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업데이트 21.04.01 11:22

"못 팔거나 현금청산 당한다는데…누가 동의하나"



[아시아경제 임온유 기자] "실거주자는 못 팔고, 투자자는 현금청산당한다는데 동의가 가능할까요?"
정부가 ‘3080+ 대도시권 주택 공급방안’의 도심 공공주택복합사업 후보지를 발표했지만 정작 대상 사업지 곳곳에서는 "황당하다"는 주민 반응이 나오고 있다. 사전 의견 수렴도 없이 구청 추천만으로 정부가 일방적으로 대상지를 발표한 탓이다. 특히 정부가 투기 차단을 이유로 후보지에 대해서는 공급대책 발표일로 소급해 현금청산 기준일을 정한 것이 오히려 사업 추진을 위한 주민 동의의 걸림돌이 되는 분위기다.
1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전날 2·4 공급대책 후속 조치로 서울 시내 21곳의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 후보지를 발표한 이후 해당 지역 주민들은 당황한 기색이다. 정부가 "선도사업 후보지에 대한 가시적 성과를 조속히 보여주겠다"고 자신했지만, 정작 소유주인 이들은 언론 보도 등을 통해서야 소식을 접했기 때문이다. 공공 주도 사업 추진이 본격화하기 위해서는 1년 안에 소유자 3분의 2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이번 발표는 주민 의견 수렴 없이 구청의 단순 추천으로 이뤄졌다.
특히 도봉구 창동 준공업지, 영등포구 신길동 저층 주거지 등 최근 민간 주도 재개발 추진이 활발한 곳들의 반발이 컸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 땅 투기 논란 이후 ‘공공 혐오’가 확산된 데다 자칫 재산권 행사의 자유가 제한되거나 현금청산당할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정부는 투기 방지책의 일환으로 2·4 대책 발표일 이후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지에서 부동산을 매수한 이들에게는 우선공급권을 주지 않기로 했다. 신규 매수자는 현금청산 대상자가 되기 때문에 기존 주택 보유자는 아예 팔 길이 없어진 것이다.
최근 창동의 소형 빌라를 매입한 A씨는 "최근 매물이 씨가 마를 만큼 손바뀜이 워낙 많아서 동의율 채우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주민 동의율과 상관없이 서울시장 선거 전에 가구수만 채워서 발표하면 끝이냐"고 반발했다. 창동의 경우 최근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의 지지율이 여론조사에서 박영선 더불어민주당을 크게 앞서면서 민간 주도 재개발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 곳이다. 이 지역 거주자인 B씨는 "야당 후보가 당선되면 민간 재개발에 힘이 실릴 텐데 뭐가 아쉬워서 공공 주도 사업을 하겠냐"고 반문했다.
또 다른 후보지인 신길뉴타운2·4·15구역 주민들의 반응도 부정적이다. 신길4구역 소유주 C씨는 "어디에서도 공공 주도 개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없는데 기사를 보고서야 알았다"며 "민간 주도 재개발에 찬성 동의서를 써 구청에 제출했는데 도대체 어찌 된 일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들 반발의 밑바탕에는 투기 방지책으로 인한 재산권 행사 제한뿐 아니라 공공에 대한 불신도 깔려 있었다.




임온유 기자 io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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