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업데이트 21.09.10 10:58

법무사만 배불리는 지방세 카드 대납…리베이트로 폭리



[아시아경제 기하영 기자]천정부지로 솟는 집값에 지난해 지방세 징수액이 처음으로 100조원을 넘긴 가운데, 일부 법무사들이 고객들의 지방세를 자신의 카드로 대신 납부하며 폭리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법무사가 고객의 지방세를 카드로 대납하는 행위 자체는 불법이 아니지만, 카드사들이 결제액의 0.5% 안팎의 리베이트를 주는 등 출혈경쟁으로 법무사 배만 불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일부 카드사들이 자사 카드로 지방세를 납부할 경우 해당 법무사에게 결제액의 0.5%안팎(0.2~0.7%)의 리베이트를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같은 법무사들의 지방세 대납 결제 규모는 월 1조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지난 4월 기준 해당 영업을 강력히 시행 중인 A카드사가 월 6000억원 이상, B카드사가 월 3000억원 이상의 취급액을 기록했고, 혜택을 받은 법무사도 수천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사들이 고객에게 받는 지방세 대납 수수료 외에 추가수익을 올리는 구조는 단순하다. 부동산 취·등록세와 같은 지방세를 고객에게 현금으로 수령하고, 이를 자신의 신용카드로 결제하는 것. 그러면 카드사들이 결제액에 따라 0.5% 안팎(0.2%~0.7%)의 캐시백을 돌려준다. 결제 뒤에는 카드사의 즉시 출금 서비스를 활용해 해당 결제대금을 납부하고 소진한 한도를 되살려 또 다른 대납이 가능하도록 만든다.
대기업 연봉만큼 캐시백…"카드사 영업행태, 금융당국이 대처해야"여러 명의 고가 주택구매자의 납부대행을 하는 법무사 사무실의 경우 대기업 연봉수준을 매월 카드사로부터 캐시백 받아 부수입을 올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KB부동산 리브온이 발표한 월간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올해 8월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 가격은 11억7734만원에 이른다. 서울 기준 아파트 한 건의 거래를 통한 취·등록세만 평균 3885만원이다. 단순 계산으로도 해당 법무사들이 카드사로부터 받는 캐시백은 건당 20만원(0.5% 적용)에 육박한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주요 부동산 중개업소와 제휴를 맺은 법무사들 같은 경우, 한 달에 카드사로부터 받는 리베이트만 수백만원에 달한다"며 "이런 법무사들은 취·등록세 대납 건을 유치하기 위해 부동산 중개업소 측에 리베이트를 제공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법무사에게만 혜택이 돌아가는 카드사 영업행태를 개선해야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방세의 경우 정부에서 시행하는 제도기 때문에 가맹점수수료가 0%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카드사들이 취급액을 늘려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손실을 감수하고 캐시백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특히 일반고객에게 제공하는 지방세 납부혜택은 대부분 무이자할부 서비스에 불과해 주택구매자인 고객에 돌아갈 혜택이 법무사에게로 쏠린다는 비판도 있다. 매월 수백만원에 달하는 카드사 리베이트를 법무사들이 소득신고 없이 개인 돈으로 사용할 경우 탈세 논란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지방세 카드 대납이 법무사들의 배만 불리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며 "부작용이 심화되기 전에 감독당국의 강력하고 신속한 대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하영 기자 hyki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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