단계 판매원수는 834만명에서 827만명으로 7만명 줄었다. 다단계 판매업체를 매개로 감염된 확진 사례가 잇따르며 업종 인식도 악화됐다.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다단계 판매업자를 대상으로 집합금지 명령을 내리거나 다단계 판매업소를 고위험시설로 분류하기도 했다.
‘집콕’ 문화의 확산으로 온라인 쇼핑이 급증한 영향도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온라인 쇼핑 거래액은 약 192조9000억원으로 전년(약 159조4000억원)보다 21% 증가했다. 2001년 통계 작성 이래 최대치다.
소비자단체는 일부 폐업 업체들이 영업을 지속할 수 있다며 소비자들의 주의를 당부했다. 폐업 후 정부가 정한 요건을 갖추지 않은 채 다단계 판매업을 지속한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공정위가 2006년부터 매 분기마다 다단계 판매업자 주요정보 변경사항을 공개한 이유도 소비자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상호나 사업장 주소 등이 자주 바뀌는 다단계 판매업자도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할 필요가 있다.
류용래 공정위 소비자정책국 특수거래과장은 "다단계 판매업 실태조사는 종사자나 소비자에게 주의를 당부하는 의미가 크다"면서 "휴·폐업, 공제계약 여부 등을 확인해 불법 영업하는 다단계 판매업자를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세종=이준형 기자 gils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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