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업데이트 21.09.09 10:51

교보생명 풋옵션 소송 새 국면…변수로 떠오른 ICC 판정




[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 10년 넘게 이어온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과 재무적투자자(FI)들인 어피니티컨소시엄의 풋옵션(주식을 특정가격으로 되팔 수 있는 권리) 분쟁이 새 국면을 맞게 됐다. 국재상사중재법원(ICC)가 ‘신 회장이 어피니티측이 제시한 40만9912원에 주식을 사야할 의무가 없다’고 판정을 내렸지만, 모든 문제가 말끔하게 해소되지 못했다.
풋옵션 계약은 여전히 유효하지만 양측은 서로 다른 입장을 내세우면서 갈등은 계속되는 양상이다. 치열한 법정 공방도 예상된다. 교보생명 주식에 대한 풋옵션 가격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위법행위를 했는 지, 적정시장가치인 지 여부에 따라 향후 분쟁의 향방이 달렸다.
◆위법 행위를 했는가=이달 10일 서울중앙지법은 공인회계사법 위반혐의로 기소된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 소속 회계사 3명과 어피니티컨소시엄 관계자 2명에 대한 2차 공판을 진행할 예정이다. 앞서 검찰은 지난 1월 안진회계법인 소속 회계사와 어피니티측 임원들을 기소했다. 이들은 교보생명의 주식가치 평가 용역 과정에서 부정한 청탁을 하고 수행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교보생명 주식을 주당 40만9912원으로 평가내렸다. 검찰 공소장 등에 따르면 이들은 가치평가 보고서 작성을 위해 이메일 등을 주고 받으며 공모한 정황이 드러났고, 이 과정에서 어피니티측이 가치산정 과정을 주도한 것으로 나타난다.
또 평가 용역을 수행하면서 민·형사상 등의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 법률 비용을 지급받기로 약속할 것은 부정 행위에 대한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으며 법률적 문제에 휘말릴 것을 예상하고 법률비용을 보전하기로 사전에 계약한 것을 의미한다고 봤다.
검찰은 어피니티측에서 안진에 자신들이 진행 중인 기업 인수, 합병 관련 실사,자문 용역을 추가로 할 수 있게 해줄 테니 공정가치 업무 맡아달라는 취지로 제안하고, 안진 회계사들이 해당 용역 업무를 승낙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신 회장측은 어피니티측에 의한 풋옵션 분쟁의 주원인이 회계법인에서 고의적으로 부풀린 주식가치 평가에 기인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적정한 평가를 내렸다면 이러한 분쟁이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얘기다.
어피니티측은 의뢰인과 회계사 간 불가피한 의견조율이었으며, 어피니티측 의견을 참고했으면서도 마치 독자적으로 결정한 것 같이 평가보고서에 기재를 한 것이 허위라는 검찰의 기소는 전례를 찾기 어렵다고 반박하고 있다. 법률비용 부담에 대해서도 통상적으로 인정되는 내용이며, 어피니티측이 안진에 제공한 것은 용역비용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ICC는 판단을 보류했다. 중재가 시작된 이후 지난 1월 검찰 기소로 공인회계사법 위반 혐의에 대한 자료가 늦게 제출돼 충분히 검토할 증거도, 시간도 부족하기 때문에 판정을 내릴 수 없다고 밝혔다.
◆적정시장가치인가=어피니티측은 2012년에 교보생명 주식 24%를 1조2054억원에 매입했다. 주당 25만원대 가격이었다. 2018년 10월 풋옵션을 행사하면서 요구한 가격은 주당 40만9912원으로 약 2조원에 달한다.
안진회계법인은 행사시점과 가까운 2018년 6월 기준으로 직전 1년의 동종업계 기업 주가를 사용한 것으로, 당시 삼성생명, 오렌지라이프 등 주요 생보사의 주가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기간을 포함시켰다.




반면 교보생명은 적정가치를 주당 20만원 수준으로 봤다. 파는 사람과 사는 사람의 입장이 다를 수 있지만 적당한 가치를 두고 큰 이견을 보인 셈이다.
어피니티측은 회사의 경영자가 회사의 가치를 높이 평가한 것을 고발하는 것은 상식 적으로 맞지 않는다면서 신 회장이 가격제시를 하지 않은 것에도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신 회장측은 어피니티측이 제시한 가격에 주식을 되사려고 할 경우 신 회장의 지분과 어피니티측의 지분 모두 팔아도 맞출 수 없는 수치라고 반박했다.
문제는 ICC 중재 판정과정에서 어피니티측이 풋옵션 가격에는 ‘경영권 프리미엄’이 포함됐다고 주장했다는 점이다. 이에 ICC는 지분의 과반 이상 확보하지 못한 어피니티측이 이를 내세운 것은 공정한 가격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을 내렸다.
그러면서 풋옵션 행사일이 아닌 2018년 6월 기준으로 평가한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어피니티측은 가격 재산정을 통한 풋옵션 이행 방안을 논의 중이다.




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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