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송화정 기자] 미국 대형 은행들의 실적 지표가 국내 대형 은행지주와는 다른 흐름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순이자마진(NIM)은 하락 중이고 충당금은 이미 환입 사이클에 진입했다.
31일 한화투자증권에 따르면 JP모건,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씨티은행, 웰스파고, US뱅코프, PNC파이낸셜서비스 등 6개 미국 대형 은행의 평균 NIM은 지난해 4분기 2.00%로 전년 동기 대비 9bp 하락하며 추세적인 하락을 지속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6개 은행의 분기 평균 NIM은 2019년 2.7%, 2020년 2.26%, 지난해에는 2.01%로 떨어졌다.
김도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금리 상승과 대출자산 성장에도 불구하고 마진율이 악화된 주 원인은 자산과 부채의 미스매칭에 있다"면서 "팬데믹 이후의 예금 수요 증가로 6개 은행의 예금 잔액은 2020년 1분기부터 2021년 4분기까지 전분기 대비 평균 4.0% 증가했고 특히 요구불을 제외한 원가성 예금이 5.7% 증가한 반면 대출은 같은 기간 평균 0.2% 증가하는 데 그쳤다"고 분석했다. 이로 인해 6개사의 NIM은 예대금리차(NIS)보다 가파른 하락폭을 나타냈고 순이자이익은 지난해 1분기까지 오히려 감소했다.
반면 KB금융, 신한지주, 하나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등 한국 대형 은행지주 4사는 같은 기준으로 산출한 예금과 대출 증가율이 각각 전분기 대비 2.5%, 2.6%로 유사한 가운데 NIS도 상승하면서 유의미한 이자이익 성장을 나타내고 있다.
충당금은 대규모 전입 이후 환입 흐름을 보이고 있다. 미국 대형 은행들은 코로나19 확산 초기인 2020년 1, 2분기에 대규모 충당금을 선제적으로 쌓았다. JP모건은 2020년 2분기에만 105억달러(약 12조8000억원)의 대손비용을 인식했다. 대규모 충당금 전입 이후 지난해 1분기부터 본격적인 환입이 시작됐다. 김 연구원은 "6개사 합산 충당금은 2020년 674억달러에서 지난해에는 -237억달러를 기록했다"면서 "선제적 전입에 따른 리바운드 효과를 제거하기 위해 2020년 1분기~2021년 4분기의 분기 평균을 보면 6사 합산 충당금은 55억달러로 2019년 분기 평균 56억달러와 유사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한국 대형 은행지주 4사는 2020년 1분기부터 2021년 3분기까지 분기 평균 8340억원의 충당금을 순전입했다. 이는 2019년 분기 평균 대비 21% 증가한 수준이다. 이와 함께 금융당국이 지난해 4분기 실적에 스트레스 테스트에 준하는 충당금 추가 반영을 요구하고 있어 충당금 증가율은 더 높아질 전망이다.
국내 은행들의 NIM은 올해 상반기까지 강세를 보이고 충당금 환입 시점은 2023년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 연구원은 "금리 흐름을 고려하면 한국 대형 은행의 NIM은 올해 상반기 높은 상승폭을 보일 것"이라며 "2년간 이어진 대손충당금의 보수적 전입은 신용리스크를 제한하겠으나 올해 5월부터 실제 연체가 발생할 것을 고려하면 연내 충당금 환입은 이른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부실의 강도가 대비한 충당금보다 낮다면 2023년부터 환입이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송화정 기자 pancak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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