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라임 무역금융펀드(플루토 TF-1호) 판매사들이 27일 이사회를 열어 금융감독원이 제시한 '투자원금 100% 배상' 분쟁조정안을 수락할 것으로 알려졌다. 원금 100%를 투자자에게 돌려주는 것은 금융투자상품 분쟁조정 사상 처음이다.
이번 결정은 환매가 중단된 라임의 여타 펀드뿐 아니라 옵티머스자산운용을 비롯한 다른 펀드 사례에도 적용 가능성이 있어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파생결합펀드(DLF)에 이어 라임 사태 등 잇따른 대형 사모펀드 사고에도 금융당국은 책임을 회피한 채 금융기관에만 모든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라임 무역금융펀드 판매사인 하나ㆍ우리은행은 투자 원금 전액 배상의 선례를 남긴다는 부담에도 불구, 금감원 조정안을 수락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은행은 최근 한 달 동안 조정안 수락을 강하게 반대해온 일부 이사들을 설득하며 이사회 전체의 의견을 정리하는 데 특히 주력했다는 후문이다.
판매사 4곳 중 판매액이 가장 적은 미래에셋대우도 수락으로 최종 매듭을 지은 것으로 전해졌다. 신한금융투자는 현재 수락에 무게를 두고 막바지 이사진 설득 작업을 진행 중인 상황이다. 신한금투는 대승적 차원에서 소비자 보호를 위해 조정안을 수락한다는 데 힘을 싣고 있지만 일부 이사들이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 판매사 관계자는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라는 점에서 100% 배상을 우선한다는 방침을 정했다"면서 "배임에 대한 우려도 희석된 만큼 이사들도 수용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는 지난 6월 투자 원금 전액 배상을 권고하는 내용의 조정안을 의결했다. 100% 배상의 근거로는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를 적용했다. 민법 제109조는 계약 등 법률행위의 중요 부분에 착오가 있는 경우 계약의 취소가 가능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투자자 착오 유발' 책임 인정
다른 펀드사건 영향 가능성
판매사의 중과실 여부가 확인되지 않더라도 적용될 수 있는 개념이라는 것이 금감원의 설명이다. 판매사가 허위로 작성된 투자제안서의 내용을 그대로 설명해 투자를 유도한 만큼 투자자의 착오를 유발한 책임을 인정할 수 있다는 논리다.
즉 판매사들이 투자자의 착오를 유발한 계약을 했기 때문에 투자원금 전액 반환을 받아들였다는 의미다. 이는 라임과 닮은꼴로 문제가 되고 있는 다른 사모펀드 배상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어 파장이 예상된다.
B 판매사 관계자는 "조정안을 불수락해 상황이 장기적 소송전으로 비화하는 건 누구도 원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애초부터 대승적 결정에 대한 내부의 목소리가 유력하게 존재했다"고 귀띔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판매사들 또한 라임운용으로부터 피해를 입었다는 주장에는 변함이 없다"면서 "향후 라임운용을 상대로 구상권을 청구하는 절차를 진행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김효진 기자 hjn25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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