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업데이트 21.08.31 11:19

묘목 빼곡·새 비닐하우스 곳곳에…"3차 택지도 투기 정황"

의왕 초평동 일대 논밭에 편백나무로 추정되는 묘목이 촘촘하게 심어져 있다.




"원래는 비닐하우스가 너댓개 밖에 없었는데 지금은 100개는 돼. 작년부터 지어진 거야. 묘목도 막 심더라고."(의왕 초평동 A공인중개사사무소 (공인) 대표)
30일 오후 기자가 방문한 경기도 의왕시 초평동 일대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에는 언뜻 봐도 새로 지은 듯한 깨끗한 비닐하우스가 곳곳에 눈에 띄었다. 이 일대 밭에는 편백나무로 추정되는 묘목들이 30~40㎝의 좁은 간격으로 빼곡하게 심어져 있었다.
이 지역은 정부가 이날 3차 신규 공공택지로 확정 발표한 의왕·군포·안산지구(이하 의·군·안지구) 예정지에 포함된 곳이다. 의·군·안지구는 의왕시 초평·월암·삼동, 군포시 도마교·부곡·대야미동, 안산시 건건·사사동 일대 586만㎡의 신도시급 택지지구로, 총 4만1000가구 규모의 주택이 들어선다.
◇새 비닐하우스에 묘목…곳곳서 투기정황= 의왕 초평동 일대에서 10년째 중개업소를 운영중인 A씨는 연초 불거진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들의 광명시흥지구 땅 투기 논란을 언급하며 비슷한 일이 이 지역에서도 일어났다고 전했다. 그는 "최근 1~2년 사이에 토지 매매가 가장 활발히 이뤄졌다"며 "이 기간 이뤄진 거래만 100여필지가 넘는다"고 설명했다. 최근 생겨난 비닐하우스와 갓 심어진 묘목들을 지목하며 "이게 투기가 아니면 뭐냐"고 반문했다.
농지 한가운데 묘목을 빼곡히 심은 것은 전형적인 투기 수법이라는 것이 현지 중개업소들의 설명이다. 나무 등을 심어 놓으면 택지개발을 위한 토지수용 과정에서 땅 보상비와 별도로 이전비까지 보상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인근 의왕 부곡동 일대 그린벨트 역시 비슷한 상황이었다. 부곡동 B공인 대표는 "작년부터 외지인들의 매수 문의가 많았고 거래도 많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그는 "‘그린벨트라 집을 못 짓는다’고 알려줬는데도 땅을 사겠다는 외지인들이 있어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의왕시 초평동 부동산 관계자는 "최근 1~2년새 비닐하우스가 새로 많이 지어졌다"고 말했다. 사진은 초평동 일대에 들어선 비닐하우스.




◇개발 기대감에 환영 분위기도= 다만 이같은 투기 정황에도 불구하고 개발에 대한 주민들의 기대감은 적지 않다. 의왕시 월암동에 산다는 C씨는 "이 일대는 인구도 적고 그린벨트도 너무 많아 낙후된 지역"며 "개발에 대한 기대감이 커 과천이나 태릉골프장처럼 주민들이 기를 쓰고 반대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보상만 적절히 이뤄진다면 토지 수용도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화성 진안지구 일대 주민들도 마찬가지다. 화성 진안지구는 화성시 진안·반정·반월·기산동 일원 452만㎡ 규모의 택지지구다. 정부가 발표한 3차 공공택지지구 중 의·군·안지구에 이어 두번째로 규모가 큰 신도시급 지구다. 지구 남동쪽으로 동탄1신도시가 맞닿아 있지만 아직 개발이 이뤄지지 않은채 대부분 절대농지로 이용되고 있다.
진안동에 거주하는 박모씨는 "이전에 개발과 관련한 소문조차 없었는데 갑자기 신도시가 들어선다는 소식을 듣고 깜짝 놀랐다"면서 "그래도 이 일대에서 개발이 가능한 곳은 해당 농지밖에 없었기 때문에 주민들 대부분 환영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주민 최모씨 역시 "진안동 일대는 마을버스조차 제대로 없는 등 개발에서 소외돼 왔다"면서 "바로 옆에 신도시가 들어서 중심지로 변하면 다양한 교통·문화시설 등을 누릴 수 있을 것 같아 기대된다"라고 반색했다.
현지 중개업소들은 투자 문의 전화로 분주한 분위기였다. 기산동 C공인 대표는 "신도시 발표 직후부터 토지 매매 가능성을 묻는 전화가 쏟아지고 있다"면서 "주변에 삼성전자 공장이 있다 보니 신도시 개발을 호재로 여기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경기 화성시 진안동 일대 전경. 국토교통부는 지난 30일 이 일대에 신도시급 신규택지를 조성한다고 밝혔다.




◇화성 진안, 주변 기피시설 많아 적정성 의문도= 반면 진안지구 일대의 경우 주변에 하수처리장·군 공항 등 기피시설이 모여 있어 신도시 입지의 적정성 논란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 현장을 방문해 보니 수원슬러지사업소가 들어선 수원하수처리장이 지구 예정지에서 2㎞도 채 되지 않는 거리에 있었다. 사업소가 있는 송산동은 물론 가까운 진안·병점동과 4~5㎞ 밖에 있는 반월동, 수원시 망포동까지 악취가 퍼진다는 게 주민들의 증언이다.
소음 문제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진안·병점동 일대는 인근에 위치한 수원군공항 때문에 소음 피해에 시달리는 곳이다. 기자의 현장 취재 와중에도 군 전투기가 굉음을 울리며 지나가는 모습이 보였다. 반정동 D공인 관계자는 "이 일대는 악취와 소음 탓에 주거환경 크게 나빠진 상태"라면서 "신도시가 들어선다고 해도 선뜻 입주하려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지 모르겠다"라며 우려를 드러냈다.




의왕=김동표 기자 letmein@asiae.co.kr
화성=류태민 기자 righ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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