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기하영 기자]이달 말 3년 만에 돌아온 가맹점 수수료 개편안 발표를 앞두고 카드사노동조합이 추가 인하에 반발하며 총파업 카드를 꺼내들었다. 노조는 총파업에 돌입하게 되면 고객 카드 사용 관련 부서까지 동참시킨다는 각오다. 최악의 경우 전산과 전화상담 등이 막히면서 고객들의 피해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8일 카드사노동조합협의회는 카드수수료 추가 인하 반대 기자회견을 열고, 총파업을 포함한 대정부투쟁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카드사 노조는 "10차례에 걸친 카드수수료율 인하에도 소상공인들의 고통이 개선되지 않은 건 정부 정책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영세중소자영업자는 부가가치 세액공제제도를 감안할 때 약 92%의 가맹점이 카드수수료의 실질적 부담 효과가 0%인 상황"이라며 "반면 임대료는 아무런 정책적 견제없이 급등했고, 빅테크 기업들이 일방적으로 책정한 수수료는 아무런 제지 없이 영세중소자영업자들의 부담을 급증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 카드사와 같은 결제서비스를 제공하는 빅테크의 경우 영세가맹점 수수료율은 카드사보다 1.6~1.8배 높다는 지적이다.
노조협의회 관계자는 "오는 15일 금융위원회 앞에서 총파업 결의대회를 열고 지부별로 조합원 간담회를 실시해 결의를 이어갈 예정"이라며 "추후 금융위의 대응에 따라 총파업 여부와 수준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카드사 노조는 대고객 서비스를 중단하는 방안도 논의하고 있다. 카드 결제 서비스가 중단되거나 카드 결제 이후 가맹점에 대금이 입금되는 시기를 기존 보다 늦추는 등 여러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다. 카드사 노조가 강도 높은 총파업에 돌입할 시 전산과 전화상담 부서 등 고객의 카드 사용에 직접 관련된 부서까지 파업에 동참할 수 있어 고객들이 피해를 입을 것으로 우려된다.

12년간 13차례 인하…카드업계 "수수료 수익 적자"카드 가맹점 수수료율은 이달 말 당정협의를 거쳐 결정된다. 수수료율은 2012년 개정된 여신전문금융업법에 따라 3년마다 이뤄진다. 새로 산정한 적격비용을 기반으로 인하여력을 산정해 내년부터 변경된 카드 가맹점 수수료율이 적용되는 구조다. 적격비용은 카드사의 자금조달비용, 위험관리비용, 일반관리비용, 밴 수수료, 마케팅 비용 등 원가 분석을 기초로 산정된다.
가맹점 수수료율은 2007년부터 2019년까지 12년간 13차례 인하됐다. 그 결과 2007년 4.5%에 달하던 일반 가맹점 카드 수수료율은 1.97~2.04%로 반토막 났다. 영세가맹점은 0.8% 수준이다. 특히 2018년 우대가맹점 적용 범위를 5억원 이하에서 30억원 이하로 늘리면서 전체 가맹점의 84%였던 우대 가맹점이 96%까지 확대됐다. 카드업계는 세제 혜택까지 고려하면 사실상 연매출 10억원 이하 가맹점은 수수료율이 0%대라고 설명하고 있다. 실제 가맹점 수익은 적자라는 호소다. 업계는 최근 2년간(2019~2020년) 가맹점수수료 부문 영업이익이 1317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고 추정했다. 수수료 수익이 줄면서 카드영업점의 40%가 축소되고, 10만명에 육박하던 카드모집인도 8500명으로 급감했다.
하지만 내년 대선을 앞둔 데다 코로나19로 자영업자들의 경영난이 가중되면서 정치권을 중심으로 추가 인하 가능성에 무게가 쏠리고 있다. 코로나19로 마케팅비용을 줄이는 등 허리띠를 졸라매 호실적을 거둔 것도 추가 인하의 명분이 되고 있다. 올 상반기 카드사들의 당기순이익은 전년 대비 33.7% 증가한 1조4944억원(8개 전업카드사 기준)을 기록했다. 하지만 내년부터 금리인상·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도입 등으로 카드사의 경영악화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는 결국 카드 고객 혜택 축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가맹점수수료는 연회비와 함께 카드 고객에게 혜택을 제공하는 가장 기본적인 재원이다. 가맹점수수료에서 역마진이 나면 신규 상품 혜택을 필두로 고객 혜택 축소가 불가피하다.
전문가들은 수수료 인하가 능사는 아니라고 지적한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미 영세중소업자의 경우 카드 수수료는 제로 수준이고, 세제 혜택까지 고려하면 오히려 돌려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도 "자영업자를 위한다면 카드수수료 인하보다는 대출 등 다른 대책을 논의하는 것이 실효성이 있을 것"이라며 "적격비용과 관련해서도 빅테크와의 형평성 문제를 고려해야한다"고 조언했다.
기하영 기자 hyki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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