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업데이트 20.08.28 11:28

[기자수첩]코로나19 시국에…심각한 공기업 '기강해이'



[아시아경제 김보경 기자] "내가 몇 시에 오는지 아무도 몰라. 체크하는 사람 없어. 정한 시간에 안 와도 돼."
지난 3월6일 유연근무제를 실시 중이던 한국중부발전의 익명 신고시스템 '레드휘슬'을 통해 감사실로 한 신고가 접수됐다. 정해진 출근 시간보다 30분 이상 지각하는 등 출퇴근 불량을 지적하자 직원 A씨가 위와 같이 발언했다는 내용이었다. A씨는 평소 외출할 때 외출부를 거의 작성하지 않았으며, 어느 날은 병원 진료를 받는다는 핑계로 부장 이름을 대리 서명하고 나간 뒤 복귀하지 않기도 했다. 감사실은 접수된 신고를 토대로 복무기강, 근태 관리 실태를 조사한 뒤 A씨에게 징계 조치를 건의했다.
공기업 자체감사에서 적발된 공기업 직원들의 기강해이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감염 의심자와 밀접 접촉했음에도 회사에 그대로 출근한 사례도 있었다. 한국수력원자력의 직원 B씨는 지난 4월 해외에서 입국한 자녀가 코로나19 감염 판정을 받기 전까지 재택근무를 하지 않고 회사에 출근했다. 코로나19 의심자(자녀)의 감염여부 판정 시까지 재택근무를 해야 하는 한수원 규정을 어긴 B씨에게 주의 처분이 내려졌다.
사택 전세보증금 1억원을 반환하지 않고 2년 넘게 버틴 사례도 있었다. 2016년 6월 한수원 직원 C씨는 회사와 공동 임차인으로 회사 인근에 아파트 전세계약을 맺었는데, 전세기간이 종료된 후 보증금 1억원을 임대인으로부터 돌려받고 지금까지 회사에 반환하지 않고 있다. 해외 법인에 파견된 한국석유공사 직원 D씨는 숙박비를 부당하게 챙겨 최근 인사위원회에서 파면 조치됐다. D씨는 숙박기간과 요금이 허위로 작성된 영수증을 제출하고 공문서까지 위조했다.
우리는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유례없이 '큰 정부'를 맞이했다. 중앙정부의 강한 행정력과 통제권이 경제·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부처 업무를 실질적으로 수행하는 공공기관 역시 날로 비대해지고 있다. 올해 공공기관 임직원 수는 42만명, 그중 공기업은 15만명으로 사상 최대 수준이다. 공직윤리를 소개한 다산 정약용의 '목민심서'에는 "모든 공무를 수행함에 있어 사욕(私慾)을 끊고 하늘의 이치(天理)를 따르려고 애써야 한다"는 말이 있다. 정부가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성숙한 시민의식을 요구하는 만큼 공직자에게 더욱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고 윤리의식을 강화해 국민의 신뢰감을 높여야 할 때다.




세종=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전체 뉴스 순위

칼럼/MG툰

English News

전체보기

유튜브

전체보기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