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김은별 기자] # 최근 시중은행 현금자동화기기(ATM)를 찾은 한 시민은 ATM에 붙어 있는 공지를 보고 깜짝 놀랐다. 해당 지점에선 "모든 금융기관에서 5만원권 공급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당분간 한국은행의 고액권 추가 배분 계획이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부득이하게 ATM이 5만원권이 아닌 1만원권으로 운영됨을 양해해달라"고 공지했다. 결국 이 시민은 1만원권으로 자금을 찾을 수밖에 없었다.
# 시중은행 지점의 직원들 역시 5만원권 부족 현상에 시달리고 있다. 최근 A은행의 한 직원은 5만원권이 부족해 인근 지점에 5만원권을 빌리러 다녀왔다. 해당 지점의 VIP급 고객이라 5만원 인출을 해 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는데, 해당 지점에는 더 이상 5만원권이 남아있지 않아서다. B은행의 한 지점의 경우 1인당 인출할 수 있는 5만원권 장수 한도를 정해두고 인출을 해주고 있는 상황이다.
시중에 5만원권이 역대급으로 풀리고 있지만, 환수율은 지난해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위기가 장기화하면서 현금 선호 현상이 생겨난데다, 고액 자산가들이 5만원권을 인출해 금고에 넣어두는 경우도 늘고 있기 때문이다.
24일 한은 국회 업무보고에 따르면, 올해 1~7월 5만원권 발행액은 15조3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기간(14조원)에 비해 1조3000억원 가량 늘었다. 그러나 한은으로 돌아온 5만원권은 1~7월 기간 중 4조8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기간(9조8000억원)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급감했다.
따라서 5만원권 환수율(발행액 대비 환수액)은 올해 1~7월 31.4%로, 지난해 1~7월(70%)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월별로 차이가 조금씩 있긴 하지만 최근에는 월별 5만원권 환수율이 10%대 중반 수준으로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환수율은 낮지만, 시중에 남아있는 5만원권 규모는 갈수록 늘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5만원권 화폐의 발행잔액은 115조9000억원으로 지난해 말(105조4000억원) 대비 10조5000억원(약 9.9%) 늘었다. 화폐발행잔액은 한은이 시중에 공급한 화폐에서 한은 금고로 환수된 돈을 뺀 것으로 시중에 남아있는 규모를 나타낸다.
5만원권 발행잔액은 지난 1월 110조2000억원으로 110조원을 넘어선 뒤 2월 108조9000억원으로 줄었다가 3월 다시 109조9000억원, 4월 112조7000억원, 5월 113조9000억원으로 증가세를 지속하고 있다.
결국 발행을 해도 5만원권이 한은으로 돌아오지 않고 있고, 한은 역시 이런 상황을 고려했을 때 무조건적으로 돈을 찍어낼 수는 없는 상황인 셈이다. 한은은 한 달여 남은 추석을 대비해 조폐공사와 발행량을 논의 중이다.
한은은 업무보고에서 "코로나19의 영향 등으로 5만원권을 중심으로 예비용 화폐 수요가 크게 증가함에 따라 추가발주 등을 통해 민간의 수요를 적절히 충족하겠다"고 설명했다.
김은별 기자 silverstar@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