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업데이트 21.09.07 11:30

임금격차 인위적 완화?…한국이 사회주의국가인가




[세종=아시아경제 문채석 기자] 경제사회노동위원회와 대통령 직속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회가 고소득자 임금을 낮추는 '연대임금정책' 도입을 수면 위로 공론화하면서 파장이 커질 전망이다. 근로자의 생산성과 의지와 관계없이 고액연봉자의 임금을 깎을 수 있도록 제도를 만들자는 주장이 반시장적인데다, 기업별 노조 중심의 교섭 체계를 바꾸는 것 역시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지적이다.
김유선 소주성특위 위원장은 토론회 기조발제에서 연대임금정책 도입 조건으로 고액연봉자의 책임을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최고경영자(CEO) 등 고액 연봉자가 사회적 책임에 걸맞은 임금 책정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사회적 책임'의 실현 방법, 강도에 대한 구체적 수치와 임금 책정 방법은 언급하지 않았다.
김 위원장은 CEO 등 고소득자의 급여 하향조정 외에도 ▲기업별 노조가 아닌 초(超)기업별 노조 교섭 ▲임금 인상 시 정률제를 정액제로 개편 ▲중소 영세업체, 비정규직, 무기계약직 근로자의 경우 초기업 수준의 직무급 형성 ▲적정임금제·임금공시제 도입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초기업별 교섭은 대기업-중소기업, 정규직-비정규직 노조를 가리지 말고 임단협 등 주요 교섭 과정에서 처음부터 '그룹 단위'로 묶어 협상에 임하는 시스템으로, 소위 '귀족 노조'라 불리는 일부 대기업 노조가 기득권을 내려놔야만 실현될 수 있다. 윤동열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한국 노동시장의 교섭 협상 구조는 대기업 노조 노조원이 노조에 가입하지 않은 근로자를 대표하는 형태를 띠는데, 임금 격차분에 대한 대기업 노조의 양보를 끌어낼 수 있는지부터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영기 전 노동연구원장은 "현대차 등 대기업 노조는 비정규직과 하청 노조와 함께 사측과 교섭을 하기를 꺼릴 것"이라고 진단했다.
고소득 근로자에 유리한 '정률제'를 저소득 근로자에 유리한 ‘정액제’로 바꾸기도 쉽지 않다. 예를 들어 급여를 매년 3% 인상하는 '정률제'를 매년 10만원 올리는 '정액제'로 바꾸면 근로자 개인의 생산성(성과)과 관계없이 같은 금액만큼만 올려받는다는 점, 현재 받는 급여와 물가 상승률 등 주변 상황 대비 '10만원의 가치'가 적절한지 등의 반론이 일 수 있다. 근속 연수가 높을수록 급여를 많이 주는 '호봉제'가 만연해 있어 중소 영세업체와 비정규직 등에 대한 직무급을 따로 형성하는 것도 현실성이 낮다는 지적이다. 임금공시제를 도입해 고용형태, 성별 임금·근로시간 등 근로정보 공개가 의무화되면 무리한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노(勞)측과 사측 간 불필요한 마찰이 늘 수 있다.
무엇보다 생산성 높은 근로자가 낮은 근로자를 위해 급여를 낮춰야 한다는 것 역시 시장 논리와 맞지 않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500인 이상 기업이 노동생산성이 100%라고 가정할 경우 10인 미만은 13.9%, 10~49인 26.6%, 50~99인 33.7%, 100~499인 47.7%에 불과하다. 생산성이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한 근로자를 위해 급여를 깎는 제도를 정부가 정식으로 도입 시도를 할 경우 고소득 근로자의 저항이 클 수 있다.
경영계 관계자는 "근로자의 임금은 시장에서 근로 제공의 질, 생산에 기여한 부분 등 유인에 따라 결정돼야 하는데 사회적 합의에 따라 일괄적으로 임금 체계를 정하면 시장이 왜곡될 수 있다"며 "코로나19 때문에 연대임금제 도입 자체가 불가능한 것은 물론 도입 시 고용 시장이 더 얼어붙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세종=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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