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 생명보험업계 자산운용 규모 1, 2위인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의 중장기 자산투자전략이 베일을 벗었다. 초저금리 기조 속에서 자산운용수익률 관리에 경고등이 켜지고 금리 역마진 부담이 지속적으로 확대되자 장기 채권을 중심으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234조원에 달하는 자산을 굴리는 삼성생명은 초장기채 투자를 늘리는 대신 해외투자에 눈을 돌렸다. 반면 운용자산이 처음으로 100조원까지 불어난 한화생명은 국내 장기 채권을 늘리며 포트폴리오 재조정을 선택했다. 보험업황 부진으로 '마이너스' 성장이 예고되는 시점에서 대형 보험사가 마련한 해법이 돌파구가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전영묵 삼성생명 사장
◆해외가 답이다…국내 밖에서 자산 굴리는 삼성=삼성생명의 총 운용자산은 상반기 기준 234조원이다. 전년 동기 대비 5.4% 증가한 규모다. 채권 비중은 57.9%에서 56.8%로 줄어든 반면 수익증권(5.6%)과 기업대출(7.3%)이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각각 1.9%포인트, 0.3%포인트 늘었다. 안정적인 채권 대신 고수익을 겨냥한 전략을 선택한 셈이다.
삼성생명의 만기 20년 이상 초장기채 매입규모는 2017년 3조5000억원에서 지난해 5조7000억원으로 2년 새 62.8%나 증가했지만, 올 상반기에는 5조9000억원으로 2000억원 증가에 그쳤다.
자산ㆍ부채의 만기(듀레이션) 불일치(갭)가 관리되고 있다고 보고 초장기채 투자를 축소한 것으로 풀이된다.
상반기 해외자산 규모 25조원
2017년 대비 54.3% 급증
지난해 2분기 자산 듀레이션이 8년, 부채 듀레이션이 6.8년으로 듀레이션 갭이 1.2년까지 치솟았던 삼성생명은 올 2분기 듀레이션 갭을 0.5년까지 낮췄다. 특히 자산 듀레이션이 부채 듀레이션 보다 길어 자산운용에 여유도 있다. 부채 듀레이션이 길어 초장기채 등을 매입해 자산 듀레이션을 확대해야 하는 다른 생보사와는 입장이 다르다.
특히 삼성생명은 해외투자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전체 운용자산 중 해외자산은 꾸준히 증가세다. 상반기 해외자산 규모는 25조원으로 2017년 말 16조2000억원에 비해 54.3% 급증했다. 전체 자산에서 해외자산 비중도 2017년 7.8%, 2018년 9.2%에서 지난해 10.1%로 두자릿수로 늘린 데 이어 올 상반기엔 10.7%로 확대됐다.
같은 기간 대체투자 자산도 커졌다. 2017년 말 16조6000억원에서 상반기 21조5000억원으로 29.5% 신장했다.
삼성생명은 '2030 비전'을 통해서 자산운용 부문에서 지분투자를 통해 글로벌 사업을 확대하고, 대체자산 및 전통자산을 아우르는 '멀티 부티크'를 구축하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유호석 삼성생명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최근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기존 틀을 벗어난 구조적 혁신과 지분투자, 인수합병(M&A) 등 신성장 사업을 적극 추진할 것"이라며 "신규투자를 단행할 수 있는 차별적인 자본력을 바탕으로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국내 투자로 눈 돌린 한화=삼성생명과 달리 한화생명은 국내 투자 비중을 높이는 모습이다. 지난해 상반기 29%에 육박했던 한화생명의 운용자산 해외증권 비중은 1년 만에 26%까지 낮아졌다. '외화자산 비중이 30%를 초과할 수 없다'는 보험업법 규정 위반을 가까스로 피했다. 해외투자를 줄이는 대신 국내 투자를 확대한 전략이 결과적으로 통하는 모양새다.
한화생명은 상반기 운용자산 규모가 99조5700억원을 기록하면서, 올해 역대 처음으로 10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운용수익률은 3.58%로 지난해 말 3.45%보다 0.13%포인트 증가하면서 자산운용에 숨을 돌리게 됐다.
한화생명은 그동안 국내 장기채를 꾸준히 늘려왔다. 전체 운용자산 가운데 채권은 34조1800억원으로 전분기 보다 9.0% 증가했으며 기타유가증권도 25조3600억원으로 30.5% 급증했다. 반면, 외화유가증권은 25조3600억원으로 5.9% 감소했다.
해외증권 비중 29%→26%로 낮춰
국내 장기채 비중 4%포인트 늘어

채권 포트폴리오를 보면 국내 장기채 비중은 2분기 기준 52%로 전분기 대비 4%포인트 늘었다. 반면 해외 장기채 비중은 36%로 2%포인트 감소했다. 또 국내 단기채는 8%, 해외 단기채는 4%로 전분기보다 각각 1%포인트 줄었다.
국내 장기채 비중을 높이면서 듀레이션 갭을 줄이는데 집중했다. 지난해 말 1.43년까지 벌어졌던 자산 부채 듀레이션갭은 올해 1분기말 0.83년, 2분기말 0.23년으로 줄이는데 성공했다.
2023년 시행 예정인 새로운 국제회계기준(IFRS17)에서는 자산과 부채를 시가로 평가하는 만큼, 듀레이션 갭이 커질수록 재무 위험성이 증가할 수 있어 선제적인 조치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한화생명은 앞으로 자산 듀레이션을 더 늘릴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진기천 한화생명 투자사업팀장은 "본드포워드(채권 선도거래)가 듀레이션으로 인정받아 굉장히 도움을 받는 상황"이라며 "자산 듀레이션을 9.2년까지 늘릴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는데 이보다 더 확대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또 다음달부터 외화자산 운용한도가 완화될 예정이어서 한화생명의 자산운용에도 여유가 생기게 됐다. 지난 4월 보험업법 개정으로 오는 10월부터 보험사의 해외투자 한도는 기존 30%에서 50%로 늘어난다.
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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