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류태민 기자] “15년 만에 사업이 성사되는건가 싶네요. 그동안 개발이 되고 있는 인근 지역을 보면서 얼마나 부러웠는지 몰라요.”(서울 성북구 장위 8구역 주민 A씨)
31일 방문한 서울 성북구 장위8·9구역 주민들은 들뜬 분위기였다. 최근 정부와 서울시의 공공재개발 2차 후보지 선정 소식이 전해지면서다. 지역 골목 곳곳에는 재개발 후보지 선정을 자축하는 플래카드가 나붙어 있었다. 주민 A씨는 “작년 장마철에는 2층에도 비가 새는 등 이곳 건물들이 노후화가 심해지고 있다”며 “이번에는 주민들의 숙원사업을 해결하는 것 같아 안심이다”라고 전했다.
김지훈 장위9구역 공공재개발 추진위원장은 “재개발이 15년 가까이 미뤄지며 지쳤던 주민들로서는 기쁜 일”이라면서도 “다만 최근 LH직원 투기사태 이후 공공재개발을 불신하는 주민들을 설득하는 과제가 아직 남아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오랜 숙원사업 해결 안심” vs “공공기관 못믿어, 무산 우려” 주민 반응 엇갈려
실제로 이날 공공재개발 후보지에 선정된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장위동에서 30년 넘게 거주 중이라는 김영희(76)씨는 “우리 지역이 후보지에 선정됐다는 소식을 들을 때는 기뻤지만 공공기관을 믿을 수 없는 상황에서 공공재개발을 해도 되는 건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장위동에 23년째 거주 중이라는 또 다른 주민은 “장위 8구역은 10년이 넘도록 개발이 된다고 말만 무성했을 뿐 제대로 추진된 게 하나도 없다”면서 “LH가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 상황인데 이번 공공재개발도 또다시 무산 되는 것 아니냐”라고 염려했다.
그동안 장위동 지역은 여러 차례 재개발 사업이 무산된 이력이 있다. 장위 8구역은 2006년 장위재정비촉진지구로 지정되자 2010년에 조합을 설립하는 등 정비사업을 적극 추진했다. 하지만 사업성 부족으로 사업에 대한 주민 간 이견이 발생하며 2017년에 구역 지정이 해제됐다.
“생계터전 빼앗긴다” 건물주들, 반대 목소리 높여
공공재개발을 반대하는 주민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았다. 이 지역 상가건물을 소유하고 있는 B씨는 “젊은 사람들은 찬성하겠지만 건물주들은 분양권 등으로 보상을 받아도 꾸준히 세를 받기 어려워서 반대할 수밖에 없다”며 “지금도 공실에 세입자를 구해야 하는데 공공재개발 때문에 몇 년 장사를 못한다고 하면 들어올 사람이 있을지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공공재개발 후보지 선정 기대감에 이미 손바뀜도 많이 이뤄진 상태라는 것이 일대 중개업계의 전언이다. 이 지역 C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이미 지난해 11월부터 12월 사이에 몰려와 집을 사간 외지인들이 꽤 된다"며 "이미 투기할 사람은 다 집을 산건지 오히려 후보지 선정 발표가 난 29일 이후에는 매물에 대한 문의는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류태민 기자 righ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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