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김민영 기자] 현재 영업 중인 개인 간 거래(P2P) 금융회사 10곳 중 8곳은 회계감사를 한 번도 받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업력이 1~2년 밖에 되지 않은 신생 업체이지만 투자자들의 투자금을 수십억원에서 수백억원씩 모집해 대출을 내주고 있는 곳도 상당수로 알려졌다. 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영세 소규모 업체들이 P2P업계의 부실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아시아경제가 P2P 통계 사이트 ‘미드레이트’에 공시된 현재 영업 중인 139개사를 전수 조사한 결과 회계 법인의 감사를 받지 않은 업체가 106곳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등록된 업체 중 76%에 달한다. 금융당국이 파악하고 있는 P2P 금융 등록 업체 수는 240여개. 이들 중 실제 영업하는 곳은 130여개에 불과하다. 나머지 100개사는 등록만 한 채 사실상 영업을 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된다.
현행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직전 사업연도 말 기준 ▲자산총액 120억원 미만 ▲부채총액 70억원 미만 ▲매출액 100억원 미만 ▲종업원 수 100명 미만 중 3개 이상 조건이 맞는 법인은 회계감사를 받지 않아도 된다. 현재 P2P사는 P2P 연계 대부업으로 금융당국에 신고해 영업 중인데 회계감사를 받지 않았다는 건 자산 규모나 직원 수 면에서 영세한 곳이라는 의미다.
물론 새로 생긴 업체가 회계감사를 받지 않았다고 해서 투자를 하지 않아야 한다고 할 수는 없다. 문제는 이러한 소규모 업체에 돈을 넣었다가 피해를 본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곳이 ‘넥스리치펀딩’(법인명 넥스리치대부)이다. 누적 대출액 590억원인 이 회사는 지금까지 회계감사를 한 차례도 받은 적이 없다. 이 회사는 지난달 10일 투자금 반환 중단을 일방적으로 통보하고 폐업을 선언했다. 한 법무법인의 이 회사에 대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자동차담보대출이라고 명시한 상품이 알고보니 근저당권도 설정되지 않은 신용대출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투자자들은 해당 업체가 처음부터 사기를 염두에 두고 사업을 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소송을 준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회계감사 받은 33곳 중 24곳 '적정'…7곳 의견거절·2곳 한정의견감사보고서를 제출했지만 문제가 발견된 업체도 있다. 지난해 회계감사를 받은 33개사 중 24개사만 적정의견을 받았다. 7개사는 의견거절, 2개사는 한정의견(업체와 감사인 간 의견 불일치)을 받았다. 그나마 3분의1은 회계장부가 부실하게 작성됐거나 미흡했다는 얘기다.
‘블루문펀드’(블루문캐피탈쇼셜대부)는 지난해 감사에서 한정의견을 받았다. 한정의견은 기업 회계원칙에 준거하지 않았거나 감사의견을 형성하는 데 필요한 합리적 증거를 찾지 못했다고 감사인이 판단하는 경우 내릴 수 있다. 회계상 큰 문제는 아니지만 감사가 깔끔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 회사 대표는 최근 직원 전원에 해고 통보를 한 뒤 해외로 잠적했다. 투자자들이 넣은 돈 약 577억원의 행방도 묘연한 상태다. 입출금을 대리하는 페이게이트는 이상거래 정황을 파악하고 현재 입출금을 막아 놓았다.
누적 대출액이 4985억원에 달하는 ‘팝펀딩’(팝펀딩소셜대부)은 지난해 회계 감사에서 ‘의견거절’을 받았다. 이 업체는 지난해 6월 연체율이 0.5%에 불과했지만 이날 기준 97.3%에 이른다. 공장 기계나 상품 등 동산을 담보로 대출을 내줘 금융위원회로부터 ‘혁신금융’의 표본으로 치켜세워졌던 업체가 하루아침에 연체에 허덕이는 업체로 돌변한 것인데 감사인은 보고서에서 “회사의 대출채권과 관련한 거래의 자산과 부채 및 관련 손익 항목의 적정성을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투자 전에 이 감사보고서만 봤어도 피해를 예방할 수 있던 셈이다.관련 법 시행 '옥석가리기'한 업계 관계자는 “오는 27일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법(P2P금융법)이 시행되면 자본금이나 준법 감시인 선임 등 요건을 갖추지 못한 업체는 폐업의 길로 들어설 것”이라며 “법 시행 후 1년 간 등록 기간이 유예되지만 다음 달부터 본격적으로 ‘옥석가리기’가 진행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대출규모, 연체율, 경영현황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거나 허위로 공시하는 업체는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P2P 금융은 온라인 플랫폼에서 불특정 다수의 투자자가 차입자에게 돈을 빌려주고 일정 이자를 받는 사업 모델이다. P2P사는 투자자와 차입자 양쪽에서 수수료(약 3%)를 받아 수익을 낸다.
김민영 기자 my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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