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업데이트 22.02.01 09:00

잇따른 빅딜 무산·지연…고심 커진 산은



[아시아경제 유제훈 기자] 조선·항공산업을 둔 빅딜(Big deal)이 잇따라 무산·지연되면서 KDB산업은행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유럽연합(EU) 경쟁당국은 지난달 13일(현지시각)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불승인 했다. 이로써 지난 2019년 이후 3년간 지속돼 온 조선 빅딜은 원점으로 돌아가게 됐다.
이번 기업결합 무산은 그간 빅딜을 주도해 온 산은으로선 당혹스러운 결과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불승인 결정은 EU의 철저한 자국 이기주의에 근거한 것"이라며 "공정한 판단이라고 보이지 않기에, 국민께 죄송스럽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굉장히 유감스럽다"고 토로했다.
산은에게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2000년 이후 22년째 해결되지 않고 있는 골칫덩이다. 20여년 간 사실상 두 번의 공적자금을 지원했지만 경영정상화는 쉽지 않았고, 매각시도 마저 번번이 무산됐다. 산은은 오는 3월께 나올 경영 컨설팅 결과를 보고 난 후 '플랜B'를 결정하겠단 방침이지만, 대우조선해양 민영화는 지속 추진한단 방침이다.
하지만 새 주인 찾기 역시 험로(險路)가 예상된다. EU의 이번 결정으로 동종업계(삼성중공업) 간 결합은 불가능해졌고, 해외 매각도 대우조선해양이 방위산업 부문을 영위 중이어서 불가능 하다. 지난 2010년대 중반과 달리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조선업황이 회복기에 들어섰다는 점은 긍정적인 요소이지만, 부채규모만 7조원이 넘는데다 신규 투자까지 필요한 만큼 선뜻 인수에 나설 기업을 찾기 쉽지 않으리란 전망이 많다.
이 회장도 "대우조선해양의 잠재적 부실과 규모를 놓고 볼 때 구주를 인수하고 신규 자금까지 투입할 수 있는 국내 기업은 몇 안 된다고 본다"면서 "여러 방안이 고려될 순 있으나 구주매각 방식보단 뉴 머니 유입으로 재무구조가 개선 될 수 있는 신주 인수방식으로 (재매각을) 추진할 것"이라고 전했다.
산은이 추진 중인 또 다른 빅딜인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도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지난 2020년 11월 공정거래위원회에 기업결합을 신고했지만, 독과점 우려로 공정위의 판단은 1년이 넘도록 지연됐다. 공정위는 지난해 연말 심사보고서를 통해 '조건부 승인'으로 가닥을 잡았고, 다음주께 전원회의를 통해 이를 확정할 계획이나 해외 주요국 경쟁당국이란 관문이 아직 남아있는 상태다.
현재까지 심사를 진행하고 있는 주요국은 미국, EU, 중국, 일본, 영국, 싱가포르, 호주 등 7개국이다. 이들 경쟁당국 중 한 곳이라도 불승인 결정을 내리게 되면 항공 빅딜도 무산될 수 밖에 없다. 최근 조선 빅딜이 EU 경쟁당국의 반대로 무산된 만큼 이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다만 산은은 항공산업 특성상 불승인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이 회장은 "조선산업과 달리 항공산업은 고객이 90%가 한국 국적자인 만큼 EU가 반대할 이유가 있을까 한다"면서 "특히 글로벌 항공업계는 코로나19 이후 대규모 공적자금이 투입된 시장으로, EU가 반대할 요량이면 자국기업에 들어간 공적자금도 회수해 (국적사들을) 다 도산시켜야 한다. 자기들은 수 십 조원을 투입해 자국 항공사를 유지하면서 우리 건은 반대해선 되겠나"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이는 충분히 외교적으로 설득해 볼 수 있는 이슈"라며 "해외 기업결합 시도에 우리 정부처럼 이렇게 손 놓고 앉아있는 사례가 어디있나. 공정위, 외교부 등 범 정부 차원의 협조가 절실하다"고 당부했다.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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