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동산 중개수수료 개편을 앞둔 17일 서울 송파구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 매물 정보가 붙어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서울 도봉구에 전세로 거주하는 김인철씨(37·가명)는 지난달 집주인이 다시 들어와 살겠다고 통보하는 바람에 새 거주지를 알아봐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기존 전세보증금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해 11월 계약 만료에 앞서 서둘러 은행을 찾았지만 높아진 문턱에 대출이 어렵다는 답변을 얻었다. 돈 구하기가 어려워진 김 씨는 평소 높은 금리로 인해 잘 이용하지 않는 저축은행 2~3곳에 문의했지만 아예 전세대출 상품 판매를 중단했다는 소식에 망연자실했다. 그는 "전세 보증금은 2년 만에 반전세 수준이 됐다"며 "가진 돈을 탈탈 털어도 빠듯한 데 어디서 잔금을 마련해야 할 지 모르겠다"고 난감해했다.
[아시아경제 송승섭 기자]NH농협은행에 이어 저축은행도 전세대출 상품 판매를 속속 중단하고 있다. 대출절벽을 마주한 실수요자들이 2금융권으로 넘어오자 총량규제 압박을 받는 저축은행들이 속도조절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전세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상황에서 충분한 자금을 마련하지 못한 가구가 ‘전세 난민’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7일 업계에 따르면 강원 기반의 CK저축은행은 ‘일반자금대출(전세자금)’ 상품 판매를 최근 중단했다. CK저축은행 관계자는 "은행 자체 내에서 아파트 중도금 대출을 다루고 있는데 나갈 수 있는 한도가 다 찼다"며 "내부 관리 차원에서 개인대출이나 주택담보대출도 진행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CK저축은행 전세자금 대출 상품은 지난달만 해도 저축은행중앙회 공시에 이름을 올렸다. 공시는 직전 1개월 신규취급액이 3억원 이상인 상품이 대상이다. 취급한 대출의 평균 금리는 2금융권에서도 저렴한 4.5%(일시상환)였고 담보인정대출비율(LTV)도 최대 70%였지만 이용할 수 없게 됐다.
한국투자저축은행은 임대아파트담보대출 상품인 ‘홈전세론2’의 판매를 중단했다. 대출금리는 고정으로 연 3.72~8.49%, 한도가 최저 500만원에서 최대 3억원이었다.
별도로 판매중단 상품을 고지하지 않는 곳에서도 전세자금 대출 상품 안내가 자취를 감추고 있다. 이미 저축은행 6곳이 전세대출 상품 안내를 내렸다. 한화저축은행은 "수요가 많지만 리스크 관리 차원 등 여러 이유가 있어 당분간 (전세대출을) 재개할 생각이 없다"고 귀띔했다.
전면 중단이 아닌 변칙적인 영업을 펼치는 곳도 있었다. 한 저축은행은 8월까지 취급하던 전세대출의 ARS 안내를 멈췄다. 전세대출 상담을 받으려면 전화나 비대면은 어렵고 전남에 있는 현장 지점을 직접 방문해야 한다.
송승섭 기자 tmdtjq850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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