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김혜민 기자, 임온유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이 내세우는 민간 주도 재건축에 빨간불이 켜졌다. 규제 완화 등의 열쇠를 쥔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우려를 드러내면서다. 그는 오 시장이 건의한 안전진단 완화에 대해서도 난색을 보였다. 이런 와중에 재건축 추진의 전제조건으로 삼은 집값 역시 잡히지 않으면서 임기 동안 재건축에 속도를 내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3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노 후보자는 전날 국회에 제출한 인사청문회 답변자료에서 민간 재건축 방식에 대한 부정적 견해를 밝혔다. 그는 "민간사업은 그간 도심 내 주택공급에 중요한 수단으로 역할을 해왔지만 시장 불안을 야기하기는 등 여러 문제를 일으킨 바 있다"며 "토지주들의 과도한 개발이익 향유, 조합원 간 갈등으로 인한 사업 장기 지연, 조합 내부 비리 등 여러 사회문제도 야기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이에 대한 대안으로 다양한 방식의 공공 정비사업을 도입한 것"이라며 공공 주도 재개발·재건축 사업의 비중을 늘려가겠다는 방침도 분명히 했다. 오 시장이 건의한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완화에 대해서도 "재건축 필요성을 검증하는 본래 취지와 달리 사업 활성화 차원에서 기준을 완화하는 것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며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앞서 오 시장은 공공 주도 재건축에 은근한 신경전을 벌인 바 있다. 그는 지난달 29일 부동산 안정화를 위한 긴급 브리핑 자리에서 "(어떤 재개발·재건축을 추진할지) 결정권은 토지소유주에게 있다"며 "시장 질서에 따라 자연스럽게 우열이 갈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공 주도 방식은 정비기간 동안 소유권까지 정부에 넘겨야 한다"며 주민의 동의를 얻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은연중에 강조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노 후보와 오 시장이 긴밀한 공조를 강조하면서도, 이처럼 재건축 방식에 견해차를 좁히지 못하면서 향후 정부와 서울시 간 정책 공조가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현 정부에게 레임덕이 발생하지 않는 이상 노 후보자가 임명돼도 오 시장과 정부가 각을 세우는 형세는 지속될 것"이라며 "정부는 공공주도로 공급물량을 늘리려는 기조를 계속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문제는 정부와 국회의 협력을 얻지 못하면 민간 재건축을 활성화할 환경을 만드는데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서울시 직권으로 풀 수 있는 부분도 있지만, 협조 없이 단독으로 추진하기에는 부담이 따른다. 여기에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아파트 가격이 잡히지 않는 것도 오 시장이 적극적으로 재건축에 나서지 못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심 교수는 "4년 임기가 보장된 시장이라면 개발 추진으로 초기 집값이 오르더라도 충분한 공급을 통해 후반기에 안정시킬 기회가 있지만 오 시장에겐 그럴 기회가 없다"며 "1년 안에 정비사업 정상화를 가시화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김혜민 기자 hmin@asiae.co.kr
임온유 기자 ioy@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