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H농협 등 일부 은행들이 신규대출을 중단해 실수요자들의 걱정이 커지고 있다. /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3개월 이내 주택담보대출 잔금을 치러야 한다면 미리 받아놓는 게 좋을 겁니다. 지금은 NH농협 등 일부 은행만 신규대출을 중단했지만 곧 다른 은행들도 비슷한 조치가 나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23일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에는 가을 이사철을 앞두고 금융권의 주담대, 전세자금 대출 중단을 우려하는 글들이 쏟아지고 있다. 농협은행이 이날 신청분을 끝으로 오는 11월 말까지 신규 주담대를 중단하고, 우리은행과 SC제일은행도 일부 대출상품 취급을 제한·중단한다고 밝히면서 다른 은행들도 비슷한 조치를 내놓을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실수요자들은 패닉에 빠졌다. 9월 서대문구 A아파트에 반전세로 입주하기 위해 반전세 계약을 한 직장인 A씨는 "대출 규제가 막힌다는 소식 때문에 온통 신경이 여기에 쏠려 다른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당장 연차를 내고 은행을 찾아 상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신규 주담대를 전면 중단한 곳은 농협 한 곳이지만, ‘풍선효과’ 때문에 다른 은행들의 대출 증가율이 높아질 것은 불 보듯 뻔하다"며 "은행 영업점마다 이사철을 앞두고 대출에 대한 문의 전화가 빗발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윤원태 SK증권 애널리스트도 은행권 대출중단 선언에 대해 "대출을 계획하거나 실행 예정인 고객 입장에서는 일부 은행이 대출을 중단할 경우 다른 은행을 검토할 수밖에 없다"며 "타 은행들도 지금의 가계대출 증가율을 유지할 경우 올해 3분기 중으로 대출한도를 소진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전했다.
심지어 정부가 시세에 비해 저렴한 가격에 공급하는 공공분양 아파트마저 대출 규제에 패닉 상태다. 이날 청약 접수를 시작하는 경기 과천시 과천지식정보타운 ‘린파밀리에’가 대표적이다. 이곳은 공공분양인 만큼 까다로운 자산·소득 기준이 적용된다. 보유 중인 자동차 가액이 3496만원을 넘어선 안 되고, 부동산(건물+토지) 자산이 2억1500만원을 넘어서도 안 된다. 소득 기준에서는 신혼부부특별공급의 경우, 배우자 소득이 있을 경우 도시근로자 가구당 월평균소득액의 140%(844만원)를 넘어선 안 된다. 웬만한 대기업 맞벌이라면 자격 요건도 갖추지 못한다.
문제는 누적된 대출규제 탓에 자칫 분양시장이 ‘금수저’만 입주가 가능할 수 있다는 점이다. 시행사 측은 모집공고 안내문을 통해 "금융권의 중도금 집단대출규제로 인하여 중도금 대출이 현재 불투명한 상황"이라면서 "중도금 집단대출이 불가할 경우 수분양자 자력으로 중도금을 납부해야 한다"고 했다. 최악의 경우 분양가(84㎡ 기준) 8억6000만원을 고스란히 현금으로 준비해야 하는 상황인 셈이다. 직장인 B씨는 "소득에 자산 기준까지 걸어놓고 대출까지 막는 건 도대체 이해가 가지 않는다"면서 "9억원 가까운 현금을 손에 쥐고 집을 살 수 있는 젊은 층이 얼마나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현 상황에서 주택을 마련하려면 본인 자금을 100% 투입하거나, 타인 간 사금융을 통해 고금리로 자금을 조달해야 한다"며 "그러나 현재 부동산 거래절벽이 심화되는 등 위험부담이 커 무주택·실수요자들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
김동표 기자 letme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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