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심나영 기자] 시중은행들이 예·적금 이자는 생색낼 정도로 올리는데 비해, 대출이자는 가파르게 올린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과 가계대출총량을 제한하는 규제로 인한 금리 상승기에 대출 이자에서 예·적금 이자를 뺀 예대금리 차는 시간이 갈수록 커지는 중이다. 금융 소비자 부담과 은행의 이익 증가로 양측 간 균형이 흐트러질 수 있는 사안인만큼, 정치권도 주시하고 있다.
30일 한은에 따르면 2021년 12월말 잔액 기준 총수신금리는 연 0.83%(전월대비 6bp 상승), 총대출금리는 연 3.04%(전월대비 8bp 상승)로 집계됐다. 예대금리 차이는 2.21%포인트로 2년 4개월만에 가장 컸다.
지난 14일 한은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 이후,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은행은 예·적금 상품 금리를 0.3~0.4%포인트 올려 적용했다. 기준금리보다 큰 인상폭이지만 은행들이 소수 상품에만 적용했을 뿐, 상품별로 인상폭이 다른데다 기준금리 인상수준을 벗어나지 못하는 실정이다. 몇몇 고금리 특판 상품을 제외하면 정기예금 이자는 1%대, 적금 이자는 2%대 수준이다.
예대금리차는 지속적으로 벌어지는 추세다. 2020년 말 2.05%포인트에서, 지난해 9월 2.14%포인트, 10월 2.16%포인트, 11월 2.19%포인트를 나타냈다.
문제는 앞으로도 예대금리차가 간극이 좁혀지기 힘들다는 점이다. '한은 기준금리 상승 → 예·적금 금리 상승 → 은행의 대출을 위한 자금 조달비용 상승 → 대출 기준금리인 '코픽스' 금리 상승 → 소비자 대출 금리 상승 구조에 원인이 있다. 코픽스는 은행이 대출 자금을 모으는데 필요한 비용을 뜻하는 지수로, 국내 8개 은행 정기예금과 금융채 등 금리를 가중평균해 계산한다. 이 중에서도 예금 금리 비중이 가장 커 예금 금리가 오르면 시차를 두고 코픽스와 대출 금리가 차례대로 상승한다.
은행권은 2월 코픽스에 이달 은행권의 수신금리 인상이 반영되면 대출금리는 또 오르게 돼, 예대금리차도 여전할 것이라 전망했다. 지난해 11월 말 한은이 기준금리를 올린 때만 봐도 알 수 있다. 당시 은행들이 예·적금 금리를 0.4%포인트 끌어올렸다. 이후 코픽스 금리는 11월 0.26%포인트, 12월 0.14%포인트씩 뛰었고, 곧바로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와 전세대출 금리 상승으로 이어졌다.
예대금리차가 확대되면서 정치권도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윤석열 국민의 힘 대선후보는 지난 19일 "시중은행들이 예금금리와 대출금리간 차이를 주기적으로 공시하도록 하겠다"며 "기준금리 변동시 예대금리차가 가파르게 증가하는 경우에는 담합의 요소가 있는지 살피도록 해 금 융소비자를 보호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심나영 기자 sn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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