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업데이트 20.08.18 14:56

[시시비비] 잠자던 인플레이션이 깨어날 때

김경수 성균관대 명예교수




최근 실물경제의 회복이 더디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제대로 통제되지 못할 조짐이 보이자 글로벌 주식시장 랠리에 대한 비관론이 제기되고 있다. 전 세계 코로나19 사망자 수는 감염 확산이 피크이던 지난 4월 수준에 접근하고 있다. 각국이 봉쇄 조치를 재개한다면 경제활동이 위축돼 주식시장은 조정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 밖에도 시장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는 많은 요인이 있다. 백신 개발이 지연되거나 미ㆍ중 갈등이 악화하거나 20년 전 미국 대선 상황이 재연되거나 기업의 대규모 파산이 일어날 가능성 등….
이 위험 요인들이 현실로 나타나더라도 결국 글로벌 금융 사이클의 주체인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대응이 결정적이라는 것을 투자자들은 이미 경험했다. 주가가 일정 수준 이하로 하락할 때 미 Fed가 부양책을 들이미는 파월 풋(Powell put)이 그것이다. 마치 투자자가 풋옵션을 행사해 보유 자산의 손실 위험을 통제하는 거래 전략을 연상케 하듯, Fed가 투자자를 구제해주는 조치는 1987년 검은 월요일부터 멕시코 페소화 위기, 아시아 금융 위기,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LTCM) 위기, Y2K, 닷컴버블, 글로벌 금융 위기 그리고 코로나19 팬데믹 위기에 이르기까지 계속됐다. 'Fed와 싸우지 마라'라는 증시의 격언은 Fed의 통화 정책에 맞춰 투자해야 한다는 의미다. 금리 인하 기조에서는 적극적으로, 인상 기조에서는 보수적으로 투자하는 전략이다.
그러나 Fed가 만능은 아니며 인플레이션 앞에서는 무력해질 수밖에 없다. 인플레이션은 투자자들에게 공적(公敵)과도 같다. 지난 3월부터 핵심 통화 지표인 M1, M2 통화량은 빛의 속도로 급증했다. 그러나 명목 국내총생산(GDP)을 두 통화 지표로 나눈 화폐유통속도는 2분기 연속 21세기 들어 가장 낮은 수준으로 하락했다. 통화량 증가에도 오히려 물가 상승 압력은 둔화한 것이다.
한편 국채시장이 예상하는 인플레이션은 지난 4월 하순부터 상승하는 추세를 보인다. 통상 예상 국채 수익률에서 인플레이션연동국채(TIPS) 수익률을 차감한 값을 예상 인플레이션으로 인용하는데 5년 만기 두 국채의 수익률 차는 3월 0.1%대에서 이달 중순 1.5%를 넘어섰다.
안전자산이지만 인플레이션 위험을 헤징하는 자산이기도 한 금은 가파른 가격 상승 추세를 보이고 있다. 금값은 인플레이션이 최고조에 이른 1980년과 2011년 남유럽 재정 위기 때에 버금가는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만약 오르는 금값이 안전자선 선호의 탓이라면 달러화 가치도 올라야 한다. 그러나 주요 교역국 대비 달러화 환율은 7월부터 뚜렷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4월 피크에 올랐던 대(對)신흥국 달러화 환율도 7월 들어 안정세를 보인다. 결국 외환시장에서도 인플레이션에 대한 기대심리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 금융 위기 당시에도 인플레이션에 대한 기대가 팽배했으나 그 기대가 현실로 나타나지는 않았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당시보다 인플레이션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코로나19 팬데믹, 글로벌밸류체인(GVC) 약화로 높아진 생산비용 등이 근거로 꼽힌다. 10여년 전과 달리 크게 증가한 재정적자를 관리하는 과정에서 중앙은행이 정부 빚을 떠안아 초래되는 재정의 지배도 불가피하다. "우리는 금리 인상을 생각하지 않고 있다. 금리 인상을 생각하는 것조차 생각하지 않고 있다." 지난 6월 제롬 파월 Fed 의장의 발언이다. Fed는 2022년 말까지 제로 금리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며, 인플레이션이 목표치 2%를 넘어서도 용인하겠다는 입장도 나온다. 그러나 오랫동안 잠자던 인플레이션이 깨어날 때 Fed가 투자자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김경수 성균관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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